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를 읽고… 독후감 서편제 를 읽고…

『서편제』를 읽고…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독자는 작가가 풀어 놓은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그 곳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 의미 등을 찾아내야 한다. 따라서 소설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작가가 다양한 방법으로 숨겨 놓은 의미를 재구성하여 작가가 제기한 문제의식에 정확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서편제의 작가 이청준은 토속적인 민간 신앙, 산업 사회에 있어서의 인간 소외 현상, 인생의 참된 가치와 의미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품을 저술하였다. 특히 위와 같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한국인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잘 살려내어 더욱 명성이 있는 작가이다. 그 중에서도 운명이라는 삶의 굴레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 ‘한’을 표현한 ‘서편제’야 말로 이청준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연작 소설 남도 사람에 실려 있는 서편제는 전라도 보성의 한적…(생략)

, 그가 곪아터진 마음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엿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예술이 사람을 먹어버리는 순간, 아비는 딸아이의 두 눈을 멀게 만들었다. 그러나 딸아이는 그런 아비를 원망하지 않는다. 진정한 소리꾼이 되기 위해 가슴속에 ‘한’을 품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의 손으로라도 ‘한’을 만들어 심어야 한다. 라는 아비의 생각에 말없이 동의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사생아로 태어나 어미의 얼굴도 모른 채 평생 소리꾼인 아비를 따라다닌 딸아이에게 한이란,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 각인된 하나의 운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 표면에 드러난 것만으로는 한의 실체가 분명하지 않지만,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어했던 한의 실체는 어쩌면 소릿재 주막을 찾은 사내의 말처럼 사람의 한이라는 것은 심어 주려고 심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 살이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긴긴 세월 동안 먼지처럼 쌓여 생기는 것이라는 주제가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삶의 마디마디에 맺혀 있는 한을 풀어 나갈 때 그 것은 신명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따라서 한은 단지 마음 아프거나 원망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한의 본질을 이해하여 그 아픔을 한껏 껴안는다면 우리는 그 것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