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물리가 물렁물렁을 읽고 물리가 물렁물렁

‘물리가 물렁물렁’을 읽고
내가 과학이 좋아지지 않는 까닭은 여러 가지다. 첫번째로 소름끼치게 딱 떨어지는 모든 것이 정나미 없고, 수많은 실험을 통해 탐구해야한다는 것도 골칫거리며 어마어마한 천재들이 이뤄놓은 업적을 억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도 굉장한 고통이다. 지구과학은 외워야 할 것 투성이라 싫고, 생물은 징그럽고, 화학은 위험하다. 더욱이 물리는 이해하기 힘든 숫자와 문자의 결합으로 내 과학점수를 가장 쉽게 낚아채가는 원흉이다. 그래서 이 책 ‘물리가 물렁물렁’ 은 내게 엄청난 천대를 받았다. 무려 2주일 가량 구석에만 처박혀있었고 이 책을 읽는 것은 내게 거의 고문에 가까운 일이었다.
한데 이 책의 물리 설명에는 그 어디에도 복잡한 계산과 알 수 없는 문자가 혼합되어있지는 않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교과서와 시험지에 단골로 등장하는 여러 과학자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전혀 자로…(생략)

평균은 내가 잡아먹을거야!’ 하고 눈을 부릅뜨지만, 내가 함박웃음을 머금으며 볼 수 있었던 이 책에서는 ‘그건 다 폼이야’ 하고 유쾌한 웃음을 선물해 주었다. 그래서 과학의 ‘과’ 자만 들어도 치를 떨던 내게도 그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지식에는 한계가 있지만 호기심에는 끝이 없다’. 책의 끄트머리에 적혀있는 이 문구는 내게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어떤 미래학자가 미래 사회는 우리 인간이 상상하는대로 이루어진다고 한 말도 같은 의미일 것이다. 호기심, 그것이야말로 인간과 짐승의 다른 점이며 오늘날 우리가 과학과 이만큼 친숙해질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물론 호기심을 가지고 문제를 파헤치고, 연구하는데 있어서는 우리가 천재적인 아인슈타인이나 뉴턴보다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 호기심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신비를 접할 수 있는가!
물론 이 책 한권으로 인해 과학이 갑자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된다거나 나의 장래희망을 과학자로 바꿔본다거나 하는 일은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호기심과 관심, 그리고 새로운 무언가를 깨달으므로써 내게 일침을 가해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 물리. 그 복잡한 식과 원리를 알아내기 위하여 과학자들이 쏟았던 열정과 호기심이 지금 내게 느껴지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