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을 읽고 검은설탕이녹는동안

책 표지에 제목보다 크고 선명한 글씨로 `전경린`이라는 작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 이 작가만의 감각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청춘!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는 이도 많지만, 실상 청춘이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것이 사실이다. 청춘이란 앞으로 세상을 걸어나가야할 시발점의 시기인데 세상을 알아갈수록 뼈아픈 환멸과 절망을 느껴야하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가 아닐까 우수련은 어두운시대에 구질구질한 환경에서 어른이 되가는 아이이고 그 아이의 성장은 아름답지도 빛나지도 않고 그저 숨이 막힐뿐이다. 물속의 생명들과 함께 잠기지 못하고 홀로 수면위에 흔들리며 올라 앉아있는 수련화처럼, 주인공 수련은 스무 살의 인생을 가만히 품어줄 작은 공간과 그속의 평화로운 일상을 고파하고 있었다. 버젖이 부모가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데도 `어느 순간 부들 부들 몸이 떨릴 지경으로 외로…(생략)

집을 나와버린 우수련. 그리고 인생에 재미를 주기위해 이또한 무작정 시작해버린 연극. 남자친구 성재의 선배인 박해경이 연출을 맡은. 어떤 내용인지도, 도대체가 자기가 연습하는게 무슨 의미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단지 무대에 올리기 위해 열심히도 아닌, 대충대충 연습해 나가는 사람들. 바로 저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네 20살의 모습이 아닐까? 작가는 정말 이러한 스무살을 보냈을까. 아마도 그랬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 스무살을 보냈기에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모든 스무살을 위해 작가의 입장에서 써낸 소설이 아니라, 작가 본인. 글쓰기를 좋아하고 재주가 있는 한 여자가 자신의 스무살을 위해 쓴 습작. 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