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 속의 외침 독후감입니다 가랑비 속의 외침

종종 유년시절에 관한 소설을 찾다보면 왜 이리도 우울한지 읽고 나면 무척이나 울적해진다. `가랑비 속의 외침`도 마찬가지로 세상사는게 결코 쉽지많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다. 파렴치한 아버지와 난폭한 형 때문인지 자폐아적인 성격을 가진 손광림이 바라보는 세상은 무척이나 가혹하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다 죽은 동생... 그 동생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고 `영웅`이라는 호칭에 급급해하는 어른들을 바라보며 무척이나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 이 작가의 유명한 작품을 밤새도록 읽고 난후 엄청난 감동을 안고 며칠을 살아갔던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문체도 낯설고 배경역시 우리 문화와 많이 다른것 같아 읽기가 쉽지 않았다. 흔한 베스트셀러 현대소설만 읽어오던 나에게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지기도 하는 소설이다. 하지만 흔한 베스트셀러에서 느끼기 힘든 교훈과 무게감이 있었다. 물론 글을 쉽게 읽고 재미있게 읽고 눈물콧…(생략)

들여다보면서 삶의 지난한 고단함과 슬픔때문에 우울해질지도 모를일이다. 대쪽같은 영웅담은 없고 들판의 잡초같은 굴곡만으로 가득찬 손광림 가족사는 우리네 가족사와도 흡사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특별한 듯 보이는 모든 것들에 의심을 산다. 특별한 척할 뿐인 삶들에게 가래침을 선사하는 듯 한 느낌과 손광림에 남아있는 오직 하나인듯 한 `긍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산다는 것의 절정을 보여주는 듯 하다. 시골집 내 방엔 메피는 냄새가 넘쳐났다. `가랑비 속의 외침`처럼 옛날을 추억했다. 돌이킬 수 없는.. 위화만큼은 아니더라도 산다는 건 그와 별 다를바가 없는 듯 하다. 산만히 흩어진 기억들을 떠올리고 곱씹으며 흩어진 구슬 꿰메듯 하나 하나 주워보지만 모두 연결되리라는 확신도 없고, 영롱함도 없다. 여기서, 지금, 그리고, 이외에는 .... 과거는 있지도 않으면서 과거로서 존재하고 현재는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언제나 과거의 축적으로 남는다. 과자봉지 하나와 딱지 서너장이 절실했던 소망 같은 건 이제 있지도 아니하다. 슬프지만 기대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삼십대의 초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