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쇼핑의과학을 읽고 쇼핑의과학

쇼핑의 과학
미국 뉴욕과 이탈리아의 밀라노, 호주 시드니에 걸쳐 활동하는 마케팅 조사업체 인바이로셀(Envirocell)의 CEO 파코 언더힐(Paco Underhill)은 독특한 기법을 쓴 소매 마케팅(Retail Marketing) 조사로 명성이 높다.
파코 팀의 조사기법은 인류학자들이 민족지적 방법(Ethnomethodology)으로 현지 조사를 벌이듯 클라이언트의 매장과 쇼핑 고객을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심지어 미행까지 해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제품과 매장의 개선에 필요한 사실을 발견하고 클라이언트에게 조언한다.
뉴욕 블루밍데일 백화점에서의 마케팅 조사도 전형적인 예다.
파코 팀이 `butt-brush effect`라고 이름지은 블루밍데일 백화점에서의 발견은 파코 팀이 20년 넘게 매장 지도와 고객 명단, 비디오 촬영장치로 무장하고 매장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900여 개의 법칙적 현상 가운데 하나다.
파코 팀은 매…(생략)

고 매장은 인간이 지닌 생물학적 특성과 친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파코 팀이 발견한 인간적 특징들이 2부에 요약, 설명되어 있다.

물론 인간의 신체 능력이나 한계 같은 인간적 특징이 쇼핑하는 고객의 행동양태를 모두 해명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어떤 인간적 특징을 공유하고 같은 환경에서 움직일 때라도 똑같이 행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 반증이다. 예를 들면 `쇼핑의 과학`과 관련해 의미 있는 인간의 보편적 특징을 충분히 고려해 만든 광고판을 고객들이 읽기 쉽도록 아무리 절묘한 위치에 두더라도 누구나 광고를 본다는 보장은 없다. 고객에게는 모두가 공유하는 인간적 특징 외에 성별, 연령 등 서로 다른 특징들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쇼핑하는 고객에게서 제각기 다른 쇼핑 양태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파코 류 쇼핑학의 두번째 원칙을 이룬다. 3부에서 설명하는 파코 류 `쇼핑학`의 두번째 원칙 요지는, 소매 전략을 써서 성공하려면 소매 환경을 남녀 차라든가 나이 차 같은 고객의 다양한 차이를 배려해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쇼핑에서 나타나는 성역할의 변화를 근거로 파코는 현대 소매업자들이 단지 고객 가운데 오늘 현재 존재하는 차이뿐만 아니라 사업의 모든 측면에서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 변화에 주목하고 미래를 예측해 마케팅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1세기에는 남성의 쇼핑 방식에 관심을 갖고 남성들이 보여주는 쇼핑 행태의 특징에 적응하는 소매전략이 빛을 보리라는 주장이다.

4부는 파코 류 쇼핑 과학의 세번째 원칙을 설명했다. 소매 전략에서 성공하려면 소매 환경을 고객의 예술적 취향, 표현 욕구와 로맨틱한 감정에 부응하거나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한 부분이다.

파코에 따르면 `쇼핑의 세계`에서는 고객이 상품에 접근해 상품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유도하고 충동질하는 `무엇`이 따로 있어서 고객의 무의식적 구매 의욕을 일깨우거나 고객의 구매행동을 그 자신도 예기치 않던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 고객으로 하여금 상품에 애정을 갖게 하는 열쇠가 되는 그 `무엇`은 고객의 오감(五感)이나 표현 욕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접촉`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들은 상품세계에 관한 광범한 정보를 제공받고 있지만 그렇게 알게 되는 상품 모두를 접촉해서 편익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쇼핑은 물질세계를 마음껏 접촉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기회 중 하나다. 소매업자들은 쇼핑하는 고객의 충동구매가 매장에 있는 상품을 만지거나 듣거나 냄새 맡거나 맛보고 나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인식`도 중요한 요소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알아보고 대접해주는 곳을 즐겨 찾는다. 관련 조사도 받침하는 사실로, 매장 직원이 고객을 알아보고 대우해주는 곳일수록 고객의 상품 구입 가능성도 높다.

`대화`도 중요하다. 고객들이 매장에 진열된 상품을 보면서 다른 고객들, 매장 직원들과 품평도 하고 서로의 의상이나 스타일,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매장에는 고객이 친구들끼리 모여들 듯 찾아들고 구매도 활발할 것이다.

물론 매장 직원의 친절한 서비스는 고객이 상품에 애정을 갖게 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다. 쇼핑을 단지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사는 행동이라고만 본다면 특별히 종업원이 고객을 친절하게 대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장 경쟁 속에 존재하는 현대의 쇼핑은 실용적 의미를 넘어서 고객의 감정이 실리는 일이다. 서비스가 불친절하면 고객은 다른 매장을 찾을 것이다. 긴 줄을 지루하게 서게 해도 다른 매장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파코는 결론에서 소매 마케팅 종사자들이 가장 중시해야 하는 사실이 `쇼핑이 사회변화를 쫓아간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사회변화를 따라 빠르게 변하고 있으므로 소매업자들 역시 고객이 어떻게 살고 싶어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관심을 기울여야만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소매 마케팅 종사자들이 고객에게 적절히 적응하는 데 필요한 노하우를 창의적 시각에서 다양하게 알려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