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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를 엄마라고 불러줄 나의 아이들에게....
- ‘생명시대’를 읽고-
나를 엄마라고 불러줄 사랑스런 나의 아이들아!
이 글을 쓰면서 우선 너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부모로써 자식들에게 희망만을 이야기해주고 싶은 심정은 누구나 다 같을 것이라고 생각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만 너희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너희들이 예쁜 꿈만 꾸면서 멋진 삶을 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앞으로 너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을 아름다운 희망의 언어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구나.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가 언제까지 건강하게 버티어 줄 것인지 확답할 수 없기 때문이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고 있는 자연은 서서히 인간의 탐욕에 대해 응징을 시작하고 있단다. 생태계의 균형은 오래 전에 깨졌고 자연의 재앙이 언제 인간을 덮치게 될지 확실한 예언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우리…(생략)

주 우연한 계기가 있었단다. 언젠가 ‘생명시대’라는 텔레비전 방송을 보면서 대자연의 신음소리를 듣게 되었지. 우리가 수도꼭지를 틀어서 쉽고 흔하게 써버리는 물 때문에 지구의 다른 편에서는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충격적이었단다. 물이 부족하여 경험하게 되는 고통들... 이것도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이라고 했다. 지나친 공업개발과 인위적으로 물의 흐름을 조절하려는 대규모의 댐공사, 관개사업 등을 통해 인간이 자연의 섭리를 거역했기 때문에 생긴 재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세상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단다. 화면을 통해 전해진 지구생태이야기들은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들이었으며 별 생각이 없던 환경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단다. 그 방송 프로그램을 같은 제목의 책으로 옮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엄마는 곧 그 책을 구입하여 읽어 보았단다. 화보 사진들이 많이 첨부된 ‘생명시대’는 저자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고 꼼꼼하게 정성을 들여 제작된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지금 우리에게 현재 환경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삶의 태도를 전면적으로 바꿀 수 있는 세계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삶의 태도 변화는 분명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지혜와 함께 인간과 인간사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혜안을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 살아가는 태도를 전면적으로 변경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부분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다. 물론 이 책의 제안이 다소 어려운 것일 수 있지만 나는 너희들에게 꼭 이 책을 추천하고 싶구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는 편리하게 사는 것에만 익숙해져버린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단다. 너희들에게 편지라는 형식을 빌려 글을 쓰게 된 것도 아마 엄마의 삶의 태도를 바꾸어보겠다는 약속을 누군가와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미래를 걸고 하는 약속! 언젠가 나를 엄마라고 불러줄 너희들과 하는 약속! 이것은 다른 어떤 약속보다 소중하고 중요한 약속이라는 생각을 한단다. 엄마 자신과 하는 약속보다 더 부담을 느끼게 되는 그런 약속처럼 느껴진다. 엄마가 꼭 너희와 하는 이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너희들도 애정과 믿음을 보내주길 바란다.
사실 지금 지구가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란다. 기름을 뒤집어쓰고 죽어 가는 새들, 오존층이 구멍나서 타오르고 있는 지구, 물이 부족하여 사막화되고 있는 지역, 인간을 위해 남획되고 있는 동물들, 개발로 마구 파헤쳐지고 있는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밀림 등 환경 파괴는 많은 매체를 통해 그 사실이 알려지고 있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막연하게 위기감을 느끼게 되지. 그러나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이 생활 태도를 쉽게 바꿀 수는 없을 것 같구나!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지구는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단다. 인간이 욕심을 계속 키워 가는 한, 결코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생할 수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인간이 자연을 공격적으로 개발하는 한, 자연도 동화 속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인간에게 한없이 너그러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 5일 동안 4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국의 스모그나 생태계 파괴로 인한 들쥐나 곤충 떼의 습격 등이 바로 그런 예가 될 것이다.
사랑스런 나의 아이들아!
이젠 자연이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 메시지에 귀기울여야만 한다. 공멸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어야만 하지. 문명의 이기를 충분히 누리고 있는 서구 선진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환경문제를 아주 중요한 사회 문제로 생각하고 있단다. 특히 독일 같은 나라는 녹색당이라는 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정당활동을 하고 있을 정도로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다고 할 수 있지. 그러나 그것에 비하면 아직 절대적인 빈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아프리카 등의 제3세계 국가들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연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란다. 이런 현실로 전 지구의 허파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을 비롯한 열대 우림이 절대적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제3세계 국가들에 의한 개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많은 이익을 먼저 누렸던 서구사회는 이제 절대적으로 빈곤한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환경 파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엄마는 이 대안을 고민하는 과정이 단지 자연을 보호할 수 있는 하나의 획기적인 방법을 찾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단다. 이것은 삶의 태도를 바꾸는 문제이며 새로운 세계관을 수용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하나의 방법을 찾는다고 해서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엄마는 지금의 환경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바로 세계관에 있다고 생각한단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자연을 무조건 개발해도 된다는 생각, 나의 편리함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몫을 빼앗아도 된다는 생각. 이것이 바로 현재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단다. 자연의 파괴를 저지하는 방법도 이젠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함께 상생(相生)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너희들이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동질감을 느끼며,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단다.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통해 동료들을 물리치고 혼자서 열 걸음을 앞서가는 사람이 되기 보다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단다.
애들아! 우리는 또한 필요이상으로 너무 많은 것들을 소비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거대한 현대 사회는 개인에게 더 많은 욕망을 키워갈 것을 부추기고 있다. 더 많은 것을 소비하라고 부추긴다. 이렇게 키워진 인간의 욕심은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넘어서서 인간 서로를 파괴할 수도 있단다. 엄마는 절대로 너희들이 욕망의 노예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단다. 너희들은 최소한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 우리모두를 위해 나 하나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야. 엄마는 너희들이 꼭 너희들에게 필요한 것만을 생산하고 소비하면서 소박하게 사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삶에 대한 태도가 이렇게 획기적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엄마는 너희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가 없구나! ‘오래된 미래’라는 아이러니컬한 단어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우리가 자연과 상생(相生)하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시계를 과거로 돌리자는 것이 아니란다. 과거에서 자연의 법칙대로 자연과 함께 나누며 살았던 삶의 지혜를 빌러와야만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