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색자작 - `할아버지, 이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의 주인공이 되어 일기쓰기

할아버지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될 거야
-‘할아버지, 이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를 읽고-
오늘은 즐겁고도 피곤한 날이었다. 오늘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졸업식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지긋지긋한 이 학교도 안녕인 것이다. 친구들과 즐겁기도 했지만.
졸업식은 토요일 밤 7시에 학교 체육관에서 했다. 졸업식 전에 나는 500명이 넘는 졸업생들이 체육관을 가득 메울 것을 생각하니 정말 기대가 되었다. 그 중에 나도 한 명의 졸업생이라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어찌나 기다려지던지 계속 머리를 매만져 내 머리는 이미 머리카락 반 젤 반이 되어 있었다.
엄마, 할머니, 제임스 형, 이모도 모두 졸업식에 초대했다. 물론 할아버지도 말이다. 할아버지는 마치 한 명의 점잖은 영국 신사처럼 양복 한 벌을 잘 빼입고 오셨다. 모두 멋졌지만 할아버지가 제일 멋졌다.
졸업식 연습을 하니 더 실감이 났다…(생략)

주었다.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했지만 곧 그런 생각 따위는 잊어버렸다. 곧 그것이 내가 오늘 피곤했지만 즐거웠던 진정한 이유였다.
사실 이건 나만의 비밀인데 난 처음에 할아버지를 정말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증오했다. 할아버지께서 행방불명이 되기 전에만 해도 그랬다. 할아버지께서 알츠하이머를 앓기 전엔 정말 할아버지와의 행복한 생활을 만끽했는데 언제부턴가 집에 친구가 놀러오기만 하면 그렇게 조심했는데도 할아버지께서 내 방에 벗은 채로 들어오기도 하고 할아버지도 스스로의 나약함을 느꼈는지 점점 무기력해지셔서 친구들에게 창피한 모습만 보여주고 난 친구가 하나 둘씩 사라지고 학교도 가기 싫어지고 정말 하루하루를 사는 게 곤욕이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행방불명되고 나서는 내 증오의 대상이 사라져서 마냥 신나기만 했는데 가면 갈수록 그런 것들은 희미해져가고 할아버지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이 더욱 짙어져갔다. 또 할아버지와의 즐거웠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시지만 결코 밉지 않은 게 바로 우리 할아버지였나 보다. 할아버지께서 돌아왔을 때에는 겉으로는 별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정말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
오늘도 할아버지께서 단상 위에서 난동을 부리실 때 할아버지를 진정시키고 부축하고 내려오는데 왠지 할아버지와 더 돈독해진 사이가 느껴지는 듯 했다. 지금은 할아버지가 몸이 안 좋으셔서 말을 잘 못하시지만 만약 건강하셨다면 나에게 ‘정말 잘했어! 넌 정말 멋졌단다.’하고 격려의 말씀을 해주셨을 것이다. 하지만 난 마음으로 느꼈다.
얼마 전에 책에서 보았는데,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라 불리는 ‘희아’라는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손가락이 양손을 모두 합쳐 겨우 네 개 밖에 없고 다리도 허벅지까지 밖에 없는 장애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님의 꾸준한 사랑과 관심으로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되었고 이젠 유명 인사가 되어 여러 장애인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고 한다.
희아가 꿋꿋이 참은 것도 있지만 부모님의 역할도 희아의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희아의 부모님이 희아가 장애인이라고 고아원에 맡기거나 거리에 버렸다면 희아는 희아 안에 있는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할아버지에게 정말 필요했던 건 사람들과의 격리가 아니라 가족들의 무한한 사랑과 관심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나에게 할아버지가 피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방에 가두어 놓으려는 생각만 했다. 이제야 나의 어리석음을 한탄한다.
지금은 밤 11시. 할아버지 방에 가보니 할아버지는 이미 꿈나라에 가신지 오래다. 나도 얼른 잠에 들어야겠다. 할아버지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될 내일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