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E=mc²과 아인슈타인`을 읽고 아인슈타인

‘E=mc²과 아인슈타인‘를 읽고
나는 학교에서 지구과학을 배운다. 교실 안에서 연주 시차, 광행차, 스펙트럼 같은 것을 문자 그대로, 머리 속으로만 상상해 가며 배우는 것은 (우리들에게 쉽게 쉽게 가르쳐 주시기 위해 노력하시는 선생님께는 죄송스럽지만) 졸음이 쏟아지는 봄날에 고문과도 같은 것이다. 어떨 때는 지구과학 수업 시간이 교회에서 설교를 듣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대단히 추상적이고, 또 어려운 것까지 비슷하다. 매주 보는 성경에 쭉 나열된 생소한 히브리 단어들처럼, 매일 칠판에 처음 보는 문자를 빽빽하게 적으시는 지구과학 선생님께서는 꼭 한 말씀씩 하신다.
“너네들이 물리를 알아야 이걸 알지, 잉?“
아아, 지구과학 위에 물리라. 우리는 왜 그토록 어렵기만 한 것을 더 배워야만 하는 것인가. 나는 괴로웠다. 이것은 기독교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그 지루한 성경을 읽어야 한다는 것과 거의 같은…(생략)

산만해져서 정작 중요한, 독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들이 누락되었고, 흐지부지하게 결말을 맺는 모습을 보여주어 조금은 아쉬웠지만 대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덕택에 한 가지 이론을 터득한 것보다도 더 뜻 깊은 과학의 본질과, 인간과 종교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칫 재미없을 수 있는 과학, 그 중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물리를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물리에 대한 기본 지식이 턱없이 부족한 나 같은 학생도 이렇게 재밌게 읽었는데, 도대체 교과서는 이렇게 만들면 안 되는지 하는 탄식을 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크게 놀랐던 부분은 이 다섯 글자로 이루어진, 간단한 공식 하나가 여태껏 우리 사회에 끼친 파장의 크기였다. 이 책의 내용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이 우연히 이 공식을 떠올리지 못했다면 나는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쓸 수도 없을 것이며, 모든 나라는 전력을 충분히 얻기 위해 더 많은 석탄과 석유를 태워야 하고,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비상구를 찾아 나갈 수도 없고(비상구에 설치된 표시등은 정전 상태에서도 그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속에 소량의 방사선 물질이 들어있다고 한다.), 암이 걸린 것도 모른 채 죽어야 할 것이다. 지금껏 물리는 물리, 나는 나대로 상관없이 살아간다고 생각해왔던 것은 아주 큰, 심각한 오산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정말 물리와 관련이 없을 듯한 컴퓨터도 E=mc2 없이는 소용없는 것이라니! 한동안 순수 과학은 응용과학의 손에 죽었다고 생각해 오던 나에게 이는 거대한 충격이자, 새로운 세상으로의 초대장이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아인슈타인과 그가 있기까지의 뉴턴 이후 400년간의 과학자들의 공방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보수적인 기성 과학자들의 모습은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것이었다. 이런 모습들은 고고학에서 사용되는 반감기 5730년의 C-14 탄소보다도 더 변함이 없는 것인가 보다. 그 반면에 이 책에서는 특히 낮은 위치에서 출발하여 대단한 성과를 이루어 낸 과학자들과, 오랜 시간 동안 편견의 대상이었던 여성 과학자들의 이야기들도 많은데, 그 중에서도 평범한 제본공 일을 하다가 뒤늦게 자신의 재능을 개발하여, 전기와 자기간의 관계를 밝혀내 현대 에너지의 개념을 세운 마이클 패러데이, 기존 뉴턴의 법칙에 이의를 제기하며 새롭게 에너지와 속도의 관계를 정립한 젊은 여성 과학자 에밀리 뒤 샤틀레의 이야기는 수백 년이 지난 21세기에도 충분히 귀감이 될 만한 이야기다. 그렇지만 신기한 일은 한때, 곧 젊었을 때는 개방적으로 새로운 것에 귀를 기울이던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사람들도, 나중에는 결국 똑같이 보수적 세력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보면서 지성인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느꼈고, 나 역시 그러한 길을 걷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과학과 종교는 평행선을 걷는가?
영화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