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독후감 손님

우리에게 황석영 같은 작가가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누가 뭐래도 황석영은 큰 작가이다. 그리 두껍지 않은 한 권의 책을 오래도록 붙들게 한 것은 큰 작가만이 줄 수 있는 감동 때문은 아닐까? 이 소설은 리얼리즘 소설이라지만 소설 속에 나오는 사건들은 너무나 비극적이고 끔찍해서 마치 하나의 이야기 같다. 허구성이 가득한 괴기담같이... 처음 마마 걸린 아이를 나무에 매다는 을씨년스러운 꿈 이야기부터 구덩이에서 들려오는 바이올린 소리 같은 기괴한 풍경은 옛날 흑백영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작가 자신에게는 사실적이고 눈에 보이듯 생생할 테지만 전쟁을 겪지 못한 나는 영화 속 장면을 먼저 떠올린다. 그것이 내가 최대한 그 당시의 상황에 손을 뻗치고 동감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영상문화에 지독히도 세뇌되어 버려 이제 필름처럼 뇌에 끼어진 영상을 통해서만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 시간은 다큐멘터리 흑백 필름처럼 남을 뿐이…(생략)

기에는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닐까. 아직도 사실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 용서보다는 죄를 물어야 할 것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이제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고 판단한 것일까. 그런데, 전후세대인 난 왜 이리도 화가 나고 용서할 수가 없는 것인가. 그렇다.. 아주 뼈아픈 기억일수록 하나하나 낱낱이 까발려서 그 본질을 파악해야만, 그래서 그 일들을 인정하는 길만이 오히려 우리 기억 속에서 지워지고, 아픔이 아닌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 세대는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아니어서 전쟁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끼지는 못했지만 ‘손님’을 읽은 내내 우리가 겪은 민족의 비극을 충분히 느끼게 했다. 너무나 순수해서 무지할수밖에없는 그들은 윗분들의 이해 때문에 무고한 피를 흘렸을 때 무척이나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나왔다. 소설의 전체적인 스타일과 전개방식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