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과학콘서트를 읽고 과학독후감 과학콘서트를 읽고

Pamphlet of 과학 콘서트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를 읽고>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를 도서실에서 빌린 후, 나는 야자 시간 내내 이 책을 읽었다. 4시간의 야자가 끝난 후, 나는 마치 한바탕 소란스러운 콘서트를 관람하고 온 기분이었다. 글쓴이의 의도가 아마 이런 것 아니었을까. 과학도 콘서트처럼 즐길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과학 콘서트의 팜플렛을 만드는 기분으로 이 글을 써보기로 했다. 내게 가장 감명 깊은 공연이었던 제 1악장에 관해서.
제 1악장 - Vivace Molto (매우 빠르고 경쾌하게)
제 1악장의 시작, 즉 과학 콘서트의 시작은 케빈 베이컨 게임이 맡았다. 케빈 베이컨 게임이란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라는 것. 영화에 함께 출연한 관계를 1단계라고 했을 때 할리우드 배우들이 케빈 베이컨과 몇 단계만에 연결될 수 있는 가를 찾는 전주는 곧 여섯 다리만 건너면 지구 위에 사는 사람…(생략)

잼을 바른 부분이 바닥과 맞닿아 있는 것일까? 평소 부엌 청소를 게을리 했던 당신은 이로 인해 고픈 배를 붙잡고 깨끗이 부엌 청소를 해야 하는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 당신은 생각할 것이다. ‘이 망할 빵은 왜 떨어져도 꼭!’ 여기에도 과학이 숨어있다. 인간의 키와 중력, 빵의 회전속도를 살펴보면 빵은 잼이 발라진 면으로 떨어질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훨씬 높다는 것. 이 곡을 듣는 순간 당신은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에 가슴 아픈 과거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생크림 바른 토스트가 떠올라 눈물 훔쳤던 나처럼.
통계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열심히 들었던 두 번째 곡을 지나, 세 번째 곡은 ‘어리석은 통계학’. 미국 유명 프로그램 ‘몬티 홀 쇼’로 시작한 세 번째 곡은 ‘O.J. 심슨 살인사건’에서의 어리석은 변호인단을 꼬집으며 끝난다. 이 공연을 관람하면서 내가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쌩뚱맞게도 ‘나도 몬티 홀 쇼에 나가보고 싶다’는 것. 그러나 곧 O.J. 심슨 변호인단의 무지한 통계학적 지식에 관한 연주를 들으며, 곧 통계와 확률에 커다란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조그만 상황의 차이에 따라서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완전히 극과 극을 달린다는 것은 얼마나 신비한 일인가.
확률의 신비함에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을 때, 다음 곡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네 번째 곡은 ‘웃음의 사회학’. 웃음의 전염병에 관한 얘기로 나의 잠을 깨운 이 곡은 남녀관계의 웃음을 지나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 토크쇼 연예인들을 위하여 가끔은 짜증을 유발하는 가짜 웃음을 집어넣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로 넘어간다. 재미있는 것은 인간의 본성 자체가 남자들은 남을 웃기는 쪽을, 여자들은 남을 보고 웃는 쪽을 선택했다는 것. 초등학교 남자아이들이 왜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고 다녔는지가 과학적으로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제 1악장의 마지막 곡, ‘아인슈타인의 뇌’. 꽤나 많은 과학전에서 아인슈타인의 뇌조각이라며 전시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곡을 듣는다. 아인슈타인의 뇌조각이라며 전시되어있던 회백색의 살덩어리. 그것을 보고 얼마나 실망했던가. 이 곡을 듣다보니 아인슈타인의 뇌는 하두정엽이라 불리는 영역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빼고는 보통 사람들의 뇌와 그리 다를 것도 없다고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단다. 물론 이런 결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나섰지만, 결국 아인슈타인도 그냥 한 인간 아닌가. 그렇게 마지막 곡은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상식들을 의심하게 만들며 마무리를 지었다. 뭐, 사실 난 애초부터 그런 상식 혹은 괜한 믿음 따위 갖고 있지도 않았지만.
1악장에 관해 팜플렛을 만들 듯 정리하고 보니, 복잡한 세상을 명쾌한 과학으로 연주하겠다는 글쓴이의 부제가 빈 말은 아니었던 공연이었던 것 같다. 비록 1악장에 관해서만 정리해보았지만, 그 후에 진행되었던 나머지 네 악장의 공연 역시 주옥같은 명곡들로 채워져 있었음은 물론이다. 만약 정말로 이런 콘서트가 열린다면? 제발 티켓을 예매하는 법을 누군가 알려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