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고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고
세계의 역사, 세계사. 공부하라고 하면 너무나 멀게도 느껴지는 말이다. 한국의 역사만 해도 반만년 가까이 되어 공부하려고만 하면 골머리를 썩는데, 세계의 역사까지 공부하려 한다면 그 방대한 양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느냐 하는 생각 때문이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이 책도 마찬가지로 읽어보기 전까지 심각한 거부반응이 있었다. 책이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 첫 장을 넘겨보지 못한 것이다. 세계사라는 이유로, 단지 역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책장의 무게를 무겁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억지로 펴게 된 책 첫 장. 머리말이 있었다.
저자 유시민은 민주주의 실현을 갈망한다고 했다. 우리가 진짜 민주주의 시대에 살게 된다면, 자신이 쓴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서점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역사책이 아니고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인가’하…(생략)

정도로 유명한 일화. 이로 인해 세계가 많은 피를 흘렸다.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생각해 주지 않고 이기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라고도 생각된다.
그리고 대공황 사건. 경제관련 부분으로 꽤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다. 1차세계대전 당시 가장 많은 부를 축적했던 미국이 전쟁 후 생산력과 구매력의 불균형을 보이면서 경제공황이 일어났을 당시의 이야기였다. 미국은 경제 공황에 대한 구체적인 타개책을 제시하지 못하다가 2차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군수물자를 생산, 판매하며 대공황에서 벗어났다.
아돌프 히틀러에 대한 이야기와 백인 우월주의의 피해자 말콤 엑스에 대한 이야기도 사회의 잔인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였다.
가장 가슴에 사무치게 읽은 이야기는 뭐니뭐니해도 일본의 역사왜곡과 일본제국주의 부활 이야기였다. 일본의 역사왜곡.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1982년과 1986년에도 이와 같은 일이 있었는데, 또다시 역사왜곡을 한 것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도 그러한 태도는 문제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물론 한국인들의 ‘냄비’ 대응과 반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본 정부의 반성이 보이지 않는 태도는 그 이상의 문제가 있다고 느껴졌다.
또, 핵에 관한 내용은 핵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가를 일깨워주었고, 독일 통일과 베를린 장벽의 내용에서는 우리나라의 통일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세계사라고 꼭 잡아 말하기도 어렵고, 중요한 사건들을 모아 놓은 책이지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책의 내용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각한 것들을 정리하면서 기억으로 새길 수 있었다. 내용도 그다지 어렵지 않고, 무엇보다 ‘거꾸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거꾸로’ 보면서 진짜 책을 읽는 것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뿌듯함도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