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자서전을 읽고 간디자서전

간디자서전 : 나의 진리실험 이야기를 읽고..
간디 저/함석헌 역 | 한길사
간디씨, 나는 당신을 친한 친구처럼 대하고 싶어요. 나는 곤란한 일이나 혹은 잘 정리가 되지 않는 일을 만날 때 종종 당신을 떠올리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까 상상하곤 하지요. 그러니까 당신은 내 친구라고 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당신은 어찌보면 참 특별하고 어찌보면 너무 평범해서 웃음이 나오려고 합니다. 내가 당신의 글을 처음 읽은 책은 `위대한 영혼의 스승이 보낸 63통의 편지` 랍니다. 십 몇장을 읽을 때까지는 기대 이하로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얘기같아서 실망했지요. 그런데 한 순간 내 가슴이 후끈 더워지는 것을 느꼈고 나는 책을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읽었답니다.
당신의 진리를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한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내면의 소리가 곧 진리라는 말에 한순간 매료된 것이었을까요? 어쨌든 그 다음부터 제 생활에 크게 바뀐 것이…(생략)

마음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은 제목이라고 생각했지요. 좀 전에 당신은 특별하면서도 평범해 우습다고 말했죠? 이 책을 읽으면서도 같은 것을 느꼈답니다.

어렸을 때 친구의 유혹에 넘어가 교리를 어기고 양고기를 먹고서는 밤새 악몽에 시랄린 일, 변호사가 되었을 때 첫 의뢰를 받고선 막상 법정에서는 떨려서 말을 못해 그만 두고 만 일, 영국에서 유학할 때 결혼사실을 숨기다 약혼 제의까지 받고선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한 일... 이런 것들을 보면서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그 때의 당신 나이와 지금의 내 나이까지 따져가며 `나보다 그다지 나을 것도 없는 사람` 이라는 생각도 했지요.

그럼에도 당신이 해낸 엄청난 일 앞에서 나는 깊은 존경심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아프리카에서 인도인 지위 보장을 위해 벌인 투쟁과 힌두교도와 회교도를 하나로 묶기 위한 노력, 인도 참파란 농노들의 부당한 고역을 덜어주기 위한 투쟁... 이런 일들을 통해서 얻어진 결과도 놀랍지만, 그 일들의 정말 중요한 의미는 뿔뿔이 흩어져 있던 인도인의 마음을 하나로 모은 것이라고 느낍니다.

누가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나요?" 하고 물을 때 당신이 무슨 대답을 할 지 저는 알 수 있습니다. 책 머릿말에 이런 글을 썼더군요. `나 같은 것은 천백이 망하더라도 진리는 왕성해야 한다. 나 같은 잘못 많은 인간들을 심판함에 있어서 티끌만큼이라도 진리의 표준을 낮추어서는 안된다.`

이 말이 차츰 이해가 됩니다. 먼지보다 자신을 낮추어야 진리가 보인다고 한 당신, 당신은 오직 진리가 살기만을 바란 것입니다. 영국과 투쟁하던 자리에서도, 내면을 갈고 닦는 아슈람 생활 중에서도 당신은 항상 진리를 세우고 기꺼이 그 아래 밟혔지요. 그것이 당신의 진리실험이었죠? 당신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진리가 살아있는 것을 믿었고 그 믿음대로 인도 사람들은 당신이 앞세운 진리에 따랐습니다. 심지어 영국 사람들도 그 뜻에 복종하였죠.

참으로 놀라우면서 너무나 간단하지요. 아무런 계산도 없고 그저 내면의 소리에 따르는 것 한가지 뿐이었습니다. 당신은 그 소리에 얼마나 철저했던지 방직공장 파업투쟁에서 볼 수 있었죠. 내부각성을 위한 단식을 선언하고선 공장주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단식은 단지 노동자들이 맹세를 잊지않도록 각성하기 위한 것이니 공장주들은 이 단식에 있어 오해하지 말고 스스로의 입장을 지키라는 얘기를 했지요. 자기 자신을 생각해서도 그럴 수 없지만 사람을 앞세우는 생각으로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당신은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항상 진리 아래 두었지요.

삶의 뜻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무엇을 보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요? 나는 아직 당신이 얘기한 진리의 뜻을 뚜렸하게 보지 못했고 진리만을 내세워 살기엔 용기가 없습니다. 하지만 진리를 따르려는 행동 하나 하나에 스스로가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을 느끼며, 내 마음 속에도 당신이 받든 진리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