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색자작 - 메밀꽃필무렵 뒷이야기 메밀~무렵뒷이야기

메밀꽃 필 무렵 ,, 뒷이야기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연작시작--->
날이 밝았다. 대화장에서 장사를 벌여놓고 있는 동안에 허생원의 마음은 이미 제천에 가 있었다. 동이의 어미가 성서방네 처녀가 맞을지 맞지 않을지 빨리 알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옆에 있던 조선달은 이미 눈치를 채고 있는 지라 허생원이 장사에 몰두하지 않고 아까부터 줄곧 먼산만 바라보는 데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어느덧, 날이 어둑어둑 해지고 허생원과 조선달 그리고 동이는 자신들의 물건을 챙겨서 제천으로 걸음을 바삐 옮겼다. 제천 동이네 마을 어귀에 도착한 시간은 이제 막 아침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뽀얀 새벽녘이었다. 밤새 한 숨도 자지 않고 나귀걸음을 재촉한 것이다. 마을 안에 들어서자 동이가 갑자기 어느 허름한 초가집 앞에 나귀를 세우더니,
"어머니"
하고 외치며 사립문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동이 왔느…(생략)

액체가 흘러내렸다. 자기 때문에 고생만 하며 살아온 그녀에게 어떤 말부터 해야할지 아니, 그녀가 자신을 받아들여줄지 너무도 막막하기만 하였다. 허생원은 잠시 멍하니 그녀의 얼굴만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달밤의 물레방앗간을 기억하는가?"
"..."
"그 달밤에 물레방앗간에서 누구와 있었는지도 기억하는 가?"
"..."
"그 달밤에 물레방앗간에서 자네와 같이 정을 나누었던 사람이 바로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지금 느끼고 있는가?"
"뉘신지요."
"자네를 찾으려 애를 썼네만, 막상 찾고보니 이 꼴이 뭔가 이 꼴이 뭐야. 이 못난 사람아."
"혹시? 아니......"
"맞네. 맞어. 이 사람아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야. 그 곱디곱던 모습 어데로 가고 이런 모습이냔 말일세."
"그만 밖에 서 게시고 누추한 방입니다만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아니네, 나 그만 갈려네. 자네한테 이렇게 큰 죄를 지어놓고 내가 무슨 면목이 있어 방엘 들어가겠나. 그저 남은 여생이나 고생하지 말고 편히 살다 가시게나."
"그런 말씀 마시오. 어찌 내탓은 없다 할 수 있겠소. 나도 잘못있소. 그러니 그런 말 말고 얼른 들어오시오. 눈은 멀었다하나 워낙 질긴 목숨이라 사니까 살아집디다. 그런데 동이 너는 이 분이 어떤분인지 다 알고 뫼셔 온 게냐?"
"전 도무지 두 분이 하시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알던 사이신가요?"
"그래, 아주 짧은 만남이 있었지. 그렇지만 이 분은 내게 널 안겨주신 분이야. 네 아버지시다."
동이는 갑작스런 어머니의 말에 발끈 성을 내며,
"뭐라구요? 이 분이, 이 분이 내 아버지라구요? 어떻게 그걸 증명하죠? 뭘 가지고 이 분이 내 아버지라고 할 수 있나요?"
그 말에 허생원이 옆에서 방금까지 눈물을 머금었던 얼굴에 빙그레 웃음을 띠며 말했다.
"동이야, 엊그제 나는 네가 말고삐를 왼손에 쥐는 걸 보았다. 그리고 나 또한 항상 말고삐를 왼손에 쥐지."
"..."
"너와 나는 같은 왼손잡이란 말이다. 게다가 이렇게 네 어머니까지 말씀을 해 주시지 않니. 나는 너의 등에 업힐 때부터 네가 내 아들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동이는 그제서야 모든 것을 파악하고 허생원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아버지, 왜 이제 오셨어요. 전 이제껏 아버지가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흑흑흑..."
"이젠 걱정마라. 아무데도 가지 않을테니. 이젠 여기서 너의 어미와 너와 함께 이 한 몸 부서질때까지 살것이니 말이다."
Happy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