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를 읽고나서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저자 : 정재승
물론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나는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영화를 볼 때마다 나날이 발전하는 영화의 줄거리나, 영화 안의 고도의 기술 등이 정말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한달 전, 아빠가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라는 책을 사오셨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우 관심이 가는 책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책의 저자인 정재승 씨의 해박한 과학 지식과 유머가 넘치는 책이라 읽는 내내 눈을 뗄 수도 없었지만 과학의 눈으로 영화를 본다는 그 발상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다. 영화의 줄거리, 배우의 연기 정도로만 영화를 보던 나에게 이 책은 새로운 시각만큼 폭 넓게 사고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을 보며 ‘영화에서의 답변이 진실은 아니며, 크게 왜곡된 점도 없지 않다는 것‘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 중 하나 이…(생략)

얼굴 골격과 거기에 붙어있는 근육이다. 그럼 얼굴이 바뀌진 않는다 쳐도 얼굴 피부를 이식하는 것은 가능할까? 물론 이것도 불가능하다. 피부를 이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의술의 하나다. 잘 알다시피 자신의 엉덩이 피부를 코에 이식하는 것과 같은 ‘자가 이식’은 성형 수술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나의 피부가 아닌 다른 사람의 피부를 이식할 경우 나의 몸은 이물질이 침입한 것으로 판단하여 항체를 형성하고 면역 체계를 발동시킨다. 그러면 곪거나 심한 부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더욱이 영화에서처럼 얼굴 피부를 통째로 깨끗이 뜯어내는 것 또한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덕분에 이 영화는 미국의 한 영화 잡지사에서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과학자들이 선정한 최악의 영화 1위’에 뽑혔다고 한다. 머지 않아 컴퓨터가 3차원 영상을 통해 골격의 모양을 보여주고 어떻게 수술해야 하는가 까지 말해 주는 시대가 올 것이다. 따라서 수술 기술만 좀더 정교해진다면 ‘전지현 얼굴처럼 해주세요’라고 말만 하면 정말로 전지현과 비슷하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피부 한 꺼풀로 정체성의 문제를 그리려 한 오우삼의 시도는 재미있었지만 과학적으로 본다면 이 영화는 허무맹랑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해석 해 보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하나 더 나에게 신선했던 내용은 우리가 우리 자신도 눈치 채지 못 할 정도로 영화에 살짝 속았다는 것이다. 그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전세계 거의 모든 어린이가 좋아하고 잘 알고 있는 ‘뽀빠이’ 이다. 혹시 어렸을 적에 뽀빠이를 좋아해 본적이 있었나? 시금치 통조림 하나로 험한 세상을 항해해온 뱃사람 뽀빠이. 재미있는 것은 뽀빠이가 전세계 어린이들의 식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다. 이 땅의 어머니들은 야채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몸에 좋은 시금치를 먹이기 위해 ‘시금치를 먹으면 뽀빠이처럼 힘이 세진다’는 말로 아이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덕분에 도산 직전의 시금치 업계가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만화 영화 한 편이 미국의 산업 하나를 살린 것이다. 아마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나도 어렸을 적에 뽀빠이 처럼 튼튼해져야지 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시금치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어린 나에게 있어서 뽀빠이의 시금치는 모든 것을 해결 해 주는 신비로운 음식 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로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세질까? 뽀빠이처럼 브루터스를 한방에 날려보낼 정도는 아니더라도, 만화의 설정에는 어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걸까? 그러나 알아보니 불행하게도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세진 다는 설정은 정말 만화 같은 내용이었다. 시금치를 먹었을 때 힘이 세지기 위해서는 칼로리를 내는 영양소, 즉 단백질이나 포도당, 지방 같은 에너지원이 함유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시금치에는 칼로리를 낼 만한 영양소는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른 채소들과 마찬가지로 시금치도 ‘힘’ 하고는 별로 연관이 없는 ‘풀’인 것이다.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영화 속에서 이런 일반적인 오류들이 빈번히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런 것들을 과학의 눈으로 찾아서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과학적으로 바로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만화 한 편을 보더라도 한 번쯤 과학적으로 따져보는 시간을 가지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요즘의 뉴스를 보면 정말 100년 전에는 막연히 가졌던 생각들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는 인공망막 배양이 성공했고, 미국에서는 손상된 뇌를 대체할 수 있는 실리콘칩 인공뇌 개발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듣고 정말 섬뜩하리만큼 우리 과학의 위치가 점차 정상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곧 DNA를 완전 분석해서 모든 질병을 완치, 곧 수명을 연장할 수 있고, 인공 장기, 우주에 발을 디딤으로서 우주 식민지 개발이 시작될 것이다. 아니 그 보다 더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우리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라는 이 책은 영화에 과학을 적용시켜 봄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과학적인 시각을 갖출 것인가를 본보기로 먼저 보여 준 것 같다. 미흡하기는 하지만 과학적 안목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얻은 만큼 내 사고도 한 층 더 커진 것 같아 책을 덮으면서 매우 뿌듯했고, 이 책을 통해 과학이란 굴레에 한 발자국 더 들어간 것 같아 과학이란 분야는 나에게서 항상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깊숙이 파고들어 있는 현실이란 점에 친숙하게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