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여행기

‘거인의 나라’를 읽고
- 걸리버 여행기
정말로 걸리버 아저씨는 탐험심이 많고, 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책을 좋아하듯이 걸리버 아저씨는 배를 좋아한다.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거인의 나라라는 곳은 상상도 못 해 보았다. 사람들은 다 내가 영화에서 본 킹콩만 하고, 벌이나 파리 같은 하찮은 곤충까지도 내 몸뚱이만 하다니 정말 생각만 해도 무섭고 아찔하기만 하다. 나같이 겁 많은 아이가 거인의 나라에 갔다면 일주일도 견디어 내지 못하고, 곧 병이 났을 것이다. 정말 호탕하고 겁이 없는 걸리버 아저씨의 얼굴을 내 나름대로 상상해 본다.
우선 겁이 없는 사람은 눈이 작다고 하니까, 걸리버 아저씨도 새우같이 작은 눈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또 코는 영국사람이니 만큼 마치 밀가루 반죽을 붙여 놓은 것 같이 클 것 같고, 입은 남자이니까, 크고 두툼한 입술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걸리버 아저…(생략)

마음씨가 백설 공주의 계모처럼 악독하고 자기 이익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였다면, 이 부탁을 강경하게 거절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찌 되었건, 거인의 나라에도 착한 사람이 있었기에 걸리버 아저씨가 건강히 지냈을 것이다.
소녀의 집에서 걸리버 아저씨와 쥐와의 결투에서는 나는 나도 모르게 킥킥 웃었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부엌에서 기어 다니는 쥐와 생사를 걸고 싸우다니..... 그러나, 나는 잠시 후 금방 웃음을 그쳤다. 왜냐 하면, 나는 이 곳이 거인의 나라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인의 나의 쥐라면 우리나라에서 논밭을 가는 황소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번뜩이는 쥐의 이빨! 생각만 해도 오싹해지고 머리가 쭈뼛해진다.
나라면 그런 용기가 있었을까?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나는 밤에 혼자 화장실도 못 가는 겁쟁이인데, 그런 용기가 있을 리 만무하다. 걸리버 아저씨를 괴롭히던 그 꼬마! 그러나 꼬마라 해도 쳐다보지도 못할 거인이다. 나는 그 꼬마가 참 얄밉다.
마치 심술꾸러기 우리 오빠 같다. 몇 년 일찍 태어났다고, 툭 하면 심부름을 시키고, 머리를 쥐어 박는다. 화가 날 때는 엄마 아빠는 비교도 안 되고, 사람의 팔을 잘라 먹었다는 대공원의 호랑이라면 비교가 될까?
걸리버 아저씨의 집을 마치 몇 백년 묵은 나무같이 크고 무서운 독수리가 물고 갔을 때에는 정말 가슴이 두근거렸다. 또 그 집을 시퍼런 바닷물 속에 떨어뜨렸을 때는 내가 일을 당한 것 같아 머리가 쭈뼛해졌다. 하느님의 도움으로 집이 파괴되지 않고, 바다에 둥둥 떠 다닐 때는 불행중 다행이라 생각했다.
망망한 바다에서 떠다닐 때는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
나는 이런 일이있다. 저녁때, 남동생 성욱이가 아파서 병원에 갈 처지가 됐다. 엄마는 나 혼자 집을 보라고 했지만 밖은 껌껌해서 너무도 무서웠다. 할 수없이 집에 혼자 남았다. 아파트라서 단독주택보다는 무서움이 덜 했지만 정말 으스스했다.
혼자 있어서 외롭다는 것은 정말 큰 불행이요, 큰 벌이다. 죽음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데도 걸리버 아저씨는 꾹 참고 표류하다가 구조되었다. 정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거인의 나라 생활이 습성이 돼서, 집에 돌아와서도 소리를 질러 가며 말하고 모든 것에 우습게 보아 주위사람의 충고를 받아가는 걸리버 아저씨가 정말 우스웠다. 다시 행복을 찾은 걸리버 아저씨지만 바다를 잊지 않고 그리워하는 완전한 바다 사람 걸리버 아저씨의 마음이 웬지 이상하게만 느껴진다.
여자로서 남자인 걸리버 아저씨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는 걸리버 아저씨를 존경한다. 아니 친근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