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겐」을 읽고 맨발의겐

원자폭탄에 파괴된 삶
-「맨발의 겐」을 읽고
맨발의 겐이라... 처음 책을 대면하는 순간, 톰소여의 모험이 금세 떠올랐다. 개구쟁이 소년의 모험담. 뭐 그런 식이겠지..... 하고 책을 보았다. 만화책이네! 게다가 10권씩이나!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금새 책에 푹 빠져들었다. 그러나 1권을 다 보기도 채 안돼서 이 책을 너무 과소 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란하고 화목한 한 가정의 전쟁으로 인한 파괴... 이것이 책이 품은 내용이었다. 태평양전쟁 중 일본의 모습이란 정말 참담했다. 먹을 것이 없어 고구마로 연명하고... 보리만 먹어 쌀밥 한 그릇 먹는 것이 소원이라. 하루가 멀다하고 폭격이 전 일본열도를 쑥대밭으로 갈구고 있었다. 이렇게 될 줄 알면서 전쟁을 일으킨 일본 군부정권. 정말 나쁘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국가들은 벌써 다 항복했는데 일본은 왜 항복하지 않았는지? 또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고 항복하…(생략)

시의 생존자들은 모두 원폭의 여러 병에 시달렸고 그 자식들까지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리다 결국 어린 나이에 사망했다. 겐의 어머니도, 동생 또 좋아하던 여자가 그러한 피해자다. 그러나 나까사키 시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건 만화를 보고있는 나로서도 참을 수가 없는 잔인한 학살이라 생각한다. 일본은 항복하고 미군정이 들어서 일본열도는 안정을 되찾았다. 진작에 항복이 필요했는데...
또 놀라운 사실은 일본을 책임지는 총사령관 맥아더가 한국전쟁 중 압록강 주변에 원폭을 터뜨리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통일이라도 되는 줄 착각했었나 보지?? 국제사회의 원폭 반대 시민여론이 높아지자 미국의 트루만 대통령은 맥아더를 해고시키고 원폭 투하 계획을 취소했다. 만약 원폭이 우리 나라에 투하됐다면? 고아와 기형아가 들끓었을 것이다. 또 미국과 원수지간이 되었을 지도...
고아인 겐은 어머니도 잃고 원폭투하 당일 태어난 동생까지도 잃었다. 그러나 같은 원폭 고아들과 함께 여러 방면으로 세상을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돈을 훔치기도 하고 구걸도 하며 암시장을 돌며 장사도 했지만 결국엔 새로운 가정을 만났고 평화로운 새 일본을 꾸미고 있다는 것이다. ‘맨발의 겐’에서 맨발로 열심히 뛰어 신발을 구해 신으라는 깊은 뜻을 찾을 수 있었다.
서로를 죽임으로써 평화가 온다는 전쟁주의자들의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군인도 모두 어버이와 가족을 둔 국민이고 그 상부의 지시에 따라 전쟁을 하는 것이므로 무고한 국민이다. 결국 겐의 생존과 원폭의 피해도 여럿이 모여 함께 꿋꿋이 살아가면 원폭이 아닌 그 어떤 상처라도 다듬어 줄 수 있고 전쟁과 슬픔을 딛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암시해 주었다. 또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끔 하는 평화국가가 설립되는 밑바탕이 된다고 나는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