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을 읽고 1984년2대

1984년
1984년은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였다. 나에게는 그랬지만, 사실 작가에게는 미래였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몰랐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공상과학 소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며 쓴 글이나 소설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역시 침울한 기분이 들게 하는 내용이었다. 영국의 사회주의화, 그리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전쟁들, 평생을 감시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기분을 좋게 할 리가 없었다.
“대형”이라는 정체불명의 독재자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상 경찰들과 텔레 스크린으로 당원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텔레 스크린을 통해서 끊임없이 세뇌교육을 받고, 신어의 보급을 통해서 언어사용의 제한까지 받는다. 자식들이 부모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상범으로 신고까지 하는 무시무시하고 완벽한 통제 사회. 4개의 성이 있는데 평화성은 전쟁을, 진리성은 거짓말을, 애정성은 고문을, 풍부성은 굶주…(생략)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리고 그는 공개 처형된다. 윈스턴은 당에 체포되면서 모든 것을 빼앗긴다. 그의 일기, 자유 의지인 반역사상과, 그리고 마음까지도. 대신 그에게 주어진 것은 무엇일까? “대형”과 당에 대한 지극한 충성심일 것이다. “그는 대형을 사랑했다.” 라는 마지막 문장처럼. 어찌 되었건 종말은 참으로 암담한 것이다.
개인은 모두 없어지고 마치 몸의 손가락, 발가락처럼 사회의 아주 작은 부분으로서만 남는다. 모두 당의 지시에 따르고 그 외의 어떠한 생각도 품으려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철저하게 감시하고 모든 것을 다 알아 낼 수 있다고 해도 그들도 깊은 속마음만은, 자신도 주체할 없는 속마음은 그들도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의 생각대로 사상 자체를 품는다는 것이 곧 죽음이다. 이미 그런 생각을 한 것만으로도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또 그 기록이 남겨질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만에 하나를 생각하며 어떠한 흔적이나 충고라도 남기고 싶어했던 것이다. 비록 실패했더라도 말이다.아.. 윈스턴이 꾸었던 꿈이 생각이 난다. 그의 가족들은 그가 어렸을 때 죽었다고, 아니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아마도 누군가의 신고에 의해서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들의 사라짐으로 인해서 꿈속에서도 현실에서도윈스턴은 자꾸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내 생각이지만 그가 그의 가족을 신고한 것은 아닐까?
그들에게는 과거를 기록한 역사가 하나도 없는 것처럼 자신의 과거도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을 테니까. 단지 기억을 못하는 것일지도. 그들의 세상은 정말 알고 싶지 않은 세상이다. 생각도 없고 자유도 없고 단지 “대형”과 당만을 위해 일하는 것이 전부라니.. 인간성이라는 것이 그들 안에 남아있는 것일까? 그들은 마치 동물과도 같다. 앞뒤 생각도 없고 따질 줄도 모르고 단지 눈 앞의 상황에만 번쩍하는 동물들과도 같다. 인간이라고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이다..
아마도 작가는 인간성을 완전히 상실한 윈스턴 스미드라는 한 인간을 통해서 전체주의 사회를 고발하고자 했던 것 같다. 사회가 정해주는 길을 따라서 그 사상을 따라서 살아가는 것이 어떻게 보면 안정적이고 권태로울 수도 있는 길이다. 자유 의지와는 상관 없이 나를 위해 잘 닦여져 있는 길. 옳고 그름을 다수가 만드는 것은 아니니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 길이었을까? 윈스턴이라는 한 사람의 삶을 보면서 그의 생각과 고통, 그리고 비참한 죽음을 보면서 사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 권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그리고 이데올로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 책만큼 웅변적으로, 그리고 마음 아프게, 그리고아름답게 내게 가르쳐준 것은 여태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그 책을 생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려워진다. 존재하지도 않았고, 또 존재하지도 않을 사회이지만 난 더 이상 그 책 속에 있는 두려움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 1984년. 좋은 책이다. 위대한 책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 같은 책이나 글을 보지도 듣지도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
조지 오웰. 도대체 그의 생각은 무엇일까. 위험하게 느껴진다. 비록 지금은 그가 없지만 그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 위험하게 느껴진다. 그가 이런 사회를 바라고 쓴 것이 아닐지라도, 또 아니겠지만 그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상상을 한 사람인 것이다. 이제 그의 예측은 모두 빗나가고 영사, 신어, 텔레 스크린, 대형 따위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건만, 나에게 자꾸 불안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머리가 아파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