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색자작 - `역마` 읽고 뒷이야기 이어쓰기 역마이음

‘역마’ 뒷 이야기 이어쓰기
그렇게 집을 나와 떠돌이 생활을 다시 시작한지 3년이 지났다. 가끔 성기가 집에 들러서 하루고 이틀이고 묵고 갈 때면 옥화는 정색을 하며 반가워했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장가를 가라는 둥, 너 없으면 에미는 어떻게 사냐는 둥의 넋두리는 하지 않았다. 그저 떠날 때, 문간에 서서는 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안 보일 때까지 바라보다 들어오곤 하는 것이었다.
성기는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마는, 타고난 천성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돌아서는 그를 배웅하는 옥화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마을을 벗어날 때만 항상 왠지 모를 해방감마저 느끼며 홀가분하게 떠나곤 했던 것이다.
그렇게 3년째 엿장수 생활을 하던 어느 날이었다. 전국을 돌고 돌아 충청도 당진 땅에 이르렀을 즈음, 성기는 다리가 아파 잠시 쉬려고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데 저…(생략)

다. 그러곤 얼마동안은 좀 넉넉했으나 남편은 불의의 사고고 갑자기 죽고, 공장마저 그의 친지들에게 빼앗겼다. 그래서 결국엔 그 곳을 뜰 수밖에 없었노라고. 게다가 어린애까지 딸려서 먹고 살 길은 더욱 힘들었다. 날품팔이며 장사며 어렵게 어렵게 명을 유지하던 중, 두 달 전엔 노인마저 세상을 떴다는 것이다.
회한에 찬 듯한 계연의 얼굴에는 그간 고생한 것이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꽃같이 선연하던 두 눈은 그 빛을 잃고, 곱디곱던 두 손도 많이 거칠었다. 성기는 계연의 등에 업힌 어린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빠, 나 이제 오빠 따라갈라요.”
성기의 얼굴엔 잠시 망설임의 빛이 떠올랐다.
“인륜이 있는듸….”
“실은… 그 분은 내 친아비가 아닌지라.”
성기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뭣이?”
이야기인즉, 체장수 노인이 눈을 감기 직전 털어놓았다는 말에 의하면, 한 번은 애를 밴 떠돌이 여인을 도와준 일이 있었는데, 그 여인이 계연을 낳고 곧바로 숨을 거두는 바람에 그간 친딸처럼 키워왔던 것이란 얘길 하며 계연은 울었다. 성기는 그런 계연을 꼭 안아 주었다. 그러곤 그들은 함께 옥화가 기다리는 화개장터를 향해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