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색자작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고쳐쓰기 옥중서간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 고쳐쓰기
*우산 없는 빗속의 만남
남을 도울 힘이 없으면서 남의 고충을 듣는다는 것은 매우 마음아픈 일입니다. 그것은 단지 마음 아픔에 그치지 않고 무슨 경우에 어긋난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도운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임을 모르지 않습니다만, 빈손으로 앉아 다만 귀를 크게 갖는다는 것이 과연 비를 함께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그에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래전의 일입니다만(*고쳐 쓴 부분 시작)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그 날은 제 감옥살이 젊은 친구가 출소하기 하루 전날이었습니다. 그는 출소한다는 생각으로 들떠있는 듯 했습니다. 오랜 감옥살이로 그도 자질구레한 짐이 많았던지, 오랫동안 하나씩 짐을 챙겨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짐을 다 정리하니 거의 밤이 되었기에, 제가 물…(생략)

만남은 없는 관계와 만남이 없되 도울 힘이 없는 관계에 대하여 그날밤 늦도록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의 의미에 관하여 그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때의 아픈 기억만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고쳐쓰기 끝)



*장인 영감 대접
(*고쳐쓰기 시작-편지형식을 일기형식으로)
여름 내내 비가 많이 내렸다. 호우, 폭우, 폭풍, 태풍... 여름 내내 세차게 쏟아진 비는 교도소의 찌든 흙을 깨끗이 씻어놓아서, 풋풋한 흙내와 생기가 싱그럽기까지 하다.
빗줄기로 잔돌이 드러나고, 흙고랑에 물길이 생기고, 여러 가지 잡초가 자라났다. 이들은 마치 내가 옥담속에 갇히기 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 햇빛과 바람이 자유롭게 노닐고 잡초도 뽑히지 않고 살아가던 옛 언덕같은 모습…….
바람과 비 다 보내고 나니 어느새 가을인 듯 하다. 담요 빨래도 하고, 순화교육도 받고, 맡은 글씨도 쓰고, 읽을 거리도 읽어야 한다.
요 몇일간은 정말 정신도 없었지만 재미도 있었던 것이, 이상한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나에게 대학 다니는 굉장히 예쁜 딸이 있다는 소문이었다. 내가 구속 되자 웬 젊은 여자가 어린 아기를 안고와서 말없이 울기만 하다가 아기를 두고 갔다가, 할머니 밑에서 자란 그 아기가 지금은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제법 그럴듯한 내용이다.
덕분에 그동안 젊은 친구들로부터 과분한 친절을 받았던 듯 하다. 흐뭇하긴 하지만, 내가 그 시절에 구속되어 있는 동안 벌써 장인 영감 노릇을 받다니, 세월이 흐른 것을 이제 실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