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
독서도 가끔은 일탈이 필요하다. 익숙한 것에서의 잠시 비켜남이라고 할까. 빽빽한 문자(文字)숲을 헤매다보면 눈도 마음도 지칠 때가 있다. 그래서 때로는 호젓한 쉼터 같은 곳이 그립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쉼터 같은 책이다. 책장을 펼치면 눈부터 확 트인다. 채워진 곳보다 비어있는 곳이 훨씬 많다. 시원하다. 천천히 서너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눈과 마음 속에 어른거리던 잡다한 물상과 심상들이 잔가지 잘리듯 척척 잘려나간다. 수선스럽던 삶의 우여곡절도 차츰 엷은 먹빛으로 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