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네 집`을 읽고 그 여자네 집

‘그 여자네 집’을 읽고
책에 보면 글의 처음 시작부분에 지은이 박완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나와 있다. 그곳에서 박완서는 6.25전쟁과 60, 70년대의 근대사를 쓰셨다고 나오는데 그 점에서 이 글도 6.25전쟁 또는 60, 70년대와 관련이 있는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글을 읽어나갔다.
글의 도입부분에서 박완서는 ‘북한 동포 돕기 시 낭송회’에서 김용택 시인의 시 ‘그 여자네 집’을 낭송하게 된다. 이 시를 보니 시속에 화자가 그녀를, 그녀와 관련된 것 모두를 특별하게 보고 또 사랑한다는 것이 가슴에 와 닿았다. 시의 전문이 다 나와 있다는 점과 애틋한 사랑의 시를 제시한 것을 보니 아마도 박완서 씨가 꺼내게 될 액자 속 이야기와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발단부분이 끝나고 과거가 시작되면서 마을 행촌리의 배경과 액자 속 주인공에 인물소개가 이어진다. 지금은 찾아보기조차 어려…(생략)

이 문장에서도 무언가 불행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1945년 하면 떠오르는 아픈 역사, 6.25의 시작이었다. 고로 행촌리의 젊은 청년들도 전쟁으로 징용, 징병되어 갔다. 안타깝게도 그것이 만득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는 이 곳에서 배려 깊은 만득이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혹여나 곱단이가 과부가 되진 않을까 하여 혼사를 치르지 않고 전쟁터로 떠나는 만득이의 모습이다. 이런 점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먼저 생각해주는 어리지만 조숙한, 현명한 만득이의 인간됨을 엿볼 수 있다.
전쟁이 계속되고 안타깝게도 곱단이는 정신대를 피하기 위해 재취자리로 시집을 가고 만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뒤로한 체 다른 곳으로 떠나는 곱단이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식으로 전쟁으로 인한 마을의 피해가 계속되었다. 그 부분을 읽다보니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 해도 가슴이 너무 아팠다. 대체 전쟁이 무어 길래 왜 다른 나라들의 권력싸움에 휘말려 우리가 이렇게도 아픈 피해를 봐야 했는지, 그리고 정신대로 우리나라 여성을 괴롭히던 일본의 비속함에 대해 분노가 차올랐다.
쓰라린 전쟁이 막을 내리고 만득이는 무사히도 살아 돌아와 같은 마을 순애와 혼사를 치르게 되고, 휴전선이 행촌리를 이북 땅으로 갈라놓는다. 결국 그놈의 전쟁이, 원하지도 생각지도 않던 전쟁이 그저 순박하고 꿈만 같았던 이 둘의 사랑을 산산조각 내버린 것이다. 게다가 이 전쟁으로 인한 폐망이 곱단이와 만득이 이 둘뿐이었겠는가! 온 국민적으로 쓰디 쓴 고통을 남기었을 것이다. 전쟁을 위에서 조종하는 사람은 몇 안 되었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국민보다는 훨씬 적었을 테지. 그저 몇의 이익 내세우기로 인해 전 국민이 죽고 부상을 당하고 가슴에 상처를 끌어안아야 하니 이것이 상상이나 되는 일인가.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시간은 계속 흘러 액자에서 빠져나와 현재로 온다. 여기서 박완서 씨는 마을 군민회를 통해 장만득 씨를 다시 만나게 되고 순애와도 연락이 닿게 된다. 여기서부터 절정, 소설에서 가장 긴장되는 부분이다. 만득이의 아내 순애는 박완서 씨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하소연한다. “장만득 씨가 아직도 순애를 잊지 못한다. 심지어는 유람선 여행에서 곱단이가 있을 신의주를 향해 펑펑 울어버리기까지 했다.”라는 등의 말이었다. 만득이와 곱단이의 사랑이 무지 컸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장만득 씨는 저물어가는 노인이 되었는데 정말 그는 아직도 곱단이를 못 잊어할까? 아마도 그것이 순애에게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으로 글속에서 작은 반전을 준다. 가슴앓이로 인한 순애의 죽음이다. 박완서 씨는 이로 인해 그동안 순애의 아픔을 이해하고 아련한 기억 속에서 아직 십대로 살고 있는 만득 씨와 수십 년을 보낸 그녀를 불쌍히 생각하게 된다. 나 또한 이것이 사실이던 아니던 끙끙 앓아가며 생애를 살 수밖에 없었던 순애를 동정하는 마음이 들었다. 또한 이런 사건으로 인해 이 글의 결말이 더욱 비극으로 빠지는 것 같아 보였다.
이삼 년 후, 박완서 씨는 정신대 할머니를 돕기 위한 모임에서 우연히 장만득 씨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곳에서 만득 씨에게 진실을 듣게 되고, 마지막 반전을 주면서 이 글은 끝을 맺는다. 만득 씨는 진실로 곱단이는 잊은 지 오래고 자신의 모든 행동은 일본의 제국주의적 폭력에 의해 고통을 받은 전 국민의 대한 분노였다는 것이다. 글의 가장 마지막 부분 ‘장만득 씨의 눈에 눈물이 그렁해졌다.’라는 부분을 보고 만득 씨가 한 해명에 진실이 담겨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만득이와 곱단이의 사랑은 깨어졌다. 곱단이는 재취자리로 원치 않았던 시집을 가게 되고, 만득이도 순애와의 어쩔 수 없는 혼사를 치르게 되었다. 원치 않게 이루어진 사랑은 오래 가지 않는 법이었던가. 순애의 안타까운 죽음이 뒤따르면서 소설은 더욱 슬프게 이어진다. 거기다가 만득 씨는 일제에 대한 강한 분노를 품게 된다. 이 모든 비극이 그저 아름다웠지만 안타깝게 깨어진 사랑이야기였을까? 절대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것은 아픈 민족사가 할퀴고 간 상처의 단면을 정확하게 보여준 한 예라고 나는 해석했다. 전쟁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소중한 것을 잃게 된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몸뚱아리를 잃어 불구가 된 사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 이처럼 사랑을 잃은 사람까지 일일이 말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얼마나 슬프고 얼마나 분통했을까. 그토록 전쟁은 우리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응어리를 남기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소설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해주는 것 같다. 지금 우리 민족의 이루지 못한 가장 큰 과제, 통일이 그것이다. 전쟁의 상처는 너무나 아프지만 언제까지 그것을 붙들고 쓰러져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어서 아픔을 딛고 일어나서 이산가족의 상봉이라든지 남북한의 교류, 그리고 통일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