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게놈 해저드를 읽고 2게놈해저드2

신은 인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인간은 더 나은 인간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곧 신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엄청난 계획인가! 하지만 곧 이 일들은 실현되고야 말 것이다.
오래 전부터 인간 생명의 신비를 파헤치고자 사람들은 부단히 노력해 왔다. 인간게놈계획(HGP)은 80년대 중반 처음 공론화 돼 미국의 에너지부(DOE)가 먼저 개발을 시작했고, 이어 국립보건 연구원(NIH)이 합류했다. 미국 외에도 영국과 일본 등 6개국 연구기관도 동참, 지난 13년간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는 것을 신문을 통해 본 적이 있다. 인간 유전자 해독은 특히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의약품 개발에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민간 영구기관도 잇달아 참여, 지난 10년간 민간과 공공 연구 기관간의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보름 전쯤 신문에서 휴면 게놈계획(HGP)초안이 6월쯤 완성된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초안은 신이 구상한 `인간 설계도`의 90%…(생략)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작업이 한창이던 어느 날 이 연구소의 도도 소장이 도리야마라는 삶을 차로 치어서 매우 많이 다치자 그 사람이 죽은 줄만 알고 연구소의 소각장에서 태워 버리려고 그 삶을 연구소로 싣고 온다. 그리고 ACV를 연구중인 연구실에 놔두고 잠시 다른 곳에 간사이 도리야먀가 정신을 차리려고 팔을 휘젓다가 실험실의 기구들을 깨버린다. 그 도중 샬레가 깨지며 유전자 배열을 다시 짠 여러 ACV(배양주)중 ACV5가 상처가 많은 도리야마에 감염되어 숙주인 도리야마의 DNA에 잠입한다. 이때 큰 소리를 듣고 연구소에서 자던 다카나시가 실험실로 와서 이 남자를 안아 일으키는 순간 도도 소장이 다카나시의 머리를 쳐서 기절시킨 후 원래 자던 곳에 눕혀두고 도리야마가 결국 죽자 그를 태운다.
하지만 다카나시가 도리야먀를 안아 일으키려할 때 도리야마의 DNA에 잠입했던 ACV5가 숙주가 죽을 것을 알고 다카나시 손에 있던 상처로 인해 도리야마의 기억들을 담고 다카나시의 DNA에 감염된다. 그 후 다카나시는 자기가 도리야마 인줄 알고 결혼까지 하고 1년을 살다가 1년 후 ACV배양주가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에 다카나시의 몸에 옮은 ACV5는 도리야마의 기억을 전기 정보의 형태로 대뇌 신경세포에 내보냈으나 오랜 시간에 걸쳐 염기 배열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 그 전기 정보를 다시 자기 게놈 속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결과 도리야마의 기억이 사라지고 원래 자신의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하며 다카나시 때의 부인이 살해되는 사건을 접하고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 알기 위해 애쓰고, 우연히 만난 여기자 자아키와 기억을 되찾으려 한다. 결국 자신의 기억은 찾지만 ACV5의 특성 때문에 1년 동안의 기억은 전혀 못하고 1년전 도리야마를 안아 일으키다 뒤통수를 맞고 쓰러진 것 까지 밖엔 기억하지 못한다. 기나긴 1년 동안을 다카나시가 아닌 도리야마의 생을 살아 왔으면서도 타인의 삶을 살아온 1년 동안의 기억이 나지 않아 함께 자기의 기억을 되찾으려 애 쓴 여기자 자아키도 몰라보게 되지만 앞으로 자아키와는 친구처럼 될 것을 예감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공상과학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이건 분명히 현실이 아닌데 꼭 현실 같고, 현실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꼭 일어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내용처럼은 아니지만 미래에는 자기정신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도 육체의 웬만한 부분은 기계나 다른 부품으로 바꿀 수 있는데 나중엔 뇌 대신 칩을 넣어 다니며 자기가 좋아하는 기억만 넣어 다니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식물인간`이란 단어는 아예 사라질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정말 이제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은 1.6Kg 밖에 안 되는 뇌,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속에 들어있는 기억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1998년 4월 28일 미국의 ABC방송은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의 로버트 화이트 박사가 이끄는 신경외과 팀이 원숭이 두 마리의 몸을 통째로 바꾸는 의료 실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고 그들이 직접 찍은 비디오를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 과학이 발달하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외면과 내면을 송두리째 자기가 원하는 몸으로 바꿀지도 모른다. 내 부모님과 내 친구들, 아니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모습과 이상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나타난다면 그 모습이 아무리 완벽하다고 해도 나는 금새 질려서 아마 이 세상에서 달아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자신의 기억과 정신을 소중히 여겨서 뇌는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자신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주인공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다카나시가 불쌍하다. 1년이라는 세월동안 타인으로 살았다니......
인간게놈 해독이 되고, 유전자 배열을 그림조각처럼 끼워 맞추기만 하면 알츠하이머를 비롯하여 파킨슨씨병, 에이즈 등 유전적인 모든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는 정말 질병 없는 사회가 올지도 모르겠다. 또, 불의의 사고로 온 몸이 망가진 사람을 과학적인 수단으로 회복시켜 자신감과 웃음을 찾게 해 주고, 병들어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사람이 행복한 생각을 하며 고통을 모르며 죽게 한다면 그것은 참 좋은 일일 것 같다.
평균수명이 200세가 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난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바로 인간게놈을 이용해 우수한 인간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돈 있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자식들을 미리 디자인해서 똑똑한 아이를 만들어 낳을 것이다. 그러나 먹고살기 힘든 사람은 감히 생각도 못한다. 그러므로 이 지구엔 새로운 신분제도가 생기고 또 그 신분제도를 타파하기 위해 전쟁이 터지고 많은 피를 흘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전쟁은 과거와는 달리 더 많은 피를 요구할 것이다. 과학을 이용한 전쟁이니 말이다.
난 오늘 많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다. 과학은 조금만 방심하면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파괴시키는 원흉이 되기도 하니 이 세상에서 가장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인격을 갖춰야 할 사람들의 바로 정치인과 과학자들인 것 같다, 이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의 미래와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대하고 기다리던 21세기가 시작되자 앞으로의 100년에 대한 수많은 예측과 함께 지난 100년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많은 발명과 발견이 계속되었지만 인간게놈계획만큼 21세기의 시작을 빛내준건 없는 것 같다.
그러므로 이 계획을 계기로 생명의 모든 신비가 풀려 21세기를 더욱 빛내주고 인류의 발전에 도움을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