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생명시대를 읽고 생명시대를 읽고

‘생명시대’ 를 읽고
― 환경의 보호적 과학의 중요성 ―
폭풍과 홍수, 가뭄과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들이 연일 지구를 강타하고 있다. 지금도 지구 어느 곳에서는 자연재해로 고통을 받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렇듯 지구환경 파괴의 대가는 혹독하다. 단지 피해 액수나 재개발등의 문제만이 아닌 ‘생명’과 직결된 문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회`는 `재앙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황폐해진 지구를 치유하는데 남겨진 시간은 10여년 정도라고 하지만 지구는 아직도 `파괴중`에 있다. 이러한 ‘지구 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닌 우리가 가장 편하게 사용하고 꼭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과학‘의 존재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환경문제’, ‘미래 과학의 제시방향’. 과학과 갈수록 밀접해져 가는 현대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신문이나 TV, 인터넷에서…(생략)

부터 예사롭지 않은 예감과 함께 책을 읽으며 나는 서서히 차례의 그 짤막한 문구들로부터 받은 섬뜩한 느낌만큼이나 놀라운 환경 재해의 실상들을 하나씩 접하게 되었고, 나와 같이 환경재해에 대해 어느 정도 알면서도 ‘과학’이라는 이름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무관심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지 깨닫게 되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타오르는 지구, 재앙의 땅`이란 제목의 글로 온실 효과에 따른 환경 재앙을 다루고 있었다. 그것은 몰디브와 그 밖의 여러 작은 섬나라들이 겪고 있는 해수면 상승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이상 기변으로 해수면 상승 문제는 세계적으로 많은 골치를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 온도는 0.5도나 상승했다. 과거 2만년 동안 4도밖에 오르지 않은 것에 비하면 `급상승`한 셈이다. 남극의 평균기온도 지난 40여 년간 2도나 상승해 지난 2년간 북아일랜드만한 크기의 얼음덩어리가 남극으로부터 떨어져나갔다. 바다의 높이도 10년마다 3~10㎝씩 높아지고 있다. 세계기후회의는 `바다의 수위가 지금보다 1ｍ 가량 높아지면 네덜란드가 물속에 잠기고 방글라데시는 국토의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해수면 상승은 그 나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이 공동으로 노력을 해야 간신히 해결할 수 있을까 없을까 하는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으며, 이들 섬나라가 국제적 지위가 약해 그저 속만 태우고 있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었다. 이상 기온의 주 원인인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이다. 또한 이미 온실효과 문제는 몇 개의 섬나라의 문제가 아닌 세계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섬나라의 생각은 하지조차 않고 아니 관심조차 같지 않는 세계에 왠지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 함께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을 문제인데도 당장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하여 안일하게 대처하여 정작 미래에 많은 땅들이 수장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환경문제라는 것은 단지 현재를 보는 것이 아니라 긴 안목으로 지구 환경 문제를 내다보는 식견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함을 깨달았다.
`전쟁의 역사, 환경테러의 역사`란 글에는 전쟁으로 인한 환경 파괴 이야기가 구체적 예시와 함께 정말 적나라하게 쓰여져 있었다. 베트남에 뿌려진 다이옥신이 들어간 제초제에서부터 세계 도처에 파묻힌 1억여 개의 지뢰 이야기, 냉전 때 소련군이 진을 쳤던 자리는 너무도 오염되어서 땅이 기름에 절었다는 이야기, 현대의 대규모 화학?미생물전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 미처 알지 못했던 환경 파괴의 현황을 접하고 나는 충격과 함께 가슴 아픈 현실을 깨달아야 했다. 세계의 반목과 갈등은 결국 환경을 파괴하고야 끝장이 나며 그 결과는 다시 인간에 대한 환경의 보복으로 돌아온다는 진리를 이제는 인류 모두가 깨달아야 할 때가 아닐까.
이 책에서는 또한 내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던 많은 것들을 지적하고 있었다. `21세기, 물 전쟁이 벌어진다`에서는 속담인 `물 쓰듯 쓴다.`라는 말을 꺼내면서 우리의 물 낭비를 경고하고 있다. 지구 한 쪽에서는 고작 10여 리터 정도의 물을 떠오기 위해 물의 존재조차 확실하지 않은 곳으로 며칠동안 걸어간다. 또한 이전에는 맑은 물도 아닌 흙탕물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몇 미터의 지하에서 여러 명이 힘을 합쳐 간신히 퍼올리는 마사이족의 모습에 대해 들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하루에 400여 리터의 물을 정말 `물 쓰듯이` 쓴다. 그저 수도꼭지를 트는 간단한 방법으로 말이다. 지구 한 쪽에서는 구정물 한 방울도 생명수 같은 존재인데 우리는 그 소중한 물의 고마움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고 물이 계속 충족되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현재로서는 그나마 물이 충족한 땅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사히 여기며 그 귀중한 물을 아껴서 언제 까지나 이곳에 맑은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한창 논의가 되고 있는 생명 공학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빠뜨리지 않고 있었다. `생명공학, 진보인가 재앙인가`에서는 윤리 의식이 결여된 상태에서 자칫하면 대재앙을 부를 수 있는 생명공학의 무서움을 표현하고 있다. "유전공학의 개념은 생물 진화의 진로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한번 실수를 저지르면 다시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라고 고려대 이세영 교수가 한 말은 나의 귓속으로 들어와 머릿속을 휘몰아 놓았다. 유전공학 기술을 소유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불균등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필렬씨의 글 `복제 양 돌리, 인간 복제의 시작인가`이란 글에서 언급된 대로 동물 복제와 동물의 유전자 수정 등이 인간복제의 토대가 된다면 이것들도 막아야 하는 것인가. 만약 인간이 유전공학의 위력을 남용하고 인간이 신의 영역에까지 접근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유지되었던 가치관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인간복제가 성행하고 장기의 복제를 위해 인간을 만드는 날이 온다면.. 과연 그때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며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것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하나의 말이 머릿속을 휘몰아 놓자 온갖 혼란스러운 물음들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미래가 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과학에서 윤리의식을 찾는다는 것은 어긋난 일일지도 모른다. 아니 대부분의 과학자 들이 과학은 과학이요 종교는 종교이고 윤리는 윤리라고 한다. 예전 동물 복제때 만해도 과학자들과 종교인들의 반목은 심각할 정도 였다. 하지만 과학에서 ‘윤리의식‘이라는 융통성조차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이 세계는 환경의 역습을 받아 어느 순간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장본인들만큼 직접적으로는 아니겠지만 책을 통해서 몰디브사람들과 함께 발을 동동 굴렀고, 이상 기후로 사라져 가는 동물들에 대해 안타까워했으며, 소말리아사람들의 갈증을 함께 하였고, 체르노빌 사람들과 함께 무서운 고통을 나누었다. 또한 나는 잘못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재앙의 무서움을 보았고, 인간의 무지로 인한 환경파괴의 결과가 어떠한지를 알았으며, 인간성과 윤리의식의 타락으로 인한 환경 파괴와 인간 파괴의 지옥을 보았다. 이미 환경은 인간에게 복수를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구 온난화, 이상 이변, 폭발물로 인해 오염되어가는 토양,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 죽어가는 동물들 등은 인간의 환경 파괴에 대한 업보일 것이다.
나는 책 한권을 통해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비록 이 책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사실의 전달에 너무 치중하여서 안타까움이 남았지만 도리어 그러한 자세한 사실들로 인해 환경오염의 실상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며, 다양한 측면에서 환경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 구체적인 예시가 유난히 많고, 현장감이 잘 나타나도록 서술되어 있는 것도 그러한 것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과거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우리 모두의 생사와 관계되는 중요성을 지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윤리의식의 부재 속의 과학의 발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책을 덮으며 결국은 환경의 중요성과 환경 보호적 과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아니 이제는 이러한 `필요성`은 단지 필요성의 차원을 넘어 `필수적`인 수준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생명 시대’는 나의 과학과 환경의 관련성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한 중요한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환경과 함께 하는 과학`이란 짧지만 중요한 문장을 언제까지나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