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아홉 켤레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이 책의 주인공인 ??나??는 선생님이다. 20평 짜리 주택에 세들어 살던 주인공은 성남의 고급 주택가로 이사를 가게된다. 재정상의 문제 때문에 방 한 개를 세놓게 되는데, 그 방으로 이사온 권씨는 소요를 일으키다가 징역을 살다온 전과자였다. 이사올 때부터 권씨네는 전세금의 반은 내지도 않았고, 그 아내는 두 명의 자식 외에 한 명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 그나마 출판사를 다니던 권씨가 직업마저 잃고 난 후 권씨네 집안 형편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런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구두 닦는 일은 잊지 않는 권씨..!! 주인공은 그 권씨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얼마 후 아내가 순산을 하지 못하고 수술을 하게 된다.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한 권씨는 주인공을 찾아가 돈을 빌려줄 것을 부탁하지만 ??나??는 거절한다. 그 뒤 권씨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뒤늦게 자신의 이중성을 느낀 주인공은 수술비를 주어 권씨의 아…(생략)

서는 ??가진 자인가, 아니면 못 가진 자인가..?? 둘 중 하나를 강요하는 세상 앞에서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고 경계에서 망설이고 있는 두 사람-오선생과 권씨-에 대해서 잘 보여주고 있었다.
작가는 ??부자는 경멸해도 괜찮은 것이지만 빈자는 절대로 미워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고 그들의 어려움을 마음으로 외면하지 말자??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것이 언제까지나 이론에 불과한 주인공인 ??오선생??의 모습을 통해 지식인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비판한다. 세상을 향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깨어있는 정신의 소유자여야 할 지식인들이 당연한 것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는 세상..
사회에서 소외된 무능력자가 된 권씨의 경우를 보자. 광주 대단지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해도 권씨는 오선생과 같은 평범한 시민이었다. 그러나 사건 당일, 경찰과 투쟁을 벌이던 사람들이 삼륜차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참외 더미 쪽으로 달려들어 그걸 다투어 먹는 모습을 보고 가난한 자의 생존의 절실함을 느끼는 순간 권씨는 세계의 모순에 대한 분노를 갖게 된다. 그 사건 이후 권씨는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세상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고, 사회에서 무시되어 가장의 의무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에게 있어서 열 켤레의 구두는 마지막 남은 체면이자 자존심이다. 그가 습관적으로 구두를 닦았던 것은 현실의 냉혹한 폭력 속에서 상처받고 소외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권씨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였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답답하고 끓어오르는 마음을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서 오선생과 권씨의 마음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난은 인간을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사회가 만든 악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나 자신은 가진 자가 되기를 원하는 위선과 이중성..!! 어쩌면 그 동안 난 현실의 절박하고 처절한 생존 문제를 고의적으로 아득한 의식 속에 묻어버림으로써 실제적인 갈등과 대립에서 눈을 돌린 것일지도 모른다.
난 진정한 휴머니스트인지, 이 책의 ??오선생??과 다를 바 없는 두 얼굴의 사람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