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현대는 과학과 기술의 시대이다를 읽고나서 과학독후감 현대는 과학과 기술의 시대이다

현대는 과학과 기술의 시대이다를 읽고나서
현대는 과학과 기술의 시대이다. 현대인들은 과학과 기술을 떠나 하루도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해 갈 수 없다.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먹은 것, 입는 것 심지어 자는 것조차 과학과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해 있다. 한마디로 말하여 현대인은 철저히 과학과 기술에 길들여져 있다.
이처럼 과학과 기술은 현대인의 생활 중심에 놓여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것은 현대인으로 하여금 유토피아를 꿈꾸게 하기도 한다. ‘테크노피아?Technophia’, ‘휴먼테크?Humantech’가 그것이다. 인간과 기술의 만남, 이에 의한 이상사회의 구현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적으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징후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물질적인 풍요와 누려보지 못했던 생활의 편리함이 그것이다. 언제 어디에서든 마음만 먹으면 가질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물…(생략)

에 직면해 있는 우리로서는 과학과 기술의 정체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과학과 기술의 본질은 무엇인가. 일차적으로 이것은 기계로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과학은 사실을 탐구하고, 기술은 이를 인간생활에 현실적으로 적용시켜 나아간다. 이러한 과정 중에 탄생되는 것이 기계이다. 따라서 기계 또한 과학과 기술의 산물이다. 현대인은 삶의 현장에서 바로 이 기계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이다. 과학과 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과거의 농경사회, 즉 1차 산업이 주종을 이루는 생산구조와 달리 기계를 통하여 생산 활동에 참여한다.
1차 산업을 경제구조로 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은 자연과 손을 잡고 있었다. 즉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자연의 테두리 내에서,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면서 자연이 제공하는 물질로 생활을 이어 왔다. 자연의 변화, 즉 자연의 규칙을 벗어난 생활이란 이 시대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철저히 자연의 법칙에 얽매여 있었던 시대였다. 따라서 봄에 씨를 뿌리면 가을에 추수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던 것이다. 배가 고프다하여 달리 손쓸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또한 거름을 주고 김을 매고 정성껏 가꾼 만큼 자연은 어김없이 인간에게 이를 되돌려 주었다. 인내하고 노력한 만큼 자연은 한 치의 거짓없이 되돌려 주었던 것이다. 자연은 인간을 결코 속이지 않았다. 따라서 농경사회의 인간은 자연히 기다릴 줄도 알고 때에 따라 인내할 줄도 알았으며, 결과에 승복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는 서로 돕고 함께 나누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이것은 다름 아닌 자연으로부터 배운 것이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사회의 생산구조가 공업화?기계화?산업화로 바뀜에 따라, 우리의 생활상과 생각하는 방식 또한 과거와는 그 양상이 많이 달라져 있다. 이것은 자연이 아닌 무엇보다도 기계에 의존하는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과거에 인간이 자연의 규칙에 순응했듯이, 이제 인간은 기계에 순응하고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들에게 정확성을 요구하고 신속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범사에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실상이다. 이것은 다분히 기계만이 가질 수 있는 성질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우리들 자신에게 이러한 현상을 요구하고 강요하는 것이다.
과학은 끊임없이 자연을 보다 정확하게 그리고 보다 폭 넓게 우리에게 열어 보인다. 이에 뒤질세라 기술은 어느 하나 빠트림 없이 이를 생활에 응용해 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 중에 과거의 농경사회에서 불가능한 것이 하나 둘씩 가능한 것으로 현실화되기 시작한다. 굳이 여름이 아니라도 우리는 과일을 소유할 수가 있다. 5월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눈 덮인 비닐하우스 안에서 빨간 장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의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소위 불치의 병들도 이제 한낱 진부한 것이 되어 버렸고, 생명을 연장시키는 기술이 등장하고, 엄마의 뱃속이 아닌 투명한 유리관 속에서 태아는 얼마든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유전인자를 변형시킨 다양한 생명체들이 우리들의 식단에 오르고 있다. 마침내 인간의 유전인자를 해독하여 인류가 갈망하는 그야말로 영생의 길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 복제인간의 탄생을 알리는 클로네이드사(미국의 종교단체, 라엘리언 무브먼트의 비밀조직)의 외침이 일제히 전 세계에 울리기도 했다. 여기에는 과학과 기술 그리고 기계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따라서 과학과 기술의 시대에 있어 인간의 생활상은 매사에 신속하고 정확해야 한다. 또한 규칙적이고 자동적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기다림과 인내와 이웃에 대한 배려는 한낱 웃음꺼리가 되고 만다. 굳이 기다리지 않더라도 또한 이웃의 손을 빌리지 않더라도 자신이 뜻한 바를 이룰 수가 있다. 기계가 이를 대신 해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오직 합리성과 유용성이 이를 대신한다. 삶에 유용하지 않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생활에 실용적이지 않으면 그야말로 존재가치가 없다. 합리적이지 않으면 불편할 따름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과학과 기술 그리고 기계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으로부터 출발하여 이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의 삶의 현상이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만큼 신뢰적이지 않다. 특히 과학과 기술의 본질에서 이를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2차 산업과 더불어 현대의 산업구조를 이루는 또 하나의 유형이 있다. 3차 산업이 그것이다. 이것은 사람을 상대로 하여 생계를 꾸려 가는 생산 활동이다. 일종의 서비스업이 이에 해당된다. 여기에서 현대인은 자연도 아니고 기계도 아닌, 바로 사람과 손을 잡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자연과 기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가변적이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생각이 다르다’든지 ‘열길 물 속은 알아도 이에 10분의 1에 해당되는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은 그야말로 어디로 뛸지 종잡을 수 없는 대상이다. 이에 반하여 자연은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 보여준다. 결코 속이지 않는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노력하고 정성을 다한 만큼 어김없이 우리에게 되돌려 준다. 또한 자연은 자신이 가는 길을 꾸밈없이 보여주면서 흔적을 남긴다. 다시 말하면 ‘열 길의 물 속’을 훤히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자신이 이를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자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자신이 가는 길을 지우면서 간다. 그 흔적을 없앤다. 이것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자신의 흔적을 심지어 그 정반대의 방향으로 되돌려 놓기도 한다. 그리하여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만든다. 이것이 인간이다. 따라서 인간을 상대로 하여 생계를 꾸려 가는 산업은 1차 산업과 2차 산업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즉 스트레스를 비롯하여 가치관의 혼란 그리고 정신적 불안뿐만 아니라 심지어 정신착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이 지배하는 현대 산업사회는 2차 산업과 3차 산업이 주종을 이루는 생산구조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1차 산업을 주종으로 하는 생산구조를 갖춘 사회와는 질적으로 다른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현대인은 가지고 있다.
이상하게도 인간은 자신이 만나는 대상에 맹목적으로 몰입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생활뿐만 아니라 생각마저도 헌신짝처럼 져버리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대상에 쉽게 동화되는 그릇된 버릇을 가지고 있다. 1차 산업의 시대에는 자연의 틀에 얽매여 이를 한 치도 벗어 날 수 없는가 하면, 또 2차 산업이 경제구조를 지배하는 시대에는 쉽게 기계에 동화되어 인간의 본래적인 모습을 잃어 가기도 한다. 즉 인간 자신이 기계화?도구화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인간성이 상실되어 가고 심지어 파괴되어 가는 징후이다. 인간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일하고 나아가 기계가 주인이 되고 인간은 기계의 부산물로 전락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두 말할 나위 없이 기계는 정확성을 갖는다. 그리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해 간다. 또한 동일한 운동을 끊임없이 반복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동일한 제품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대량적으로 생산하기도 한다. 나아가 망가진 기계는 동일한 기계로 교환되어 대체되기도 한다. 이것은 또한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하고, 인간의 손으로 다룰 수 없는 영역을 서슴없이 다루어 간다. 이것이 기계가 갖는 성질이다. 즉 정확성, 신속성, 자동화, 규격화, 물량화 등이 그것이다.
물론 기계는 전적으로 자동화가 되어 있다. 시동이 켜져 있는 자동차는 이것을 끄기 전까지 동일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전원을 내리지 않은 전등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식물이나 짐승 또한 철저히 자동화가 되어 있다. 이들은 자연의 법칙 내에서 생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지 않다. 자동차나 전등 마냥 일정한 궤도 내에서 쉼 없이 지속적으로 동일한 운동을 반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타의 생명체들 마냥 자연의 법칙에 전적으로 의존해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계의 성질이나 자연의 법칙을 지나치게 인간의 영역에 확대 적용하여 인간 역시 자동화가 가능하다고 보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인간의 삶이 기계적이지 않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인간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삶을 사는 것만은 더더욱 아니다. 한 마디로 말하여 인간은 정신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정신은 결코 순응만을 그 본질로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자살을 하며, 정부를 상대로 데모를 하고 소위 공권력에 도전하겠는가. 또한 인간은 끊임없이 자연에 도전하여 이를 자신의 생활에 적합한 공간으로 개조시켜 나아가는가. 이것은 실상 인간이 순응만을 본질로 하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또한 기계는 동일한 물건을 규격화하여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즉 주물을 이용하여 틀이나 본을 만들어 동일한 모양의 상품을 수도 없이 찍어 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물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는 병아리나 물고기를 한꺼번에 수백 마리씩 부화시킬 수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 역시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규격화하여 획일화하는 데까지 확대시켜 나아간다. 인간육체의 일부는 일정한 모델에 준하여 이를 규격화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각종 성형수술이 이를 말해준다. 그렇다고 하여 인간의 생각마저 일정한 틀이나 형식에 가두어 획일화 할 수 있을까. 대답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는 일정한 이념이나 제도를 통하여 생각마저 일색화하여 가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기계는 얼마든지 물질의 양으로 환산될 수가 있다. 돈과 대체되기도 하고 다른 기계와 교환되기도 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계가 갖는 속성이고 성질이다. 그러나 무언중에 우리들 자신이 이와 같은 상황에 놓여지게 된다. 물질의 량으로 환산하여 교환할 수 있는 것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과 기술의 시대의 교환은 그야말로 무차별적이다. 생명을 돈으로 환산한다든지, 성을 돈과 교환한다든지. 신체의 일부인 장기를 사고 파는 행위를 일상 속에서 숱하게 목격할 수가 있다. 인신매매와 각종 유괴사건 그리고 청소년을 상대로 하는 성범죄 사건이 단절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물질, 즉 돈이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고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물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현대인들에 있어서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러운지도 모른다.
생명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것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살아있는 것들은 다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원예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눈에 한 송이의 빨간 장미는 무엇으로 보일까. 먹이만 잔뜩 먹고 알을 제대로 낳지 못하는 닭을 지켜보고 있는 양계장 주인의 마음은 어떨까. 하루 빨리 닭을 통닭 집으로 보내고 싶을 것이다. 그 주인은 닭을 알 낳은 기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소나 돼지나 양을 고기와 우유를 제공하는 도구로 본다. 그리하여 이들로부터 보다 많은 양의 고기와 우유를 제공받기 위하여 갖가지의 방법을 동원한다. 이들을 방목하는 것이 아니라 축사에 가두어 인공적으로 만든 사료를 먹이로 제공한다. 사료는 쉽게 살찌우고 보다 많은 우유를 얻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만든 소위 인스턴트식품이다. 소나 돼지는 아무런 영문도 모르는 채, 주인이 주는 대로 사료를 받아먹고 살찌워 갈 것이다. 이것은 생명을 돈을 버는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무슨 생명의 소중함을 얘기하고 생명을 중시해야함을 강조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무분별한 교환은 급기야 인간을 교환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근로자는 작동하는 생산라인의 속도에 맞추어 제품을 제대로 조립을 하지 못하면 곧 바로 다른 근로자로 대체된다. 이유인 즉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제품생산을 운영하는 자본가는 생산직 근로자를 상품 생산하는 도구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 근로자가 어떤 고민에 빠져 있으며,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또한 인간관은 어떠하며 어떤 국가관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관하여 묻지도 않을 뿐더러 별 관심도 없다. 상품생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와 전적으로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를 들먹이는 근로자는 제품생산에 전념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이로 인하여 생산성이 저하된다고 아우성일 것이다. 자본가는 근로자를 그야말로 상품을 생산하는 기능공으로 채용했기 때문이다. 자본가의 눈에 비친 근로자는 한낱 기능공일 따름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인간을 결코 어떤 것을 위한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그 자신 목적 그 자체로 대하라’는 I. Kant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기계에 의한 상품의 대량 생산은 궁핍으로부터의 해방을 가져왔다. 현대인은 과거 어느 시대의 사람들보다 양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생활을 누리고 있다. 인스턴트식품이 넘쳐나고, 동일한 상품의 옷들이 재고가 되어 산더미처럼 쌓여간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필기도구들이 진열대에서 주인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로에는 온통 자동차들로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입는 것은 말할 나위 없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구에 이르기까지 마음만 먹으면 별 어려움 없이 손쉽게 구할 수가 있다. 이러한 우리의 생활환경이 마침내 우리의 의식을 전환시키기에 이른다. 근대의 대표적인 유물론자인 L. A. Feuerbach는 ‘인간이란 다름 아닌 먹는 바에 것’이라고 했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는 바로 그가 무엇을 먹느냐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말이다. 먹거리가 인간성을 규정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인간의 본질은 그가 무엇을 먹느냐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그의 후배인 K. Marx-F. Engels는 『도이체 이데올로기』에서, ‘의식이 삶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의식을 규정한다’고 했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인간의 삶이 그의 정신과 의식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또한 물질을 비롯한 생활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라 하겠다. 즉 오늘날 우리의 먹거리는 대다수가 인스턴트식품이다. 일차적으로 가공한 식품을 즉석에서 손쉽게 요리하여 먹고, 생활도구는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주변의 생활환경이 온통 일회용품으로 넘쳐 난다. K. Marx 의하면 생각이나 의식 또한 일회적일 수밖에 없다. 삶이 의식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만남도 일회적이고, 싫증나면 생활도구를 바꾸듯이 예사로 다른 사람으로 바꿔치기 한다. 그러나 물건은 교환할 수가 있다. 사람은 교환의 대상이 아니다.
대학가의 젊은층들 사이에 동거 생활이 유행이라 한다. 동거의 이유도 가지가지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등등. 그런데 이러한 경우도 있다. 즉, 상대방과 함께 일시적이나마 살아보고 평생의 반려자로서의 자격을 갖추었으면 결혼하겠다는 이들이다. 이들은 상대가 곧 평생 반려자로서의 자격에 미달되면 언제든지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반려자로서 갖추어야 할 기준이 무엇일까. 답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연예인들이 이혼을 밥먹듯이 한다. 이혼을 하면서 이구동성으로 들고 나오는 얘기가 성격차이 이다. 아니 20여 년 동안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한 이들이 성격을 달리한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 아닌가. 성격이 차이나면 서로가 참고 맞추어 갈 생각은 하지 않고 헤어지는 것부터 생각한다.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참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것은 과학기술에 노출된 현대인에게 있어 더 이상 익숙하지 않다. 오히려 간편하고 편리하고 즉흥적인 것만이 이들에게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동거 그리고 반려자, 그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비인간화 현상은 비단 특정한 나라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산업화 과정에 있는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들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 역시 이로부터 예외일 수 없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하여 오히려 그 정도가 심하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요인을 들 수 있겠다.
우선, 우리나라 역시 1960년대에 이르러 산업화의 길을 모색하였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1, 2, 3차 진행되면서 현실적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를 두고 이웃나라들은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만큼 속 역시 건실하게 내실을 갖추었느냐 하면 그렇지 못한 것 또한 현실이다.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어 2만 달러를 운운하는 상황 속에서 국민들 대다수가 이에 버금가는 의식수준이나 생각을 갖추지 못한 것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즉 가치관, 인간관, 사회관, 세계관 등이 그것이다. 우려되는 비인간화 현상은 바로 이로부터 현상하는 것이다.
산업국가로 가는 길은 다양하다. 국가가 앞장서 이를 일방적으로 이끄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민간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주관해 가는 방법 또한 없지 않다. 우리나라의 산업화는 전자에 속한다. 국가가 가능성 있는 몇몇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나라의 생산구조를 2, 3차 산업으로 바꾸어 갔던 것이다. 국가는 현실적으로 적절한 경제정책을 수립하여 이를 주관하고, 여기에 발맞추어 기업은 구체적으로 생산구조를 갖추어 생산 활동에 참여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이 전적으로 그릇된 방법이라는 말할 수는 없다. 문제는 국가와 기업이 지나치게 밀착되어 경제활동에 있어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국가는 사사건건 기업들의 생산 활동에 관여하여 간섭하고, 기업은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여 경쟁력을 키워 가는 것이 아니라 항상 국가를 향해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가와 기업은 서로 공생의 길을 모색하게 되고, 여기에 온갖 부정적인 뒷거래 행위를 자행하게 되는 것이다. 정경유착이 다름 아닌 이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가 경쟁력은 한없이 추락하고 마침내 국제통화기금 ? IMF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산업화의 과정에서 국가와 기업은 각각 해야 할 몫이 따로 있다. 즉 기술개발을 통하여 경쟁력을 갖추는 행위는 국가가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업 자신이 감당해야 할 사항이다. 기업이 생산 활동에 전념하여 고품질의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행위는 분명 국가가 감당해야 할 몫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와 기업은 불행하게도 이러한 상호간의 역할 분담을 제대로 해 내지를 못했다. 이것은 곧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인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품질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방대한 인사와 재무구조를 과감히 개편하여 세계의 유수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져서는 안 되겠다. 이에 반하여 국가는 이제 더 이상 기업 활동에 관여하여 간섭하거나 통제를 삼가 해야 하겠다. 설령 국가가 키운 기업이라 하더라도 이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종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니 이것조차 삼가야 한다. 그리하여 세계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는 선진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