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개미제국의 발견을 읽고 과학 독후감숙제

최재천-‘개미제국의 발견’
학교에서 일찍 끝난 날이었다. 예전 같으면 단숨에 뛰어가던 길을 그 날은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매일 저녁마다 볼 때는 꼭 사람의 머리를 가져다 놓은 듯 섬뜩하던, 최근 식목일에 심은 듯한 그 작달막한 나무 하나가 오늘은 참 파랗고 앙증맞다는 느낌을 주었다.
기존에 있던 나의 생각을 바꾸게 해 준 그 햇빛 한줄기처럼 이 책은 그런 햇빛과도 같은 계기가 되었다.
한창 베르나르베르베르의 ‘개미’라는 소설을 읽을까 말까 고민할 때쯤이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무엇을 읽어볼까 배회하다가 우연히 집게 된 책이 바로 개미제국의 발견이었다. 그로부터 조금 후에 도서목록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되어서 대출해서 끝까지 읽어보게 되었는데 그 책에서 나는 개미들의 생활 속에 숨겨진 과학적인 사실들 뿐 만 아니라 인간사회에서와 같은 경제와 정치를 함께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가 읽…(생략)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각도를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서도 언젠가 한번 시험삼아 해보고 싶은 거리가 되었다. 게다가 개미들은 굴을 아무렇게나 파 내려가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어렸을 적에 수없이 망가뜨렸던 그 개미집들이 알고보니 작은 문명이 만들어낸 너무나도 과학적인 하나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환풍과 난방을 고려해서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집이었다. 석유나 가스를 이용해서 난방을 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 개미가 인간보다 훨씬 더 자연친화적으로 잘 적응 해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제는 개미사회의 정치분야이다. 이 부분에서도 또한 신선한 지식을 얻었다. 개미사회에서 노예제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개미가 가축을 기른다는 사실은 개미사회의 경제에서 알 수 있었지만 인간사회에서도 이제는 사라진 노예제가 개미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새로웠다. 개미가 감금해둔 곤충에게서 젖을 짜내는 모습은 흡사 젖소에게서 젖을 짜내는 사람의 모습이었고 아직도 그 사진이 머릿속에 생생하다.
개미제국에는 개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전체를 위한 하나 라는 생각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꿀단지개미인 것 같다. 평생 자신을 희생에서 꿀단지 역할을 한다.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자신의 배를 잔뜩 부풀려서 동료가 오면 꿀을 나누어준다. 꿀단지 개미들의 희생정신을 반만 따라가도 극찬을 받을 일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예전에는 여왕개미가 혼자서 제국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텔레비전같은 여러 매체들을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아즈텍 여왕개미들은 세 마리 정도가 모여서 협동해서 제국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처음에 그 부분까지 읽었을 때는 와, 정말 그렇게 하면 더 편리하겠구나 하며 감탄했는데 나중에 가서는 그 여왕개미들이 왕권을 두고 서로 전쟁을 일으킨다는 부분을 읽고는 정권을 두고 아귀다툼하는 정치인들이 연상되었다. 정말 그 자리에는 무슨 바이러스가 있는지 조사를 해볼 일이다.
사실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됨으로써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읽는데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이 책의 필자 또한 베르나르베르베르처럼 우리 발 밑의 세계에 주목했다. 사람들은 우주를 연구하려 하지만 우주를 이해하기 전에 바로 이 지구상에 있는, 우리의 발 밑의 존재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에 우리의 장난감이 되었던 개미. 필자는 그것들의 경제, 문화, 정치에 대해 연구했고, 나는 그것을 전해 들음으로서 개미들의 세계와 인간들의 세계의 밀접한 관계를 느낄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의 세계에는 있지만, 우리에게는 없는 것, 우리에게는 없지만 그들에게 있는 것을 느끼면서 저런 개미들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그들의 세계 대해서 한 발 더 나아간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