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게놈을 읽고 게놈

-독후감 과제물-
책 제목 : 게놈
‘이 책의 저자 매트 리들리는 신경과학자인 부인 애냐 허버와 염색체를 조합하여 완전하게 새로운 개체인 2명의 자녀를 만들어 냈다.’
‘이 책의 저자 매트 리들리는 신경과학자인 부인 애냐 허버와의 사랑의 결실로 2명의 자녀가 있다.’
이 두 문장의 차이는 무엇일까.
결국은 ‘같은’ 말일텐데...
기독교 적인 사고에 따르자면, 태초에 있었던 그 최초의 사람들부터 해 왔을지도 모르는, 그리고 써 왔을지도 모르는 단어, 운명.
사람들은 운명이라는 것, 어떤 정해진 그 무엇에 대해 즐기지 않으면서도 알고 싶어 한다. 신의 존재에 대해 나는 아직 무어라 나름대로의 결론조차 얻어내지 못했지만 그 운명이라는 것 때문에, 우리는 신의 모습을 만들고 빌고 또 빌었으리라.
내가 그토록 거부했던 운명이라는 굴레는 결국 유전자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옛 …(생략)

어 유전자의 발견과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 그것들의 사회적 이용과 오해 등을 다룬다. 솔직히 내가 생각하기에 이 유전이라는 놈을 알고자 했다면, 그것을 당연하고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 몇 없을 것이다. 이 저자도 마치 이 염색체를 자신은 가지고 있지 않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그 것이 더 불안정하고 흥분되어 보인다.
너무도 많은 사람이 생에 대한 집착을 벗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무언가 산다고 말을 하기에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여태까지 지식은 문제집 같은 책에서만, 느낌은 감성적으로 세상을 다루어 온 책들을 통해서만 편식해 왔던 나로서는 우리의 생에 대해 이런 식으로 따지려 든다는 것 자체가 처음엔 거부감이 없지 않았다.
내가 너무 모든 것을 마치 옛날 선비들처럼 관념적으로만 해석하고 따져 보려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항상 이 ‘관념’의 중심이 되어 왔던 ‘나’라는 존재, 영향은 받되 자유롭다고 생각해 왔던, 뭔가 다를 것 만 같던 이 존재의 정체성을 어쩌면 송두리째 흔들어 버릴 수 있는 이 유전이라는 ‘존재의 과학화와 구체화’에 대해서 나는 한 번 더 생각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난 이 책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읽기는 읽되, 결국 내가 바라는 학문적 경지는커녕 또 다시 나의 관념과 학문의 이분화를 가속할 뿐.
어떠한 형상을 관념화 시키는 것에 우리는 익숙할지 몰라도 관념을 형상화 시킨다는 것은 큰 충격이 될지도 모른다. 결국은 관념과 구체적인 형상도 하나로 통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람들은 현실과의 타협에 익숙해 져 있기에 오래전에 둘을 연관지을 의욕을 잃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현실은 관념과는 많이 다르니까.
나도 이 책을 다 읽었음에도 아직 이 둘을 쉽게 연관시킬 수가 없다. 구체화에 대한 나의 편견인지는 몰라도 이 둘을 연관시킴과 동시에 끊임없는 회의적인 사고의 수렁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금의 나에게는 지식은 그저 지식으로 받아들이고 관념은 관념 나름대로 늘 그래왔듯이 내 가치를 높이고 세상을 좀더 깊은 생각의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데 쓰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더 편하리라.
아직 나는 우리가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 라는 존재이기를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모성이 ‘유전자의 이기심’ 이라든지 ‘본능’ 이기 보다는 그저 사랑이라는 고귀한 위대함의 실현이기를 바란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표현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보면 내가 지금까지 너무도 그저 알기만 했던 지식이 많았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면과는 대조적으로 무언가 신기하고 새로운 사실을 안다는 것 또한 나에게 즐거움이다.
내가 관념, 즉 생각의 추상적 산물을 사랑한다고 하여 세상을 그렇게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난 안다. 친구들과 연예인이나 첫 사랑에 대한 수다를 떨 때 인생에 대해 논할 수는 없지 않은가.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을 넘어, 현실 안에서 진정으로 이해하고 믿기란 정말 어려운 것이다. 그 어쩌면 거짓일 수도 있는 개념을 ‘믿기’위해 모든 시간을 투자하느니 차라리 그 일부를 사용하여 지금 우리의 시각 중추를 자극하는 ‘현상’을 설명하고 가능한 만큼 우리가 다룰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당장 눈앞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그리고 사실(물론 사실의 잣대조차 사람마다 상대적이기는 하지만)을 안다는 것이 더 즐겁고 신비로우며 ‘가치 있는’ 일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이 책에서 관심을 가진 몇 가지 요소는 지능과 충돌, 죽음, 우생학, 자유의지 같은 것 들이다. 몇 번 염색체가 이것들을 결정하거나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기억한다기보다는 이 요소들을 통해서 나는 과학적 사실이 인간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 원인, 유전자가 일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 수 없었던 영역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지능이라는 것은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마치 ‘능력’과 동의어인 것처럼 사용하며 많은 관심을 가져오고, 또 환경의 영향을 따지며 수없는 논쟁의 쟁점에 올랐던 요소이다. 아직도 텔레비전에서는 태교에 관한 것이나, 자녀의 교육에 대해서 일명 ‘영재’ 아이를 둔 부모의 방법을 소개하고 사람들은, 특히 어머니들은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며 쉽게 동의한다.
지능이라는 것을 측정할 수 있는 것처럼 형상화한 이후로 우리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을 이 말도 안돼는 잣대로 측정하며 때로는 그들을 죽음으로도 내 몰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왜 우리는 이 수치에 이토록 집착해 왔던 것일까. 어쩌면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기보다 지능이라는 것을 구실로 스스로에 대한 그리고 사회에 대한 변명을 삼으려고 한 것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지능은 개발될 수 있고, 변화하며 그것은 우리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지능을 어쩔 수 없는 운명의 구실로 삼았듯 노력 또한 정해진 운명이라는 것을 벗어나려고 하는 또 하나의 변명일 수 있다. 변명과 구차한 설명을 위한 변명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아직도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많은 논쟁을 하고 있다. 우리가 ‘영재’ 라는, 마치 국가의 운명을 짊어진 듯 부담스러운 이름을 내 걸면서 까지 이 학교가 세워진 이유도 결국 지능의 문제와 관련이 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작가는 지능은 완벽하게 유전적인 영향이 50%라고 말한다. 나는 늘 엄마와 노력하면 될 거라고 말을 하지만 이 행동들에 대해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늘 그래왔듯이 내게 필요한 자세는 주어진 것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 하는 것, 그것 뿐 인걸까.
이러한 지능의 문제를 ‘인간’ 존재 자체에게로 확대 시키면 결국 우생학 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별로 관련은 없어 보이는 이야기이지만 김진명의 소설 ‘하늘이여 땅이여’에서 나는 우생학 이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그리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거기에서 언급된 우생학은, 옛 인류 중 한 민족이 우생학을 추구하여 서로를 그렇게 교배시키며 신적이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정도로 발전하였지만 결국은 그것 때문에 벌을 받아 멸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현재 우리가 경이롭게 생각하는 고대인들의 문명의 선구자가 되었다고 한다. 결국은 멸망했다... 이것은 우리가 적어도 현재에는 그것에 대해 그것은 옳지 않다는 일반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라고 보아도 큰 무리가 없을까. 그런데도 한때 이 우생학에 대한 추종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우생학은 사람을 현혹시키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행해지고 있기도 한다. 좀 더 완벽하고 나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인 우리들로서는 좀 더 나은, 즉 이 환경에서 살아남기 더 쉬운 자손에 대한 약속, 좀더 나은 ‘나’의 추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동물 암컷들이 좀더 건강한 수컷을 얻으려고 행동하는 것 또한 이런 것의 한 측면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서 우생학은 단순히 자연친화적이거나 생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위한 구실로 남용되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를 안고 있었다.
결국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학적 이슈들은 모두 정치적이고, 혹은 경제적이기도 한 문제들로 넘어가버리고 만다. 그 과정에서 혹여나 오해가 생기거나 올바른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엔 너무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책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광우병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 질병에 대해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지 못한 정치인들은 그저 국민들의 불안만을 가중시키고 너무 많은 가축을 살육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더 위험한 행동들을 야기시켰다. 깊은 과학적 지식이 없는 일반적 사람들은 뉴스 같은 똑같이 별반 지식이 없는 매체를 맹신하는 경향을 갖게 마련일 텐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과학자들이 역할이 너무 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하나의 ‘정보’가 너무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그리고 그 사실을 이제 자각하게 된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는 동시에 정보, 특히 과학적인 정보의 올바른 공유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취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학적 사실은 과장되어서도, 축소되어서도, 그것으로 막연한 꿈을 가져서도 안된다.
유전자는 ‘정보’ 의 하나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죽음이라는... 우리가 많은 수식어를 붙여 아름답게 하려하고, 슬프지 않게 하려하고, 두렵지 않게 하려 하는 것...?
환경의 요인을 받는다는, 유전의 굴레에서 유일하게 우리의 의지가 작용할 수 있다고 믿는 부분조차도, 우리는 유전자의 존속을 위한 기계라는 대목에서 생존을 위한 유전자의 적응이라는 측면으로 환경의 요인은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린다. 물론 이런 것 때문에 내가 스스로를 불행하게 여기고 산다는 것을 슬퍼하지는 않겠지만 갑자기 내가 심각하게 고민해 오고 생각해 오던 많은 것들이, 사랑 죽음 영혼 삶 우주 존재.... 모든 것들이 너무도 우스꽝스러운 광대의 몸짓 같다는 생각이 나를 엄습했었다. 결국 생각한다는 것조차도, 유전자가 만들어낸 경이적인 생존 수단인 뇌의 전기적 장난에 불과하지 않은가.
우리나 그토록 많은 생각을 하고 때로는 두려워하기도 하는 죽음은 유전자라는 존재가 우리가 자기 생존의 수단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단적인 증거인 것일까.
내가 고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수많은 행동과 아픔들이 결국엔 유전자라는 어떤 운명이 만들어낸 현상일 뿐일까. 나는 유전자라는 또 다른 ‘나’를 왜 이토록 배타적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것일까.
작가는 어차피 우리의 삶이 결정된 것이라면,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것이 자유라면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자신으로부터 기원된 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더 낫다고, 운명에 대한 우리의 회의를 마모시킨다.
어쩌면 우리가 유전자라는 존재에 대해 이토록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우리의 자유라는 것의 근본적인 침탈의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은 아닐까.
‘자신의 동기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의 결여로 생긴 환상’
‘윤리 게임을 가능하게 한 인간의 이상화’
여러 사람의 유전으로 자유를 설명하려 한 모습이다. 결국 `자유로운 사고` 조차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지금의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유전자은 어쩌면 운명일수도 있고, 그저 가능성일수도 있다. 그러나 ‘나’ 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우리는 이 존재를 너무나 나와는 다른 마치 우리의 삶을 조정하는 제왕처럼 생각을 하기에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배타적인 입장을 가지기 쉬우며 회의를 들게 한다. 그러나 이 유전자라는 ‘구체화’ 덕분에 우리는 많은 질병들의 원인과 근본적인 해결책들의 가능성을 열게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사실 이미 유전자라는 개념과 그로 얻은 이익들은 은연중에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다. 음식, 범죄, 사고, 질병...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유전자의 ‘사용’ 이라기보다는 올바른 ‘이해’ 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유전자라는 놈의 생존 도구라 할지라도 이제는 슬프지 않다. 그놈 스스로가 ‘나’ 일테니까.
비록 질병에 걸릴 운명도 있고, 지능이 좋을 운명도 있지만,
나는 어쩌면 그 진짜 나라는 놈이 꿈꾸는 이상적인 모습의 가면일지도 모른다. 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