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속의 외침을 읽고 가랑비속의 외침

가랑비속의 외침
위화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그의 책 「가랑비 속의 외침」을 읽고 난 후, 웃음이 쏟아지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유쾌하고 재치있는 글이지만, 돌아보고 곱씹어보면, 왜이리 처량한지....
위화는 인생의 비통함을 알고있는 팔십먹은 노인의 처연함과, 이십대 청년의 재기발랄함을 가진 작가이다. 그의 글은 젊은이들이 시간을 때우며 부담없이 읽기에 그만이지만, 읽는 중간중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왜 평범하기 짝이 없는 표현인데, 미사여구를 동원하지 않고 담담히 이야기했을 뿐인데, 그 한 대목 한 대목이 인생을 관통하는 것인지.....
그의 책 속의 인물들은 딱히 주인공이 없다. 분량에 관계없이 모두들 애정어린 시선으로 묘사된다. 여러 인물들은 하나같이 악한 사람도 선한 사람도 아니다. 그들은 다만 생활에 찌들이고, 당시의…(생략)

뿐이다.
어렸을 적에는 친구를 통해서 세상을 배워가게 된다. 손광림 역시, 꼬마적 친구 국경, 류소청과 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소소한 일상은 내가 학교에서 익히 겪었던 것과 같이, 치졸한 다툼이기도 하고, 괜한 자만심이기도 하고, 꼬맹이들의 의리이기도 하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마음을 열어보이며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철모르지 않다는 것을, 그의 글은 이야기해준다. 나름대로 심각했고, 고통스러웠고, 어쩌면 계산할 줄 모르기에, 피해가는 방법을 모르기에 더 잔혹했던 어린시절을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성장하면서 잊어버리게 된다. 나 역시 커가면서 점점 어린시절 기억을 잊고, 아이들이 다만 장난을 즐기며, 늘상 유쾌하길 바라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어쩌면 어른들의 이기심일 수도 있다. 훨씬 복잡하고도, 섬세한 것이 어린 아이들이니까.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어린시절의 나를 떠올려볼 수 있었다.
위화는 모든 인물들을 비틀어서 묘사한다. 하지만, 반감을 갖게 하는 인물은 없다. 인물의 행동이 허황될 수록, 치졸할 수록, 유쾌한 웃음과 그에 따른 씁쓸한 가르침을 남겨준다. 모든 인생이 이러한 것을.... 위화는 짐짓 책 밖에서 이렇게 기력 없는 목소리로 나에게 가르쳐주는 것 같다.
이 책은 다분히 중국적이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서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리라 생각된다. 인간에 대한 위화의 예리한 관찰력과 솔직담백함, 위태위태하고 절망적인 순간마다 터져나오는 폭소, 웃으면서 마음한켠을 예리하게 도려내는 그의 솜씨는 글을 읽는 내내 감탄하게 만들고 집중하게 만든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내가 지켜보았던 그 많은 주인공들이 어느새 내 모습이 되고, 우리 가족이 되고, 내 친구가 됨을 느꼈다. 위화의 글이 내 마음을 아우르고 있었다.
인생을 배우고 싶다면, 한번쯤 고민하고 싶다면 이책을 권한다. 유쾌하게 웃다가 쓸쓸해지는 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