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이기적 유전자

책 표지에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써 있고, 느낌표까지 찍혀 있다. 그 말이 아니더라도,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제목 정도는 안 들어본 이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이제야, 큰맘먹고 읽었다. 1976년에 발표됐다가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왔는데 내가 본 것은 을유문화사에서 새로 나온 책이다. 이기적 유전자, 이름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 윤리적으로 이기적이란 말은 지양되어야 할 행태로 여기며 그렇게 교육받아 왔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연상된다. 그런데 왜 유전자는 이기적인가? 이러한 궁금증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으로 이어진다. 책을 읽기 전에 이런 의구심이 들었다. 출판된지 30년이 된 책이, 그것도 자연과학에 관한 책이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생명력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서.. 결과는 나의 완전한 기우였다. 빛이 바래기는커녕 오히려 문학작품의 고전처럼 세월이 더해질수록 빛나는 저서이다. 신판에서는 …(생략)

리는 생존 기계이다. 즉, 이 로봇 운반자들은 유전자로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들을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계획됐다.〉는 가히 충격적이었다.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단백질 덩어리의 보존을 위해 태어나 그들의 지배를 알지도 못한 채 그들의 명령과 목적에 따라 한 평생을 살고 사라지는 의미 없는 존재인가? 나는 책을 읽고 나서 한동안 내 나름대로의 정리를 할 수 없었다. 어느 부분은 나의 가려웠던 부분을 정말 속 시원하게 긁어주었지만 또 어떤 부분은 끝까지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 인정하기 싫었다. 하지만 무식한(-_-) 나로선 대 석학의 유려한 문체와 그의 깊은 고찰이 느껴지는 논의 앞에 무기력했다. 끝까지 인정할 순 없는 내용이었지만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고 반박할 만한 지식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석학의 힘을 빌어 내 안의 혼란을 정리해보고자 하였다. 그래서 결국 나는 계획을 초과하여 한 권의 책을 더 보게 되었다. 그 책은 장 디디에 뱅상과 뤼크 페리의 ??생물학적 인간, 철학적 인간??이었지만 이것은 논외의 이야기이고, 아뭏든 우리가 살면서 가끔 던지게 되는 질문인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방향을 제시해주는 책이었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을 모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