정약용의 편지를 읽고 원고지에씀 정약용의편지를 읽고 원고지에씀 정약용의 편지

정약용의 편지
우선 겉표지부터가 마음에 쏙 들었다. 선비의 청렴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책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는 너무 멋있는 표지…….스타트부터가 좋았다!
시작이 너무 좋았기 때문일까,정약용선비의 학문의 깊이 때문일까,읽는 내내 눈이 핑핑 돌았다.본문과 역주를 왔다 갔다 하며 책을 읽어야 했고,도무지 몇 번을 읽어도 알 수가 없는 내용도 있었기 때문이다.수준 높은 독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이 책을 읽으며 배운 것도 많고,나름대로 생각도 많았다.정약용이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부모님께서 나에게 늘 하시던 말씀이 많이 담겨 있었다.부모님의 마음은 정말 다 같은가보다.그런 부모님의 사랑에 보답하는 것은 부모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진정한 사랑으로 섬기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약용은 힘써야 할 세 가지 일,즉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이 학문을…(생략)

그 속에서 옛날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엿볼 수 있었다.자녀들에게 그렇게 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책망하면서도 그 속에는 무엇보다 큰 사랑이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자녀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면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던 조상들이 더 창의적으로,더욱더 재능을 펼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읽으며 정약용 외에 존경스러웠던 분이 또 있었다.‘노파’라고만 기록되었지만 정약용에게 공경하는 마음이 일어나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벌써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알 수가 있다.이야기는 이러하다.어느 날 정약용이 밥 파는 노파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노파가 남녀차별의 불공평(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은 없어진 호주제의 문제점)을 지적하자,정약용은 근본이 아버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그러자 노파는,아버지를 나무나 풀의 종자로,어머니를 토양으로 비유를 들어 반박하여 정약용으로 하여금 크게 깨닫게 하고,공경하는 마음이 일어나게 했다는 것이다.신분이 어떠하든지 학문의 깊이가 어떠하든지 우리의 옛 조상들은 모두 생각이 깊었던듯하다.
이 책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정약용의 모습은 말 그대로 딱 선비였다.멀리 유배지에 가 있으면서도 모든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아니 오히려 더 부지런히 하며,옳지 않은 일에는 절대 무릎을 꿇지 않는,말로만 듣던 정의롭고 깐깐한 옛 선비의 모습 그대로였다.또한 자신만 아는 것이 아니라 책을 만들어 여러사람에게,후세에까지 알려주려는 태도가 정말 멋있다.
다른 곳으로 유배를 가있는 형 정약전과 주고받은 편지는 날 또 한번 놀라게 만들었다.보통 사람들 같으면 서로의 안부나 유배지에서의 생활 등 간단하고 사소한 내용들을 주고받았을 텐데 이 편지들은 그게 아니었다.학문에 관한내용,실학에 관한내용,나라에 관한내용 등 매우 광범위하고 수준이 높았다.따분하고 재미없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이런 조상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읽으면서,매우 예리해 보이는 선비정약용 앞에 내가 섰다면 무슨 책망을 들었을까 생각하면 겁도 났지만,이런 사람이 옆에 한명쯤은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너무나도 소중한 교훈을 남겨주고 가신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살아 숨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