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 - 하리하라의 생물학카페 하리하라

하리하라의 생물학카페 - 궁리
이 은 희 지음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를 읽었다. 36가지 신화를 예로 들며 하나씩 하나씩 설명해나가는 지은이의 배려가 보였다.
첫 번째에서는 임신에 관한 것이 나왔다. 엄마의 뱃속에서 마냥 행복할 것 같기만 했던 태아가 엄마와 영양분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에 충격 받았다.
또 태아의 간악한 술수로 엄마가 임신성 당뇨와 고혈압등의 위험한 상황까지 간다는 것에 놀랐다. 하지만, 엄마 역시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고 한다. 엄마도 끊임없이 태아를 위협하고 유산까지 하도록 만든다니 자기 의지와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 나중에 태아가 태어났을 때 자신을 그토록 괴롭히던 인간이 엄마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 자리에서 자살을 할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할 천재가 아님에 감사해야겠다.
두 번째로는 노화에 대해서 나왔다. 유전자 속에 이미 노화에 대해 들어있다면 소식…(생략)

라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읽고 난 유전자와 세포 하나하나에 뇌가 있고 감각이 있는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신체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보내주고 불필요 하는 것을 내보내주는 몸이 너무 신기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호르몬에 대해서 읽기 시작했을 때였다.

몸이 괴롭고 지쳤을 때는 엔돌핀이 다량으로 발생한다. 엔돌핀은 뇌를 속여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이다. 이것은 좋은 현상일까? 혹시, 당장 병원에 가야하는데 엔돌핀 때문에 못가는 것은 아닐까? 책에도 이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고 나 역시 굳이 찾아볼 의욕도 없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덮어둬야겠다.
엔돌핀은 죽음 직전에 갔을 때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괴로움과 공포심에서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치는 몸에서 본능적으로 엔돌핀이 발생하도록 한다. 죽음 직전에 과연 엔돌핀이
쓸모가 있기는 할까? 나라면 엔돌핀이 내 온 몸을 덮어도 결코 기분이 좋아지지 못할 것 같다. 아직 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문제도 죽기 전까지 덮어둬야겠다.

‘생체시계와 멜라토닌’에서는 시차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살면서 딱 한번 갔다온 외국이 하필 일본인 관계로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한 시차라 읽으면서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미국 ETA사가 발명한 삼내비(somnavue)는 강한 빛을 쏘아 생체시계를 0으로 맞추는 일광안경이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잠을 자고 싶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차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안경을 착용해야 할 정도로 극복하기 힘든 것일까?
난 가끔씩 밤을 새긴 해도 다음날 별 이상이 없다. 사실 깨어있을 때에도 항상 조금 멍한 상태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특별히 못 참을 정도로 피곤하다거나 하지는 않다.
아무튼, 건물 붕괴사건 같은 것이 일어나면 간혹 며칠만에 극적으로 구조되는 사람들이 나온다. 이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꽤 오랜 시간을 버틴다. 그리고 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오면 잠시동안 눈을 뜨지 못하고 "벌써 그렇게 시간이 지났습니까?“라며 오히려 주위 사람들에게 되묻기까지 한다. 갇혀있는 동안 빛에 차단되어 평소와는 다르게 생체시계가 느리게 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른 때보다 몇 배나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정말 사람 생명이 질기긴 질긴가 보다.

장기이식에 대해서 나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죽고 나면 어차피 몸은 쓸모가 없어지는데 죽은 후의 몸쯤이야 아까울 것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누군가가 장기기증을 하라고 하면 선뜻 그러겠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괜한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 생명이 다한 후에도 내 몸의 일부는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뿌듯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과연 그 뿌듯함이 두려움을 이길 수 있을까?
장기이식은 죽은 사람에 한하여야 한다. 얼마 전 종영한 ‘천국의 계단’에서 눈을 기증하려고 자살한 남자 연기자를 보고 저렇게까지 해야만 기증할 수 있나 싶었다. 전에 어떤 뮤직비디오에서 한 남자가 여자에게 눈을 기증하는 내용을 봤다. 그 내용에서는 남자가 눈을 기증한 채로 살아가는 것을 보았다. 이것은 불법에 해당한다. 산 사람의 몸에서 장기를 때어낸 다는 것은 뭔가 좀 꺼림칙하긴 하다.
두 번째로 건강한 사람에 한하여야 한다. 병든 장기를 이식하면 이식을 받은 사람이 더욱 고통스러워질 뿐이다. 우선 병든 장기를 이식 받으면 수술을 막 끝낸 몸으로 또 다시 고통을 느끼게 되고 다시 다른 장기를 이식 받는 대수술을 한번 더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또 그 장기가 몸에 맞을지도 염려해야하므로 괜히 장기만 버릴 뿐이다.
세 번째로 면역체계가 비슷해야 한다. 면역체계가 다르면 몸에서 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엄청난 공격을 가한다. 이 때 일어나는 쇼크로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
좀 살아보려고 이식 받은 장기로 아까운 목숨만 날아가는 것이다.
이 세 개가 일치하지 않으면 장기를 이식 받을 수 없다니 정말 죽어 가는 목숨을 다시 살리는 것은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하리하라의 생물학카페는 이미 몇 번 읽어본 것이지만 읽을 때마다 생소한 용어들과 어려운 말들로 부담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지은이의 설명이 워낙 재미있고 쉽게 해주기 때문에 한번 받아먹으면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아직도 생물학에 대해서는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 인해서 생물학에 한걸음 다가서는 계기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