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 독도평전 지은이와의 인터뷰 독도평전

독도평전
저자 인터뷰 - 우리 역사의 소수에 대한 복원
▶ 제목이 독특하다, 어떤 책인가?
『독도 평전』 화려하지는 않지만 흑백사진처럼 믿음이 가는 제목이다. 제목 그대로 독도가 겪은 일들을 내 나름대로 평(評)한 전(傳)이다. 「홍길동전」이 홍길동의 일생을 다룬 것처럼, 이 책은 독도의 일생(島生)을 담고 있다. 460만 년 전 독도의 탄생에서부터 미래의 어느 시점에 닥칠 독도의 죽음까지, 거시사적 서술을 통해 독도의 일생을 한 권의 책 속에 그려보고자 노력했다.
▶ 굳이 장르를 구분한다면 소설인가? 역사교양서인가?
소설인가? 역사교양서인가? 보다는 이게 독도에 관해 제대로 이야기하는 방식인가 아닌가를 따져보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이 방법이 아니고 다른 길이 있다면 그걸 실용서라고 부르든 무협지라고 부르든 뛰어들었을 게다. 장르부터 구분하지 말고, 그냥 음 이건 독도에 관한 이야기군…(생략)

수용하려고 노력했다. 독도를 진짜 제대로 알려면 독도에 대한 여타 학문의 통합적 연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 『독도 평전』이 담고 있는 역사적 상상력이란?

나는 역사적 상상력이 얼마나 사료를 많이 읽고 또 반복해서 자주 읽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단편적인 사료들을 독자들에게 실감나게 전달하게 위해 여러 인물들을 설정하고 성격을 부여하여 극화시키는 방법을 취했다. 역사란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이지 않는가? 그걸 승자의 입장에서 재미없게 나열하는 것보다는 팽팽한 갈등관계를 설정하고 희망과 좌절의 날들이 내면화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훨씬 생생할 게다. 그렇다고 하늘을 날라다니는 허깨비까지 여기에 포함시킨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나는 독도에 두 발을 딛고 선 이들의 피와 땀을 담고 싶었다.

▶ 자기 반성의 메시지를 담았는데 핵심은 무엇인가?

독도의 주인이라고 주장하려면 우선 독도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를 알아야 한다. 독도가 일본땅이 아니라는 것만 증명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욱 심각한 건 울릉도와 독도에 정착한 사람들에 대한 육지인들의 차별이다. 크게 보면 거기엔 제주도도 포함될 수 있겠다. 제주도 출신의 소설가이자 번역가 김석희 선생님 역시 제주도민의 설움을 직설적으로 토로한 바 있다. 누가 권력을 잡든 섬 사람들에 대한 차별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게다. 영원한 마이너리티로 살 수밖에 없는 이들의 절망. 이 책을 쓰는 내내 김석희 선생의 아름답고 슬픈 소설들을 떠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 실제로 독도에 가보았는가?

두 차례 독도를 구경할 기회를 가졌고, 그 내용은 책에 다 썼다. 해군에 입대하여 장교 훈련의 일환으로 전투함을 타고 진해를 출발, 포항을 거쳐 울릉도와 독도를 보고 왔고, 몇 년 뒤에는 해양문학인들과 함께 안내장교로 다녀왔다. 안내장교로 가서, 신용하 선생님, 최원식 선생님, 구모룡 선생님, 박태일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 박태일 선생님이 사진을 찍어주셔서 독도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다섯 장 가지고 있다.

▶ 독도가 일본으로 넘어간다는 주장이 인터넷에서 유포되고 논쟁이 뜨겁다. 이에 대해 견해는?

일본은 매우 용의주도하게 오래 전부터 독도를 자국 영토로 포함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울분을 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보다는 우리가 독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으로 배낭여행 가기보다 독도 구경하는 게 더 어렵고 힘겹지 않는가? 수학여행지로 독도를 개발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일 수 있겠고, 독도에 대한 지식을 포괄적으로 초 중 고등학생들에게 알리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일반 독자는 물론 어린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독도를 친구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 원고를 탈고한 그때의 느낌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김탁환이 독도에 관한 책을 썼다면 이사부나 안용복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소설을 떠올리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그러나 몇몇 기분좋은 장면들만 편집하여 드러내는 것은 독도의 저 지독한 울음을 외면하는 일이다. 독도의 슬픔을 보듬어 안기 위해서는 460만년이라는 독도의 일생 전체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 자료들을 모으고 보니, 기쁜 일 하나에 슬픈 일 아흔아홉이 겹쳤다. 육지로부터 버림받고 무시당한 치욕의 역사와 최악의 상황에서도 끝끝내 생명을 이어간 투쟁의 역사가 그 안에 숨어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460만년의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주욱 읽었으면 한다. 좀더 공부하고 싶은 부분이 나오면, 책 말미에 내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참조했던 주요 문헌을 정리해두었으니, 그것을 통해 길을 찾아가면 될 것이다. 독도에 관해 무엇인가를 읽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최초의 길잡이, 그게 바로 이 책이다.

2. 따돌림과 이중국적의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기 위한 길찾기

-『독도 평전』은 독도의 일생을 독도의 관점에서 되짚어 본 역사서로, 두 가지의 문제의식와 자기반성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나는 한국과 일본의 이중국적이라는 존재에 대해 이성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다음은 우리 안에서 자행되어온 소수(Minority)에 대한 폭력과 따돌림에 대한 인식이다.
-독도문제는 현대사에서 해묵은 문제이다. 때때로 갈등이 드러나고 있지만 일부 식상한-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한 일반 시민의 반응과 태도에서 보았듯이-측면까지 보인다. 그것은 문제 상황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바는 빈약하나 결론은 너무나 분명하다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 스스로 한국인이라는 걸 따져본 적이 없듯이 독도가 우리 땅이란 것을 의심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독도가 우리 땅이란 상식이 한반도를 떠나서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질 못하고 있고, 우리는 독도의 주인이라는 주장을 감정과 노래와 상식의 수준에서 계속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의 영토라는 주장을 하기에 앞서 독도에게 있어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에게 있어 독도는 무엇인가?라는 이성적 물음과 함께 독도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역사적이고 포괄적으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독도평전에서 일관하는 기본적인 문제의식이다. 만일 독도가 사람이라면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나는 한국인인가? 그렇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조선은 500년 동안 나를 버렸다.
나는 일본인인가? 아니다, 나는 한국인이다.
그러나, 일본은 나보고 귀화한 일본인이라 부른다.
나는 다케시마가 아니라 대한민국 독도라 부르길 원한다.
-민족 감정을 앞장세워 문제를 외부로 돌리며 내부의 상처를 없는 듯이 덮어버리는 역사적인 경우를 가까운 근현대사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식민지 시대 일제라는 공적 앞에서는 친일부역자도 지주도 소작인도 모두가 선이었다. 분단 이후 냉전체제에서 안보논리는 내부의 모순을 지워버렸다. 그 와중에 가장 고통받는 대상이 마이너리티이다. 독도는 우리 내부의 마이너리티의 상징이다. 우산국과 독도의 역사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차별의 역사이다. 이 책에서 굳이 우리 내부의 환부를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 것은 소수의 슬픔, 독도의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기 위한 따뜻한 길찾기 때문이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아니 저 바다 건너 뭍사람들이 우릴 위해 한 일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전부 다 자기들 좋으라고 하는 짓거리지요."

3. 『독도 평전』의 줄거리

독도평전은 섬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섬의 생성과 함께 동식물 및 해양 생물을 보여 준다. 인간이 발은 내딛기 이전부터 동해 바다를 주름잡던 강치와 상어, 그리고 고래의 약육강식의 변하지 않은 섬의 질서를 통해, 460만년 전 탄생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은 모습으로 그렇게 서 있는 존재를 알 수 있다.
이후 독도의 역사는 독도 자신의 고백으로, 때로는 잃어버린 기억의 나날을 복원하고 때로는 백척간두의 위기의 순간과 슬픔의 기억을 토해낸다. 인간의 입도와 우산국의 건설에서부터 신라와 고려의 속국으로 이어지는 1000년의 고대사, 고려시대의 우산국 멸망과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울릉과 우산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으로 자리잡은 조선조 500년의 공도 정책, 그리고 안용복과 김옥균을 비롯 독도를 지켜기 위해 영웅적 삶을 살다간 사람들의 삶을 복원시켜 나간다.
1948년 6월 12일의 미군에 의한 독도폭격, 뭍 사람들의 지원보다는 우리끼리 독도를 수호한 홍순칠 대장 등 우리의 기억에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는 근현대사의 독도의 삶을 역사적이고 포괄적으로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