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게놈을 읽고 게놈을 읽고

게놈을 읽고..
언젠가 우연히 교황 알렉산더의 저서 `인간에 대한 명상집`의 한구절을 본적이 있었다. 진부하다고 지나칠 수도 있는 한 글귀에 담긴 깊은 뜻을 오늘에야 깨닫는다..
"모든 죽어가는 것은 다른 생명의 비료가 된다. 생명의 모체인 바다위 물거품처럼 그들은 일어나고 부서져 바다로 돌아간다"
인간복제.. 딱딱하고 거리감 있어 보이는 이 단어에 처음으로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게놈` 이라는 책장을 넘긴 그순간 부터였다. DNA, 염색체, 인간복제.. 마냥 생소했던 용어들이 이 작고 두툼한 세계 안에서는 신선한 흥미거리로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암정복과 인간복제 내용은 내게 진지한 생각을 해볼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암은 세포가 조절을 받지 않고 제멋대로 증식하여 덩어리를 만들고, 점점 그 성질이 변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병이다. 인체에서는 항상 정상적으로 세포분열이 일어나고 있…(생략)

변화시킬 수 있는 세상에서 어쩌면 유전자가 사람의 인격보다, 더 가치있는 것으로 전도될 그날이 올까봐 나는 내심 불안하기만 하다. 우리가 지금껏 보고, 느껴왔던 이 세상은 영원불멸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그런 존재란 언제까지나 인간의 끝도 없는 욕망의 표상에 불과할 뿐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영원한 인간이 존재하게 될지도 모른다! 불로장생을 꿈꾸며 천하를 호령하던 진시황도 이룰수 없던 오직 단하나의 꿈, 바로 영원장생, 불로장생이 곧 도래할 미래사회에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에이즈로 인해 유전자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과학의 울타리 안에서 불가능도 현실로 도래하는 지금, 머지않아 곧 다가올 미래에 에이즈 정복도 이루어질 것이다. 벌써 1차 게놈 프로젝트 연구로 인간 DNA의 구조가 밝혀졌으며, 10만개의 기능 유전자가 있고, 이 유전자들의 서열이 어떤 것인지 예측가능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 남은 일은, 어떤 유전자가 우리 몸 속의 기관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아내야 하는 것인데, 현재의 활발한 유전자 연구 실정을 보아 머지않아 에이즈 정복도 가능하리라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불치병으로부터 인간을 구원할 구세주가 될것인지, 아니면 그 예외의 가능성도 있을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에이즈란 말그대로 문란한 성생활에 의해 생긴 병이며, 현재 치료 불가능하여 의학계의 문제거리가 되고 있다. 게다가 전염병이므로 확산속도도 빠르고, 죄없는 사람에게까지 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병이 고쳐지면, 그런 위험천만의 일도 사라질 것이며, 좀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될것이라 볼수도 있겠지만 그 배후의 가려진 문제점들을 배제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어른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문란한 성생활을 즐길것이며, 쾌락의 추구는 인간을 파멸로 몰고갈 것이고, 성문제와 관련해 우리 사회는 시퍼런 멍이 든채로 침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여러 가
지 노력을 통하여 극복가능하다 하더라도, 모든 질병의 차원에서 본다면 문제는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청결관리를 하지 않아 생기는 전염병을 예로 든다면, 유전자 하나로 모든 예방이 가능하므로 궂이 청결한 몸을 가꿀 필요도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삶의 질은 극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마치, 어떤 사람이 벌받아 마땅할 일을 했는데도 태연하게 누워서 떡을 받아먹는 꼴이 아닐까. 그렇게 보면 에이즈 정복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결국, 우리의 성은 순결하고 고귀한 것이 아닌 가벼운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것으로 전락할지도 모를것이다. 과연 그러한 세상이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줄지 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 21세기 생명공학 기술의 가장 활짝 피워질 꽃이기도 하다. 널리 씨를 뿌리는 꽃씨처럼 국민 의료 복지에 막대한 이익을 줄것이며, 농업 및 환경 분야에까지 그 저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지적되고 있는 화두가 바로 사회적 윤리 문제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유전자 분석을 통하여 언제 질병이 발생할지를 예측할 수 있다면 입사 거부 라든지 의료 보험회사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든지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유전자 이상을 가진 아이는 출산하려 하지 않고 유산을 시키는 일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인격, 윤리적 측면에서 나아가 생명의 문제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는 충분한 소지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유전자 제일주의` 라는 새로운 사상까지 대두할지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유전자 연구로 인한 질병없는 세상이 인간을 행복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될 수도 있고, 인류의 행복을 파괴하는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도시의 희뿌연하고, 탁한 공기만 보더라도 현대 과학이 지고있는 그 큰 문제점들에 대해 사뭇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데, 자연을 파괴하고 그 흐름에 역행한 인간이 앞으로 가져올 세상에 대한 나의 두려움은 그에 못지않게 크다. 하지만, 모두가 노력해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인간의 행복을 위한 과학으로써의 발전을 추구한다면 오히려 내가 원하던 꿈에 벅찬세상이 도래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날.. 그세상은 모든인류의 가슴에 한덩이 뜨거운 불이 거세게 타오를 순간이 될 것이다.

알렉산더의 짧은 어귀에서 오늘 나는 인간과 과학이 추구해야 할 참된 길을 깨달았다. 파도치는 바다의 거품에서 알렉산더는 바로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의 참진리를 깨달았던 것처럼 자연에 역행하지 아니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의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인간 윤리마저 경시되고 자연을 파괴하며 발전을 거듭하는 것만이 진정한 행복은 아니라는 것을..

책장을 덮으면서 나는 인류의 행복을 밝힐 수 있는 과학을 실현시키고 인류의 밝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서 한걸음 한걸음 전진해야겠다고 다짐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