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을 읽고 빨간 머리 앤

‘빨간 머리 앤’을 읽고
`빨간 머리 앤`을 읽고있는 나를 보고 주위의 반응은 이러했다.
"야, 읽을 책이 그렇게도 없니? 이런 책이나 읽고!"
그때는 그냥 대충 웃어 넘겼지만, 만약 그들이 다시 똑같은 말을 묻는 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희 같이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하고 무슨 대화가 통하겠니?"
앤이 자주 말했듯이 말이다.
날 이토록 즐겁게 해준 소설이 또 있었을까? 아니, 아직은 없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토록 유쾌했던 적은 그 어떤 무협지에서도, 판타지에서도 그리고 현대 소설에서도 없었다. 그래 그랬다.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앤"특유의 생동감이 나에게도 그대로 느껴졌다.
만화나 소설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앤은 참 허영심이 많은 소녀이다. 아주 황당할 정도상상력도 풍부하고 말도 많다. 이야기 속의 모든 재미있는 사건이 바로 이 앤의 황당한 "허영심과 상상력"에 의해 펼…(생략)

오랜 시간 고민 할 것도 없이 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한가지였다. 바로 `우리들은 턱없이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것`, `눈앞에 보이는 것을 바로 믿지 못할 만큼 약았고 굼뜨다는 것`
사실 앤같은 실수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실수를 딛고 일어서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비록 사소한 것일망정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것은 이 소설이 쓰여졌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인 모양으로 앤은 참 많은 현실과 갈등을 빚어낸다. 하지만 그것들 모두를 앤은 자신만의 상상력과 기지로 이겨낸다. 우리는 어떠한가? 일말의 상상력이라도 남아있는가? 현실은 공상에 빠질 만큼 우리를 여유롭게 두지 않고, TV나 컴퓨터는 일말의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틀에 박힌 고정관념들은 거기에다 한번 더 쾅쾅 못질을 해 버린다.
이러한 우리에게 앤의 이야기는 새롭게 다가 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앤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상상을 할 수 있으니까, 우리처럼 현실을 피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현실은 우리를 가만히 꿈꾸게 두지 않는다. 꿈만 꾸고 있다간 밥 빌어먹기 십상이다. 그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꿈도 꾸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과연 좋은 일일까? 현실과 꿈의 경계를 제대로 구별 할 줄 모르는 것이 정신병이라면 꿈을 꿀 수 없는 것도 정신병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지금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난 걱정스럽다. 요즘 아이들은 과연 얼마나 어린이다울까?
상상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그저 받아들이기만 할 줄 아는 그대에게, 그리고 한참 상상을 해야 하는 나이의 그대에게 "빨간 머리 앤"을 소개 시켜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