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색자작 - 메밀꽃 필 무렵 뒷 이야기 이어쓰기 메밀꽃 필 무렵

“메밀꽃 필 무렵”, 그 뒷 이야기
결국 허 생원과 동이는 제천장으로 동행을 하게 되었다. 객주에 든 밤에 동이가 내일은 길을 좀 벗어나 모친부터 뵈어야겠다고 조심스레 말을 내었다.
??생원도 들러서 걸음이나 좀 쉬고 가시지요.??
하고 권하는 동이를 물끄러미 보던 허 생원은 품을 더듬어 요 며칠간 품고 다니던 것을 보듬는 것이었다. 그것은 묘한 생각이 제 머리를 스친 이후로 혹여, 하고 구해놓은 비녀였다. 항상 모자랄 수밖에 없는 장돌뱅이 신세라 별 수 없이 투박하기는 했지마는 제법 모양새가 잡힌 물건이었다. 이미 익숙한 그 촉감을 느끼면서 허 생원은 동이를 다시 흘끔 보았다.
??어찌 할꼬, 속는 셈 하고 한번 보아???
그러나 곧 허 생원은 고개를 저었다. 자네나 편히 들렀다 오게, 라고 내뱉어놓고 그는 내심 후회하였다. 이럴 것이면 무엇 하러 제천까지 따라나섰단 말이냐. 그러나 이미 동이가 갈…(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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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에 잘 지내셨어요? 가을에는 꼭 제가 모시고 갈게요.??
??에미야 별 일 있느냐. 너나 성히 다녀야 에미가 걱정이 없다.??
걱정이 담긴 목소리마저도 안타까웠다. 허 생원은 비녀를 감싸 쥐었다. 허 생원의 추억 속에서 성 서방네 처녀는 너무도 생생하였다. 비녀도, 비녀를 든 생원도 그 날 그 시간에서 멈추어 있었다. 그래서 갑자기 바래어버린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생원에게는 힘이 드는 것이었다. 허 생원은 조용히 비녀를 내려놓았다. 모자가 방에 들 때까지를 기다려 허 생원은 겨우 몸을 일으켰다. 홀로 아들을 키워낸 어머니 앞에 새삼 나서기에는 면목이 없지 않은가, 하고 허 생원은 생각하였다. 그래도 허 생원은 닫힌 방문을 몇 번이나 힐끗거렸다. 모자의 그림자가 문에 어리는 듯 하였다. 이제와 저 안에는 자신의 자리는 없는 것이다. 자신에게 옛 처녀가 추억이며 환상으로 머물렀듯이 저에게도 비어있는 남편의 자리는 단지 흐려진 기억일 뿐이지 않겠나. 허 생원은 발길을 돌렸다. 등짐을 추슬러 올렸다. 힘없는 발걸음이라도 한걸음씩 멀어져 가는 것이다. 길은 제천장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