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엔트로피를 읽고 엔트로피

엔트로피
제레미 다프킨의 엔트로피는 내가 이해하기에는 벅찬 책임에 틀림이 없다.
이 책은 저자를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문명비평가 중 한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으므로 인류 문명을 다룬 책이 아닌가 하고 추측하였다. 그러나 목차를 읽어보니 엔트로피를 다룬 1장은 마치 물리 서적 같으며 인간의 가치관을 다룬 2장은 철학 서적, 그리고 3장은 기술을 다루는 공학 서적, 또한 4장에서는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서 다루는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이었다.
우리 속담에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어려운 책이기는 하지만, 먼저 1장에서 소개하고 있는 엔트로피가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옮긴이는 책 머리에서 엔트로피의 사전적 의미를 ??열역학에서 물체가 열을 받아 변화했을 때의 변화량을 가르친다??라고 소개한다. 또한, 저자가 말하는 엔트로피란 열역학 제2 법칙 즉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사용이 가능한 것에…(생략)

없는 지 이해가 간다. 또 이런 모든 것이 인류 문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 생각의 폭이 갑자기 넓혀질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일단은 엔트로피에 대해 좀 더 이해해 보기로 했다.
저자는 엔트로피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제물로서 뉴턴적 세계관을 비교하였다. ??저자가 말하는 뉴턴적 세계관이란 오늘날의 과학 문명을 의미한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학 문명이 우리의 세계관을 지배하고 있으며 과학 문명의 시작이 뉴턴의 만류법칙의 발견으로부터 비롯되었고 과학 문명이 그랬던 것처럼 ??사회는 진보한다.??라는 사고방식을 뉴턴적 세계관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중 2인 나로서는 뉴턴적 세계관이 꿀맛처럼 달게 느껴진다. 만일 비행기가 없었더라면 아마 나는 이 아름다운 지구를 구경도 못하고 겨우 내 발길이 닿는 거리인 한반도 이내에서만 살다 죽을 것이다. 만일 우주 여행이 싼 값에 가능하다면 이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가?
앞으로의 세계는 좀더 깨끗한 소리의 음악이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의 이런 믿음이 틀렸다는 말인가?
저자는 열역학 제2 법칙에 따라 ??우주의 전체는 체계와 가치에서 시작되어 끊임없이 혼돈과 황폐로 향한다??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에 대한 근거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에너지 관점에서 볼 때 지구는 닫힌 공간이라는 것이다. 우주로 향한 지구의 열린 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운석 또는 우주진이거나 별빛 또는 태양에너지 뿐이다. 한편 물질이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음에 반해 순수한 에너지만으로는 물질을 공급 받을 방법은 없는 셈이 된다.
둘째는 인류가 발명한 과학이라는 에너지를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용하여 사용이 불가능한 에너지 즉 황폐화된 에너지인 오염 물질로 바꾸는 것이라 한다. 재활용이라 하더라도 소재의 수집/ 운반/ 처리 과정에서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는 환경이 파괴되는 상태 즉 엔트로피가 증가한 상태로 바뀌게 된다.
이제야 저자가 의미하는 엔트로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기술 개발이나 신제품 관련 소식에 못지 않게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뉴스거리는 환경 파괴이다. 엔트로피가 환경을 설명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는 몰라도 지구가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며 이 추세로는 지구도 피로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인류는 환경 파괴를 줄이면서 인류의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예를 들면 초기에 개발되었던 냉장고만한 크기의 컴퓨터가 이제는 손바닥만하게 작아져서 AA 밧데리 하나로 충분히 동작한다고 한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많은 소프트웨어는 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쇼핑이나 은행 업무 심지어는 직장에 나가지 않고도 회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과학기술 개발 방향이 적어도 지구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저자에게 묻고 싶다. 만일 에너지가 물질로 바뀔 수 없다면 태초의 지구의 수많은 물질들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느냐고.
천지 창조주는 언젠가 지구를 재창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