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드디어 빛이 보인다 드디어 빛이 보인다

언젠가는 보인다!
‘드디어 빛이 보인다!’를 읽고
빛! 이 한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말 그대로 빛처럼 밝은 것들이다. 어둠에서 밝음으로,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해주는 그런 존재. 그러나 정작 그 빛 자체를 생각하면, 그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빛이란 무엇인가? 입자인가 파동인가, 그 본질에서부터 답이 막혀 버린다. 그리고 순식간에 나의 머리는 어두운 암흑으로 변해 버린다.
그러나 그런 나의 암흑을 밝혀 주는 한 줄기 빛 같은 책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드디어 빛이 보인다! 이름부터 명쾌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내가 가장 먼저 발견한 ‘빛’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보이지 않는 빛’이었다. 정말 의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빛 자체가 어떤 것을 볼 수 있게 해 주기에 그 존재성을 인정받는 것인데, 그 존재의 이유를 상실해 버린 빛이라니...... . 나의 이런 암흑단에 ‘빛’은 이렇게 대답한다. 보이는…(생략)

히 바란다.) 짐작컨대, ‘상상’과 약간의 호기심만 충족시키는 실험이 전부였을 것이다. 결코 결론까지는 도달하지 못하는... 그것은 나 자신이 아직 X선이니 방사선이니 하는 이름을 지을 정도의 자격이 안 됨을 아는 까닭이다. 결국 그 자격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결부된다.
다음으로 나의 사고에 불을 밝힌 ‘빛’은, 동물들의 서로 다른 눈이었다. 다양한 동물들이 저마다의 시각을 발전시켜 서로 다른 세상을 보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세상은 하나일지 몰라도 그것이 보여지는 방식은 결코 하나가 아니라는 것... 이 철학적 해석을 완성시키는 것이 바로 빛이라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 중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인 개의 경우에는 심한 근시에다가, 색을 구별하는 원추세포가 거의 없어 세상이 흑백 TV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눈이 오는 날에는 그 눈부신 흩날림에 정신없이 날 뛰는 것이고 말이다. 그렇다면 맹인을 안내하는 맹인견들이 신호등의 색을 구별하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사실 맹인견은 주위 사람들이 건널 때 행동을 같이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색맹인 개가 맹인의 횡단보도 건너기를 도와준다니. 만약 어느 한 사람이 빨간 불에 무단횡단을 시도하며 맹인견을 혼란스럽게 한다면...... . 안타까운 웃음뿐이다.
한편, 뱀 같은 경우에는 정말 특이한 눈을 가졌다. 가시광선이 아니라 적외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사실 뱀에게는 먹이를 찾는 것이 주목적이므로 가시광선으로 보이는 세상은 그렇게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숨어있는 먹이감을 찾는 데에 오히려 가시광선이 방해만 될 뿐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적외선 눈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뱀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아마도 ‘인류 문명’이라는 단어를 창조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가시광선적으로 표현되는 지금의 ‘인류 문명’은 말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정말 동물들은 각자의 독특한 삶의 방식을 바로 이 눈을 통해 표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 ‘빛’의 신비성을 느끼게 한 내용은 빛의 본질이었다. 입자인가 파동인가? 나는 이 질문을 받자마자 허공을 뚫어져라 쳐다도 보고, 만져도 보았다. 눈에 무엇인가 보이기를 바랐지만, 아니면 무언가 느껴지기라도 바랐지만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남은 방법은 ‘사고’뿐이었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비단 나만이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 17세기의 어찌해 볼 수 없는 과학자들도 나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당시 기술로서는 빛을 조작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하니, 실험이래 봐야 이런 것이 고작이었을 것이다. 진실로, 3세기동안 빛의 정체성은 실험적 방법이 아닌 논리적 설득에 의해 논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그들의 사고적 판단 또한 실험과 동등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빛의 진리를 이 사실에도 적용시켜 본 결과였다. 고작 ‘보이는’ 실험을 한다고 해서 빛의 역설적인 면모가 완벽히 없어지는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결국은 생각의 차이인 것이다. 물론 과학자들이 그 뒤 실험을 통해 각각의 사실들을 증명해 낸 것에 대해서는 존경의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그 중 특히 아인슈타인이 설명해 낸 ‘광전효과’를 읽을 때에는 과학적 카타르시스까지 느낄 수 있었다. 빛이란 얼마나 신비로운 존재인가. 그리고 그 신비성을 밝혀낸 아인슈타인의 머리는 또 얼마나 신비로운가. 말 그대로 환상적인 존재들이 아닌가. 비록 금속에 빛을 쪼일 때 정말 전자가 튀어 나가는지 확인해 본 적은 없는 나이지만, 그것이 사실일 것이라는 믿음만으로 지적 자아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이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과학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고 말이다.
어쨌든 현재로서의 빛의 본질은 그 역설성을 지니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이 역설성이 절대성으로 확인될 수 있는 그 날을 바라본다.
이 밖에도 빛의 절대성을 이용한 시간여행이나 투명인간에 관한 내용은 과학적 상상의 광대성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흥미로운 사실들이었다. 그리고 광기기, 광통신망, 레이저에 관한 내용 또한 내가 지금 얼마나 흥미로운 세상에 살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물론 이런 몇 가지 사실들에 눈을 뜨게 된 것만으로 ‘드디어 빛이 보인다!’라고 외치고 싶진 않다. 아니, 외쳐서는 안 된다. 진정한 빛의 성질을 이해했다면,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음을 알기 때문이다. 무한히 밝혀질 빛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나아가 내가 그들을 찾아낼 것이라는 믿음과 소망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드디어’라는 오만의 생각을 버리고, ‘언젠가는’이라는 겸손한 마음으로 빛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빛! 그 성질처럼 곧고 끝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