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을 읽고 폭풍의 언덕

온전한 사랑으로 아름다운 열매를
-`폭풍의 언덕`을 읽고-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산다는 걸 핑계로 책을 놓은 지가 꽤 됐는데, 무엇을 읽고 어떻게 써야 할지 많은 고민에 시달렸다. 여학교 때 눈시울을 붉혀 가며 밤새 읽었던 ??폭풍의 언덕??을 딸아이의 책꽂이에서 뽑아 들었다. 그때의 그 감동이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있기 때문일까?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을 사랑하는데 있어서 과연 영원한 사랑이 가능한 것일까? 나는 이 작품에서 약간의 묘한 매력을 느낀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인간의 사랑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집시인 히스클리프가 캐서린의 가정에 양자로 들어오면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첫눈에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히스클리프의 삶과 함께 순탄치가 않다. 그는 캐서린의 오빠 힌들리로부터 인간적인 취급을 받지 못하고 학대를 받자…(생략)

스클리프와 캐서린의 불같이 타오르는 사랑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자기와 결혼한 여자를 심하게 학대하여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 집안의 유산을 캐서린에게 돌리려고 계획한다. 그러나 캐서린은 여자아이를 낳고 세상을 떠난다. 어느 날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의 무덤을 파서 그 시체를 끌어안고 울부짖는다. 그 무엇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결한 그 사람을 파괴적이고 악에 집착하여 복수케 했던가? 사랑이라는 것은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하는 것인 만큼 굉장한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사랑이 적당한 목재를 태우면 그들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따스함을 줄 수 있지만 혹여나 불씨가 사람들에게 떨어지면 많은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히스클리프의 사랑이 바로 이러했다. 그가 캐서린에게 그렇게 까지 집착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의 어떠한 정신세계가 무덤에서 파낸 시체를 붙들고 울부짓게 했을까? 나는 그의 행동에 몸서리치면서 동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려서부터 냉정한 현실 속에 떠돌아다니면서 자연스레 동물적으로 생존의 투쟁을 해왔을 것이고 또 양자로 그 집에 들어오면서 받았던 비난과 학대로 뿌려진 악의 씨를 그는 무력하게 두고 볼 수 밖에 없었으리라.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사랑을 갈구한 그는 자연스레 위험의 길로 사랑을 몰고간 것이다. 그는 캐서린의 죽음으로 재산을 빼앗을 수 없게 되자, 아들을 이용해서 캐서린의딸과 결혼케 하여 그와 캐서린 사이를 멀게 한 후 캐서린의 남편 에드가의 재산을 몰수하려 한다.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인간이라는 운명 속에서 벗어나려 한 그였지만, 결국 그는 인간이면 누구나 거치는 죽음이라는 숙명 안에서 한 인간으로 순종하며 나약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나는 학창시절에 받았던 감동과는 달리 강한 충격을 받았다. 악으로 뿌리내려진 정신을 소유한 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또 사랑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결국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 살다 가장 강해 보이는 그가 결국 가장 불쌍한 인간으로 살다간 것이다.
이제 중년의 나이로 접어든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나도 좋지 못한 생각과 습관으로 단지 목적만 바라보고 몸부림만 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로 인해 때때로 타인에게 상처도 입혔을 것이다. 나는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려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방해받는 것 없이 주어진 내 길을 가고 싶고 온전한 사랑으로 아름다운 열매들이 맺혀지길 바라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