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색자작 -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일부개작

여러 밤을 자고 난 어떤 날 오후에 나는 오래간만에 아저씨 방엘 나가 보았더니, 아저씨는 무언가를 쓰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습니다. 나는 짐짓 어른스런 헛기침을 했습니다.
“험험!”
아저씨는 깜짝 놀라 돌아보시더니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리셨습니다.
“옥희도 이젠 나이를 많이 먹어서 아저씨가 이젠 옥희 안아주지도 못하겠는데? 사탕도 안 먹을 나이지?”
나는 그 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탕을 주지 않겠다니 이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린가. 나이를 먹어도 사탕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인데 난데 없는 사탕을 주지 않겠다니. 머리 속에서는 주판알이 빠르게 튕겨지기 시작했다. 결론은 금방 나왔다. 쪼르르 아저씨한테 달려가서는 무릎에 앉으며,
“아저씨, 옥희는 사탕 안 먹어도 되우. 하지만 아저씨가 안아주는 건 좋아하우. 사탕도 같이 주면 더 좋아할 것 같은데 말이우.”
아저씨는 속이 뻔히 …(생략)

가져가는 걸까?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았지만 손을 꼭 움켜쥐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못보신 듯 쪽지를 펴서 읽고 또 읽으셧습니다. 눈물을 뚝뚝 흘리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내 억울한 감정을 하소연할 엄두도 내지를 못했습니다. 인형만 못살게 이리저리 굴리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머니는 한참을 소리없이 우시더니 갑자기 내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신 듯 깜짝 놀라시며 급히 옷고름으로 눈물을 찍어내시며,
“옥희야, 나가서 놀으려마.”
목소리마저도 약간 쉰 듯 탁하게 들렸지만 내 좁은 소갈머리에도 눈치는 있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지방을 나섰습니다. 그래도 혹여 어머니 우신 것이 맘에 걸려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엄마 울지 마우. 내가 있잖우.”
어머니는 억지로 웃는 얼굴을 하셨지만 왠지 더 슬프게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더 이상 있으면 나도 덩달아 울어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왜 어머니는 그 쪽지를 보시고 우셨을까? 갑자기 쪽지를 부탁하신 아저씨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우리 고운 엄마 울린 못된 사람처럼 여겨진 탓이었습니다. 아직 손에 쥔 사탕이 여전한데, 눈초리는 사랑방를 째려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눈이 따끔했습니다. 익숙치 않은 못된 짓이 벌을 받았나봅니다. 눈이 시려오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어이없는 눈물이 흐르자 어머니 우시는 것까지 같이 떠올라 계집애딴에는 큰 울음이 터져나오고 말았습니다. 순전히 그 눈째림의 벌이 분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