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의 연인`을 읽고 스푸트니크의연인

하루키의 작품에는 항상 이상야릇한 분위기의 인물이 나온다. 17년이나 연상인 여자 뮤와 사랑에 빠진 처녀 작가 지망생 스미레, 그리고 그녀를 멀리서 안타깝게 사랑하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하루키만큼이나 독특한 책이다. 멀리서 관망하는듯한 문체와 감정이 극히 생략된 묘사는 여전히 일품이다. 그리고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매력적이다. 서로 엇갈려 절대 만나지 못하는 탐사선을 인간들의 상황에 비유해 사람들간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와 그 거리감에 대한 얘길 하고 있는 소설이다. 생각보다 내용이 짧고 단순한 플롯에다 갑작스런 실종과 하루 저녁에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한다는 식의 기이한 현상을 소설에 접목시키고 있는데 그것은 하루키가 그의 소설들에서 자주 사용하는 익숙한 전개법이라 별로 새로운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스푸트니크, 라는 발음도 제대로 못하면서 그저 하루키의 책이란 이유 하나로 읽기 시작한…(생략)

맞추고 있으니 이해력을 필요로 할만큼 어려운 부분은 전무하다. 그리고 특히 스미레와 뮤의 얘기와 `나`와 학부모와의 얘기가 나눠 진행되는 식인데 나름대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두개 있다. 하나는 `나`의 불륜상대인 여성의 아들이 도둑질을 하게 되자 그 문제를 풀어가다가 그 아이에게 더이상 잘못하고 싶지않아 의미없는 만남을 그만두자고 아이의 엄마에게 말하고 결별하던 장면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했다기보다 서로의 삶에서 약간의 탈출을 하고 싶어 불륜을 저지른 경우일 것이다. 결국 마음의 공허를 그런 식으로 밖에 풀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소극적인 반항이라는 점에서 씁쓸했었다. 또 하나는(이건 소설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거지만) 스미레가 한국인들이 개는 물론이고 고양이까지 먹는다고 하던데 진짜냐고 뮤에게 물어보는 장면이었다. 먹는 걸로 치자면 세계에서 중국을 따라갈 인간들이 없을 텐데 한국인들의 먹거리 편력은 이미 주변국에 과장된 형태로 소문난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진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