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 대 학살]
여러 많은 추천 서적 중 이 “고양이 대학살”이라는 서적을 고른 이유는 제목이 나의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고양이 대학살”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이 마치 어떤 특정한 역사적 사실을 상징화하여 풀어낸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특정 역사적 사실보다는 18세기 프랑스 인들의 삶의 모습이 반영된,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민간 동화나 우스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을 시사하고 있었다. 그러한 관점에서 특히 1장과 2장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고 할 수 있다.
제 1장에서는 프랑스 하층민들 중 농민들의 모습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가 옛날부터 들어왔던 동화나 이야기들이 원래는 어떤 내용이었고 거기에 어떤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는지를 살펴 볼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서의 함축은 그들의 비참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비참한 현실의 반영이었던 만…(생략)
곳에서의 삶은 죽음과의 비정한 투쟁이었다. 죽음의 방해로 생식력이 끝날 때까지 같이 도달했던
부부도 거의 없었다. 평균적으로 다섯 명의 남편중 한 명은 아내를 사별하고 재혼을 함으로써 계모는 모든 곳에서 급증하게 된다.
계모의 학대와 이복형제들 사이에서 전실 자식들의 고달픔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투영된 이야기의
대표작이 [헨젤과 그레텔]이다. 근세 초 프랑스의 농민들은 계모와 고아의 세계, 비정하고 끝없는 노동의 세계, 거칠고 동시에
제어된 잔인한 감정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우리가 이 시대의 문맹자들의 삶의 모습을 안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민담의
모음집은 자취를 남기지 않고 과거 속으로 사라진 문맹의 대중과 접촉할 수 있는 진귀한 기회의 제공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역사적 문서처럼 시대와 장소를 정확하게 가르쳐 줄 수 없다고 민담을 왜곡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민담이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하류 계층의 삶을 가장 진솔하게 드러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제 2장에서도 하층민의 삶의 모습을 투영해주는데 다만 1장과의 차이점은 비참함의 대상이 농민이 아니라 노동자 계층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농민 계층처럼 막막한 현실만이 자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반감을 가지고 있는 부르조아 계급에 대한 통쾌함을
살짝 엿 볼 수 있다. 노동자들에게는 유쾌하기 까지한 이야기는 생 세브랭 가의 고양이 대학살이라는 이야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내용은 대강 이러하다.
생 세브랭가의 인쇄소에서 일하는 견습공들은 혹독한 노동의 강요와 형편없는 침식을 제공 받으며 일을 한다.
그들은 주인집에서 애지중지하는 고양이보다 더욱 나쁜 대우를 받으며 혹사당하는 것이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제롬과 레베이에가
꾀를 내어 주인집 지붕위에 올라가 밤마다 고양이 목소리로 울어대었다.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주인집에서는 고양이에게
악마가 씌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고양이들을 없애라고 명령한다. 견습공들은 주인이 가장 아끼며 죽이지 말라고 한 고양이를
가장 먼저 죽이고서는 놀라는 주인 앞에서 거짓 충성을 보이며 그들을 속으로 조롱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고양이 학살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바로 노동자들 전체에 퍼져있던 ‘부르조아’에 대한 증오를 표현한
것임을 시사한다. 그 시대의 노동자들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의 물건으로 취급 당하던 시기였다.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을 유지
할 수 없었던 임금, 형편없는 작업 환경, 불안하기만 한 부당 해고의 위협, 열등한 직업이라는 사회적 인식. 한 마디로 그들의 삶은
벼랑 끝에 몰렸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부르조아들은 고급 요리를 먹고 늦잠이라는 것을 즐기며 애완 동물을 길렀다.
무엇보다 노동자들과 다른 세계라는 것을 규정짓는 것은 부르조아들은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양이의 처벌은
노동자가 상징적으로 하는 부르조아 계급에 대한 처벌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견습공에게 제대로 먹이지 않으면서 혹사
시킨 일, 자신들이 일 하는 동안 사치를 즐긴 일 등을 간접적으로 처벌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이 상징적 수준으로 제한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 폭력성의 표출은 후에 민중 봉기를 시사하였던 것이다. 또한 생 세브랭가의 고양이 대학살이 의미 하는 또 다른
하나는 당시 성적인 상징인 고양이를 공격함으로써 주인집 아내의 성적 공격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제 1장에서도 동화에서 가진 자를 악마로 비유해 놓고 가난한 농민이 싸움에서 승리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것은 당시의 하층민들(농민,노동자)이 얼마나 비참한 생활을 하였는지 또 그들이 가진 자에 대해 얼마나 큰 증오심을
가졌는지를 구체적으로 시사하는 것이다.
제 3장에서는 하층민들이 보는 부르조아와 다른, 부르조아 자신이 보는 부르조아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서의 부르조아는 단지 생산양식의 소유자로써 자기 자신의 생활방식과 이념을 지니고 있는 일종의 경제적 인간일뿐이다.?
만족스럽게 자신의 도시에 애착을 느끼며 몽펠리에의 안내서를 서술하였던 그는 자신의 신분의 현상유지를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생산 양식의 소유자, 근대적 이념의 주도자로써 실제 그는 귀족과 하층민들 사이에 있는 자신의 신분을 구분 지으려고 하였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기의 주장에 공개적으로 집착하며 매페이지마다 확인되고 있는 그의 공감대는 도시 사회의 중간 범위 어딘가에
그를 위치 시킨다. 하지만 부르조아가 근대적 이념의 주도자라고 하였지만 역시 기득권층은 기득권층이었다. 신분분류표에서
제 1신분이었던 성직자들을 밀어내고 제 2신분이었던 귀족들을 제 1신분으로 끌어오린다. 그리고 제 3신분인 부르조아 계급을
2계급으로 끌어 올린 것이다. 이는 자신들의 귀족으로의 편입을 관대하게 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노동자 계층에
대해서는 단지 장인이라는 개념만이 있을뿐 나머지 가내 하인과 실업 빈민들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안내서를 서술한
이 부르조아도 전근대식 사고방식으로 귀족은 상층 꼭대기로 밀어 올리고 평민들은 여전히 계단 아래에 있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한 그는 평민들 자체로서도 악이지만 그들이 신분을 벗어나게 되면 사회 위협이라고 생각하여 각 신분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하자는 것도 주장하였다.
노동자나 농민들의 가진 자에 대한 반감은 기득권들의 이러한 면때문에 더 강렬해 질지도 모를 것이다.
앞의 1,2,3장이 경제적 측면에서 프랑스의 사회를 조명한 것이라면 뒤의 4,5,6장은 지적인 측면에서의 프랑스의 모습을 재조명
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먼저 제 4장은 지식인들에 대한 외부의 관점에서의 인식이다.
서적 조사관인 경찰관 조세프 데므리라는 사람의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문필 시대인 그 시대를 관찰할 수 있다. 그의 역할은 종교와 왕정에 해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왕국을 지탱시킨다는 현상유지에 있었다. 지식인들의 명확한 개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의 지식인들은 급증하고 있었다. 이런 추세 속에서 그의 보고서에 가장 유명한 계몽 사상가에서 가장 하찮은 저술 보조원까지 기록 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 시대에 나온 책들 중 [법의 정신], [백과 전서], [과학과? 예술에 관한 논고] 등의 서적들은 일반 국민들의 의식을 일깨우고 고정관념을 뒤집기에 충분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은 전통적 관습을 위협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득권 층이 이것을 막기 위해 서적 조사관을 쓰는것이다.
데므리의 조사를 보면 그 시대의 출판의 현황을 알 수 있는데 폭발적일 정도의 출판물이 간행되었던 시기라 할지라도 여전히 닫힌 사회의 일면을 우리는 찾을 수 있다.
총 출판물 중에 17%가 귀족(12%가 성직자), 70%가 부르조아 계층, 그리고 6%가 하층민의 계급이었다. 문제는 이중 농민 출신의 작가는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이는 문학적 프랑스는 일차적으로 도시 중심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제 3장에서 어느 부르조아가 말한 “행복한 사람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이다” 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알게 해준다. 또 다른 하나의 문제는 이런 많은 저자들 사이에서 여성 작가가 고작 16명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계몽주의가 싹트는 시기였더라도 닫혀 있는 사회가 쉽게 열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패쇄적 사회 성격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것은 데므리같이 자신이 감시하던 사람들이 유지하던 가치관을 공유하지만 국가와 교회에 대한 충성심이 흔들리지 않는 보수적인 사람들 덕분인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제 5장에서는 타인의 시각이 아닌 내부적인 관점으로써 본 지식인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시기 계몽 사상가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의 사명감과 역할은 기존의 종교와 군주제의 악폐를 축소하는 진보적인 추진력의 작용이었다. 이러한 사명감의 대표적 산물이 디드로의 [백과 전서]이다. 물론 이 책에서 현대성의 뿌리를 찾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상과 지식의 체계성에 관해서는 알 수 있다. 서두에 나오는 지식의 나무는 이전까지 애매하기만 했던 지식의 분류를 체계적으로 나누어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은 사고의 이성적 과학적인 성질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 시대 다른 대표적 학자로 로크가 있었는데 그는 인간사에 작용하는 인간의 섭리를 포함하여 연구하였지만 디드로나 달랑베르 같은 이는 신의 손을 찾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가며 일하던 사람들을 연구하였다. 하지만 비록 종교나 국가에 대해 가치관이나 생각이 조금씩 달랐다고 하더라도 그 시대의 계몽사상가들이 전통과 종교적 정통의 주도자들에 대립하는 일종의 집단으로서 문명의 세속적 사도라고 인정받거나 욕설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런 노력들은 19세기 때 교육의 대중화와 현대적 학문 분야의 출현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올리게 된 것이다.
마지막 제 6장은 랑송이라는 한 시민이 남긴 서적 주문서의 분석을 통해 책으로써 지식인들의 영향력이 어떻게 사회 전체에 점차 크게 자리잡았는가를 보여준다. 그 구체적 예로 루소를 살펴보자.
랑송이라는 사람은 루소의 열렬한 팬이었다(루소의 책은 물론 그에 관해서는 모든것을 알고자 하였다.)? 그럼 무엇이 그로 하여금 이토록 루소에게 사로 잡히게 한것일까? 그것은 루소만의 방법에 의해 좌우된 것이다. 어릴적 부터 독서광이었던 루소는 단순히 책을 집필하는 것만이 아니고 독자들에게 그의 책에 접근하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지은이는 없고 등장인물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작품 속에 직접 집어넣고 독자들이 책을 완벽하게 소화시켜 삶에 흡수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또 하나 루소가 독자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그가 가진 문화적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성에 있다 .소설이 천대받는 시기에 오로지 순수한 눈으로 책의 진리 자체만을 보는 독자들을 위해서 그는 사랑소설도 서슴없이 썼다. 아름다운 사회(상류계층)만을 위한 아름다운 글(문학)을 포기헀다. 그리고는 그에게 비판을 가하는 사람들에게 작품 속에서 사회적, 정치적 칼날을 들이대었다. 이러한 그에게 반한 독자가 랑송이었다.
오늘날에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 없이는 아무도 감성적인 작품을 읽으려고 하지 않지만 18세기에는 루소가 주는 이러한 감흥이 랑송을 포함한 수천의 독자를 압도한 것이다.
처음엔 이6장이 서로 별개의 내용이라고 생각했지만 18세기 프랑스인들의 삶을 반영하였다는 공통점을 찾게 되었다. 거기다 특이할 점은 다른 역사서 들과는 달리 상류층에 의해 전해진 하층민들의 삶이 아니라 하층민들의 생활 속에 녹아 있던 민담이나 이야기를 통해 반영했다는 점에서 좀더 적나라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또한 기존의 역사서들이 왕정이나 귀족 중심의 사건을 일관했던데 비해서 서민 위주의 내용으로 그들의 삶의 비참성을 알리고 공유하려던 점도 새로움이었다.
다소 어려운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역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인 쇄
바로가기저장
즐겨찾기
링크복사
고양이 대 학살을 읽고 고양이 대 학살.doc (2 P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