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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찍고 싶은 순간들
책 제목 : 박광수 감성사진일기 지은이 : 박광수
이 책을 서점에서 처음 접했을 때 매우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포장도 멋지고.. 갖고 싶은 책이라면 사지 않으면 못 배기는 나는 그 책을 보자마자 사고 말았다. 내용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거의 다 읽을 수 있었다.
박광수 씨는 ‘광수생각’을 그리는 만화가이다. 나는 ‘광수생각’을 매우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재치에 늘 놀라고는 했는데, 이렇게 사진 집이 나온 것을 보니 더욱 새롭고 재미있었다.
‘어른이 되면 남기고 싶은 추억이 참으로 많을 것 같아...’
나도 사진 찍기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다만 필름 값과 현상비 문제로 그리 많은 사진을 찍어내지는 못하지만, 올해 안에 우리 집에 디지털 카메라가 생겨 마음대로 셔터를 누르고 다니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산다. 지금 흐르는 이 시간.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다 없어지고 말아버릴 것들이 너무나 많다. 어른이 되어서 지금의 행복했던 순간을 추억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는 했는데, 가장 좋은 것은 일기와 사진이 아닐까 싶다. 일기는 글로 나의 하루하루를 적어 놓는 것이고, 사진은 내가 어른이 되면 사라질 만한 추억거리를 남겨두는 데 아주 유용할 것이다. 조금씩 추억거리들을 저장해 두면서 어른이 되었을 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할머니가 되었을 때도 나는 지금의 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무엇이든 하라면 못할 것이 없는 지금 이 순간. 내겐 그래서 이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다.
사진첩의 사진 중에 ‘어머니’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있다.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모델일 것이다. 얼굴의 잔주름과 곱슬곱슬한 파마머리.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어머니들은 대부분 비슷한 모습을 하고 계신 것 같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머리 스타일. 난 파마머리를 한 아주머니만 보면 괜히 죄송스럽다. 머리 가꾸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덜어 집안…(생략)
일 하는 시간을 늘리려 하는 어머니들의 마음이 다 드러나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머니가 된다면 나도 지금의 우리 어머니들처럼 가족을 위해 희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참으로 궁금해진다.
사진첩에서 청자 담배 사진을 보았다. 어디서 많이 보던 거라고 했더니, 옛날에 할머니께서 피우시던 담배이다. 어릴 때 담배 심부름은 늘 내가 했었다. 그래서 그 담배 이름이 매우 익숙하다. 지금은 저것도 골동품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지나간 시간의 무게를 익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고 버려지는 물건이 이 다음에 가서는 찾아보기 힘든 물건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모든 물건을 하나하나 정성 들여 다루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추억이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매우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사람은 자신이 행복했던 순간에 대해 기억하고 그것을 추억하는 일이 힘들 때 가장 큰 위로가 된다. 나는 이 다음에 어른이 되어서 추억할 행복한 기억이 많아서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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