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읽고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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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인내와 사랑으로 위기를 극복한 빛나는 의지
-"어머니"를 읽고-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TV를 켠다. 간밤에 일어난 지구촌 곳곳의 사건들을 뉴스로나마 멀찌감치 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이들 우산을 챙겨야 할지 따뜻하게 옷을 입혀 보내야 할지 "오늘의 날씨"가 하루를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상 뉴스"라는 게 원래 빗나가기 일쑤지만 그래서 전문성을 고려하면 참고를 해도 손해 볼 건 없지 않겠는가!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가뭄으로 양수기 살 돈을 모금한다 했더니 어느새 폭우 산사태 인명피해까지.... 한 치도 알 수 없는 우리 인생이 꼭 변덕스런 날씨와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걸 이렇게 아웅다웅 사는 소시민들은 쉽게 공감을 할 것이다.사실 즐거운 날 보다는 힘겨운 날이 더 많다고 우리는 푸념하지 않는가! 그리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샆지 않는가!
그렇다.꿈속에서라도 달려들어 안기고…(생략)

누구에게나 언제 어디서나 예상치 못한 일들은 닥쳐 오느 법,그걸 우린 운명이라 단정짓기도 한다.인간이기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임을 전제로 할 때 이 책의 내용도 운명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해석하고 싶다.누가 그랬던가!
숙명은 개척할 수 없지만 운명은 극복할 수 있다고......
가장의 사업부도에서 발단이 된 가족의 불행은 하루 아침에 보금자리를 산산조각 내고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하는 시점에서,함께 남은 누나 은수와 동생 영웅이의 세상버티기는 마치 한국전쟁 직후의 상황을 연상케 한다.
하루아침에 둥지를 잃어버린 어린 새에게 냉정한 사회는 도사리고 있던 독사였다. 책 첫장을 펴자마자, 겁에 질려 잘못했다고 부들부들 떠는 여린 소녀의 등장에 분노를 참지 못했다. 방어할 능력조차 없는 가녀린 소녀를 무참히 짓밟아 버린 이 사회의 일그러진 욕망과 비뚤어진 양심으로 사는 어른들이 참으로 한심스러웠다. 기성세대들의 각정과 시급히 풍어야 할 사회적 문제가 아닐까 싶다. 반면 오늘날 일부 몰지각한 신세대들의 타락한 사고방식에 무언의 충고를 가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이렇듯 여러 관점으로 볼 때 이 책은 어떤 특정한 인물이 주인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제목이 "어머니"여서 역할의 비둥을 어머니에게 두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내내 등장하는 인물 모두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남매가 역경을 헤치는 과정에선 친구 세희가 이들을 그림자처럼 따르며 도왔고 폐인이 되다시피한 어머니 곁엔 의리의 경상도 아주머니 정숙이 있었다. 그리고 가정을 재구성하는데 공이 컸던 인정 많은 청년 준영과 아버지가 재기하도록 묵묵히 도와 준 옛 직원들 역시 운명은 인간의 단합된 의지로 개척 될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 주었다.
과연 혼자서라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만일 내가 은수였거나 어머니였어도 깊은 자괴감에 빠져 혼자서는 쉽게 헤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더 큰 유혹 속에서 허덕였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막다른 골목에서 인간은 사랑 남기 위한 본능적 오판을 할 가능성이 많을 테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지리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이들의 마지막 양심은 사랑 있었다. 이는 아내와 자식이 자기 때문에 수렁에 빠졌다고 자책하는 아버지의 독백 속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서로 다독이며, 감싸며, 보살피며.... 내가 누군가를 아꼈듯 이 그렇게 아껴 주는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기도 하면서...."
동감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서로 보듬고 사는 것만이 바람직한 사회를 구성하는 큰 힘이 아닐까? 한편 내적으로는 자식을 정성으로 보살피고 키워야 하는 부모의 자리와, 부모를 따르고 곤데 자라줘야할 자식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 한지도 절실히 깨달았다.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어머니"는 분명 인내와 용기 그리고 사랑을 가르쳐 준책임에 틀림없다.
거센 폭풍우가 지나간 자리에서 맞이하는 고요하고 발그레한 여명, 어느새 머리 속에 그려진 평화로운 그림을 책을 덮고도 한참이나 감상했다. 이 순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을 세상의 많은 어머니들과 자식들 그리고 무거운 짐을 지고 재기를 꿈꾸는 아버지들에게 이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싶다. 부디 그들의 생활 구석구석으로 희망이 스며들어 오랫동안 행복으로 번졌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