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게놈을 읽고 게놈9

염색체의 코딩과 그 속의 음모
-‘게놈’을 읽고
‘매트 리들리’. 우연히 읽을 책을 고르다가 눈이 띄인 이름이다. 몇 달 전에 ‘이기적 유전자’ 와 ‘이타적 유전자’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둘 다 유전자는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이기적 유전자’ 에서는 개체들이 왜 이기주의를 내면에 깔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고, ‘이타적 유전자’ 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 사회를 비롯한 몇몇 사회의 구성원들이 이타주의를 실천하는 것인지 설명하고 있다. 이 책들을 너무 감명 깊게 보아서 그런지 ‘이기적 유전자’ 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와 ‘이타적 유전자’ 의 저자 ‘매트 리들리’ 가 저자로 적혀 있는 책만 보아도 상당히 관심이 가게 되었으며, 생물학에도 상당한 관심이 가게 되었다.
이 때, 어느 날 ‘매트 리들리’ 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 책을 보았다. 관심을 확 끄는 책이었다. 제…(생략)

유전자’ 에 의하면 생물은 유전자가 만든 생존 기계이므로 생물은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들의 성향에 따라서 다른 행동을 한다고 되어 있다. 예컨대, 성급하다거나 다혈질이라거나 하는 것도 유전자의 성향이 관여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이야기가 샌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어쨌든 위와 같은 이유로 염색체를 분석해 본 결과, 어떤 염색체 위에 어떤 성향에 관련되는 유전자가 있는지 알아냈고, 여기서는 그것을 중심으로 편집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15번 염색체는 ‘성’ 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23번 염색체(즉, 성염색체)가 왜 ‘성’ 의 토픽이 아닌 것인지 상당히 많이 의아해 했다. 그러나 23번 염색체는 X염색체와 Y염색체가 어떤 식으로 진화해 왔는지, 어떻게 서로 이익을 취하려는 과정에서 대립해 왔는지가 주가 되며, 15번 염색체의 토픽에서는 사람의 성이 각인되는 곳이 15번 염색체와 관련된다는 토픽이다.(예를 들면 남성이나 여성으로서의 자아 정체성 등이 있다.) 각 장마다 그렇게 주제를(염색체와 관련시키다 보니 각 장별로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배치해 놓았다는 것이 놀라웠고, 또 그것이 매끄럽게 말이 이어진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실제로는 글의 내용과 염색체가 별 관계가 없는 것이 상당히 많았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내가 관심을 가지고 읽은 부분이 두 군데가 있다.
하나는 유전자 간의 대립이다.
어쩌면 우리는 유전자들의 이익을 위해 태어난 것일지도 모른다는 리처드 도킨스의 학설이 이것과 너무도 흡사하다. 염색체 안에 기생해 들어온 유전자들이나 그런 유전자를 내쫓기 위해 방해 공작을 펴는 다른 유전자들의 과정에서, 임신했을 때 태아의 유전자가 만든 호르몬의 양분 강탈과 산모의 유전자가 만든 저항 호르몬의 저항을 보면서, 정자에는 치명적인 산성을 띠고 있는 질 내부와 정액이 자궁 속으로 들어오면 그것을 방해하기 위해 몰려드는 백혈구들 등이 유전자 간의 전쟁(!)을 잘 보여준다. 심지어는, 난교가 이루어지는 동물들의 경우, 수컷들은 많은 암컷들이 자신에게만 애정을 가져 자신의 자손을 낳도록 강한 호르몬을 가진 정액을 방출하고, 암컷은 그에 저항하는 호르몬을 생산하기까지 한다. 이것 역시 웅성 유전자와 자성 유전자 간의 암투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는 우생학 부분이다.
우생학은 유전학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데, 우성과 열성을 구별하여 도움이 되는 종만 번식시키는 것으로 종을 인간에게 점차 유용한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이는 동ㆍ식물이나 미생물에 적용시킴으로써 식량 생산을 증가시킨다거나 환경 적응 능력이 뛰어난 생물 종으로 개량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인간에게 적용되었다는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 현대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기 전에 국가에서 인구 문제 조절을 위해 정신박약자들이나 알코올 중독자 등이 자손을 낳는 것을 금지하고 학자나 상위 계층의 사람들은 자손 번식(?)의 의무를 지웠다는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명백한 인권 침해이기 때문에 상상하지 못했던 일인데, 깜짝 놀랐다. 실은 나도 지구의 인구 문제 때문에 곧 에너지 자원 고갈로 곧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이 생각은 엔트로피(제레미 리프킨)에서 읽었다], 우생학을 적용해 인구 문제를 국가에서 통제한다는 획기적이고 참신한 생각을 상당히 깊게 고려해볼 수 있었다. 아무리 봐도 심각한 반발이 많겠지만, 밀고 나갈 수 있다면 국가적으로 또는 세계적으로 상당히 바람직한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물론 개인적으로는 큰 불행이 되겠지만)
기타 흥미가 가는 부분으로는 텔로미어설에 의한 수명의 한계 이론이라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조작, 지능이나 기억을 관할하는 유전자(학생에게 아주 중요한)등이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는 한 가지 생각에 빠졌다.
‘이 책에 나왔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 하는 의문이다.
내가 하기 좋아하는 `Warcraft Ⅲ` 에는 Human, Orc, Night Elf, Undead 네 가지의 종족이 나온다. 여기서 Undead와 Human 종족이 비슷한 점이 꽤 많다. 예를 들어 가장 기초적인 공격 유닛도 비슷하고, 영웅도 각각 나이트, 왕, 마법사 계열로 갖고 있다.
여기서 아까의 그 의문이 생겼다. ‘게놈’ 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어떤 균이 있는데 그 균에는 2가지 종류가 있어서 하나는 병원성, 또 하나는 비병원성이다. 여기서 병원성 균을 모두 죽여 그것은 비병원성 균과 섞어 놓는다면 병원성 균에서 어떤 물질(RNA)을 통해 비병원성 균의 유전자가 바뀌어 병원성 균으로 된다. 마찬가지로, Undead 종족은 Human 종족이 죽고 남은 시체에 어떤 누군가가 Human의 시체에서 유전자를 꺼내 다른 생명체의 몸에 주입해 만들어진 것이 Undead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적어도 가까운 시일 안에는.
‘게놈’의 내용과 관계된 내용은 영화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Jurassic Park`가 그 대표작이다. 모기의 피 속에서 추출된 공룡의 DNA에서 공룡을 다시 만들어낸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그것에는 많은 맹점이 있다. 우선 공룡의 염색체가 그 오랜 시간 동안에 파손되지 않을 수 있는가가 첫 번째 문제이고, 그 다음으로는 염색체적 문제이다. 텔로미어가 이미 짧아져 있는 상태에서 과연 얼마나 공룡이 더 살 수 있을까?(텔로미어설 - 텔로미어란, 수명을 결정하는 유전자의 조합이다. 이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실제로 염색체가 체세포 분열을 할 때 앞뒤의 염색체 길이가 조금 짧아진다고 하는데, 이 때 쓰레기 염색체가 앞뒤에 배치되어 실제 중요한 내용이 보호되는 것이다. 이것이 여러 번의 분열 끝에 소모되면 생명체에 이상이 생기고 그 이상이 쌓여서 생명체가 죽는다.)물론, 영화가 항상 실제만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또 인간이 하는 일인 이상 실수도 있을 수 있다. 단지, ‘게놈’ 의 내용이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내용으로 들릴 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친근하게 들어와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는 요즘 상당한 이슈가 되고 있는 유전자 조작 논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일반인들조차 많이 알고 있는, ‘친근한’ 내용이다. 유전자를 조작한 농산물을 과연 먹을 수 있느냐는 것부터 시작해서 생명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은 하느님의 영역을 넘보는 짓이라는 종교적 문제, 같은 사람들끼리 서로 유전자를 조작해도 되느냐는 윤리적 문제 등등이 그것이다. 그 중 안전성 문제에는 일반인들도 상당히 우려를 나타낸다.(왜냐하면 종교적 문제나 윤리적 문제는 그들에게는 직접적인 피해는 가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정말 한 명의 과학도로서 약간의 배신감이 들게 된다. 인류 자신이 학문적으로 증명해둔 것에 대해 자신들이 불신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화학의 변명’에서 나오듯이, 일례로 유전자 조작 식품을 먹음으로서 부작용이 발생해 죽는 사람보다는 유전자 조작 식품을 먹지 않았을 때 굶어죽는 사람이 훨씬 많다.(이렇듯 사람들은 친근하게 접하고 있는 내용조차 제대로 모르는 경우도 많다.)
두서 없이 늘어놓았던 말들의 끝마무리를 지어야겠다. 매트 리들리가 지은 책 `게놈‘ 은 실생활에도, 영화에도 상당히 관련이 깊은 내용이 많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그리고 생각할 것도 많이 제공했다. 이때까지 무심코 넘겼던 문제들에 대해서 심도 있게 생각할 문제를 던져주었다. 앞으로도 교양 과학 서적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심심하고 진부한 느낌과 함께.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것은, 정말 생물 쪽으로 연구를 하고 싶어진다.(그래서 다른 과목을 하고 싶은 욕망과 충돌한다.) 열심히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