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과학 콘서트를 읽고 과학콘서트를 읽고

과학 콘서트를 읽고...
지은이: 정재승 출판사: 동아시아
과학이라는 과목을 배워오면서 사실??내가 배우는 과학이라는 과목이 학교를 졸업하고 꼭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때가 많았다. 이때까지 과학이란 그저 시험을 위해, 중요한 과목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워온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과학 콘서트를 읽고 나서 책 안의 세상이라고 생각했던 과학이 나의 주변에 아주 가까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도 하지 못한 부분에 이런 것들이 숨어있었냐는 생각에 콘서트 중간, 중간 황당함도 느껴졌다.
콘서트를 처음 들어갔을 때 총 4악장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1악장은??매우 빠르고 경쾌하게??2악장은??느리게??3악장은??느리고 장중하나 너무 지나치지 않게??제4악장은??점차 빠르게??이 평범하지 않은 4가지의 제목을 보면서 어쩌면 이 콘서트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를 나에게 가져다 줄 수…(생략)

운 연주에 미소를 지으면서 2악장 콘서트를 시작했다.
제 2악장??느리게??는 나에게 천천히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게 해줬던 콘서트였다. 우리 주변의 무질서하고 규칙성이란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았던 것들에게서 법칙성이라는 것을 찾아내고 있었다. TV에서 무심코 보고 지나친 서태지의 땋은 머리에서도 프랙탈 이라는 법칙을 찾아내고 있었다.??미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라는 제목의 내용도 흥미로웠다. 미국 사람들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었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들의 사용횟수에 비해 그 다음 단어의 사용빈도는 매우 낮다는 내용이었다. 제 2악장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심장의 생리학을 다룬 부분이었다. 아기들이 제일 편안하게 생각하고 안정적으로 듣는 엄마의 심장소리, 사람이라면 누구나 뛰고 있는 심장, 1분에 60번씩 박자에 맞추어 뛸 것만 같은 이 심장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규칙적으로 뛰는 것이 아니라 불규칙하게 뛴다는 것이다. 오히려 간질 환자나 심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심장박동은 아주 규칙적으로 뛰고 있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던 상식과는 전혀 다른 이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저절로 나의 손목에 손을 가져가 보게 되었다.??콩닥 콩닥??뛰는 나의 맥박이 정말로 불규칙 적이었다.??이것이 나의 심장이 건강하게 뛰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무질서에서 법칙이라는 것을 찾아내는 것에서 시작하여 질서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의외의 무질서함을 찾아낼 수 있었던 이 콘서트는 이 세상이 어쩌면 수많은 규칙과 불규칙, 질서와 무질서가 서로 조화롭게 짜여진 거대한 공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제 3장의??느리고 장중하나 너무 지나치지 않게??과연 어떤 내용의 콘서트가 될지 궁금했다. 이 콘서트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내용의 과학들을 아주 흥미롭게 연주해 나갔다. 제 2장에서 무언가를 생각해봤던 연주였다면 제3악장에서는 나의 경험과 비교하고??이런 것들이 있었구나??하는 생각에 무릎을 쳤던 연주였던 것 같다. 상술로 설계된 복잡한 미로에서는??백화점의 구조가 왜 그렇게 이루어져 있는가??에 대해 과학적으로 연주해 나갔다. 백화점에 구비되어 있는 물건들의 진열 순서와 방법뿐만 아니라 왜 꼭 여성복은 2층에 있으며 남성복은 3층에 있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나의 궁금증도 해결해 주었다. 거울 하나 매장의 배치 하나에도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다음에 백화점에 간다면 한번쯤 눈 여겨 볼만한 사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패스트푸드점 의자가 왜 그렇게 딱딱하고 항상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 흘렀는지 에 대해서도 속 시원하게 알 수 있었다. 교통 물리학에서는 복잡한 도로에서 무리하게 차선을 바꾸어 교통을 혼잡하게 하는 운전자들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가를 논리적으로 보여줬다. 느리게 또는 빠르게만 흘러가는 것 같은 이 자본주의 사회가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거대함과 장중한 상술에 가려져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잘 뛰지 않을 만큼 지나치지는 않는다. 제 3악장을 읽고 난 후 나의 느낌은 3악장의 주제와 잘 부합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 4악장의 연주는 좀더 빠르게 명쾌하게 연주되어 갔다. 듣기 싫은 소음에서부터 항상 기쁜 자리에서는 빠지지 않는 박수에 대해서 까지 아주 가볍고 빠르게 전개 시켜 나갔다. 그 중에서 나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끈 것은 크리스마스 물리학이었다. 매년 12월 25일 그 날은 온 지구상의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만으로도 들떠있다. 1년의 일을 되돌아보면서 올해는 과연 산타할아버지가 나에게 무슨 선물을 가져다 줄 것 인가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산타할아버지는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렇게 매년 온 지구상의 관심사가 되는 산타할아버지, TV속에 또는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썰매를 타고 온 세상아이들에게 단숨에 선물을 나누어준다. 하지만 이것을 과학적으로 연주해 버린다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초속 1434킬로미터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속도일까? 또한 온 지구상의 아이들의 받게 될 선물의 무게하며 엄청난 중력과 공기의 저항을 이길 수 있는 썰매, 항상 상상 속에 그리던 산타할아버지의 모습을 과학이란 해머로 산산조각 내 버린 이야기였다. 어쩌면 그대로 꿈속에서 산타할아버지를 그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을 기다린 아이들에게는 과학적 결과란 단지 그들의 희망을 깨어버린 나쁜 것쯤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나도 의외에 결과와 과학적 분석으로 따져본 산타할아버지의 모습에 초인간적인 모습을 느꼈기 때문이다.
4악장이라는 길고 훌륭한 콘서트를 마치고 책을 덮는 나의 기분은 황당함, 놀라움, 무언가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한 비밀을 알고 있다는 뿌듯함이었다. 이제 나의 주변의 사물이 그냥 평범하게 느껴질 것 같지는 않다.??어쩜 이것에는 이런 과학이????저것에는 이런 법칙이??이런 잡다한 생각들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더 멋진??제 2의??과학 콘서트를 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