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신불`을 읽고 등신불

`등신불`을 읽고
"비극적 운명을 초월하는 인간의 모습" 김동리씨 소설들 중 대다수의 작품이 주제로 삼고 있는 화두이다. 등신불의 내용은 문학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셔서 아주 개략적인 내용은 알고서 읽었지만, 전해 듣고 내 멋대로 상상한 것과 직접 읽고서 느낀 감정간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 아무튼 `굉장히 독특하고 희귀한 주제로 쓴 소설이겠구나` 하고 펼치었을 뿐이다. 애초에 만적의 고뇌와 아픔 그리고 종교적 승화 이런 것들은 생각해 볼 여지도 없이 그저 흥미로 읽어 내려갔다. 초반부의 외화에서 서술자가 강제 징용 당한 한국인이며 중국에서 목숨을 부지하고자 탈출해 원혜 대사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은 시대적 배경을 제시해주고 극한 상황을 바탕으로 사실적인 효과를 높여준다고 생각된다. 즉 현실성을 부여해주는 것이다.
또한 특기할 만한 부분은 등신불의 묘사 장면이다. 서술자는 등신불을 오뇌와 비원이…(생략)

급기야는 자신의 몸을 불태워 부처님에게 공양하는 `소신공양`을 결행하기에 이른다. 만적은 스스로 몸을 불사르고 그 광경을 보며 기도드힌 신도들은 신이한 영검을 경험하게 된다.
만적의 희생적인 결심은 물론 그 자체로서 가벼이 평가할 수 없는 것임에 분명하다. 만적이 소신공양을 결행할 때의 마음은 그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감안하면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만일 내 자신이 만적이었다면 소신공양과도 같은 극단적인 결정은 감히 스스로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현세에서 깨우침을 얻어 고통을 극복하려고 안주했을 것같다.
여하튼 만적의 소신공양은 사신을 병마로부터 구제시키고자하고 모친의 죄를 사하고저 하는 소망이며 무량겁과도 같은 현세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을 종교적 희생으로 승화시키려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덧붙여, 죽음을 통해서 비극적 운명을 초월하는 만적의 모습은, 꼭 소신공양과 같은 극단적인 행위가 현세의 번뇌와 슬픔에서 탈거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는지 그것만이 인간고해의 귀결점인지 스스로 반문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