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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선언을 읽고
어렸을 때, 이원복의 만화 ??자본주의?공산주의??를 읽고 처음 사상이란 걸 접했다. 그리고 <패배와 가난의 사상>이었던 공산주의, 사회주의는 초등학교의 반공?반북 교육과 맞물려, 나에게는 한마디로 말해 <더러운 존재>로 인식되어 있었다.
우연찮은 기회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보고, ??레온 트로츠키??를 상징하는 스노볼이라는 돼지에 반하여 레온 트로츠키란 인물에 대해 다시 알게 되었으며, 다시 그를 통해 레닌과 마르크스, 그리고 다시 그들을 통해 공산주의와 여타 다른 사회주의 사상들과 이론가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마르크시즘에 대한 선입견을 서서히 버려낼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어설프고도 어설픈 이해이다. 언명으로만 이해를 한 것이다. 그것은 내 연령의 적음과 내 능력의 모자람도 있겠고, 여하튼 사실이다. 어설픈 이해. 그리고 나는 지금에서야 공산당 선언을 읽었다.
세상 참 좋아졌다. 공산당 선언을 대형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게 말이다. 정말 세상 좋아졌다는 걸 느낀다.
어쩌면 세상은, 점진적 진보와 퇴보, 그리고 급진적 진보의 3가지 사회로 돌아가는지도 모르겠다. 공산당 선언은 커녕, 자본론등의 사회주의 고전은 고사하고, 정부에 다소 비판적일 뿐인 중도 좌파계, 중도 우파계 잡지, 책마저 탄압하던 때로부터 세월이 그렇게 많이 지난 것도 아닌데, 이제는 웬만한 사회주의 서적은 쉽게 구할 수 있고, 사회주의자들의 평전 ― 레닌 이라든지, 마르크스라든지, 체 게바라 라든지 하는 ―은 불티나게 팔린다. 결국 우리나라도 점진적 진보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것이다. 물론 나는 점진보다 급진적 진보를 바라고 있지만 말이다.
52페이지를 조금 넘는 분량의 공산당 선언과, 그 전의 레닌의 글과 <공산당 선언> 서문, 엥겔스의 1900년판 서문. 무엇일까. 가슴이 끓어오른다. 스탈린이 모든걸 망쳐놓은 사회주의의 이상을 공산주의를, 공산당 선언으로 그 집약체를 다시 볼 수 있어서였을까? 사람의…(생략)
가슴을 이토록 격동을 치게 만들고, 세계인구의 절반을 기존체제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체제로, 국가 정체를 교체하게 만든, 과연, 과연 칼 마르크스는 어떤 인물일까.
진정으로 본받고 싶다. 시국을 보는 눈, 미래를 보는 눈, 사람을 움직이는 눈. 그리고 그의 이 모든 걸 가능케 하는 그의 천재성.
마르크스, 시대의 천재요, 영웅이다. 우리나라에 나오는 <공산당 선언>은 책마다 조금씩 그 내용물이 틀린데, 여기에선 레닌이 쓴 ??사회주의의 세가지 원천과 세가지 구성요소??그리고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서문, 그리고 1900년판 엥겔스의 서문이 나온 후,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나온다. 내가 듣기로, 공산당 선언은 마르크스 초기 저작의 사상의 집약체라 하던데, 과연 그런 것 같다. 내가 본 비봉판 자본론, 정치경제학 비판등의 책에서 보아오던 것들이 이곳에서 구체적으로 <공산주의 사상>의 하나로써 그 모습을 드러냈다. 유치할수도 있겠으나, 이미 다른 책에서 안 내용이 다른 식으로, 다른 책에 새로이 요약?정리되어 있는 걸 보는 건 웬지 모르게 유쾌하다. 복습한다기 보다는, 뭐랄까. 좋아하는 사람의 몸매를 예전과 다른 각도에서 기분좋게 응시하는 기분이랄까? 뭐, 정확하게는 훨씬 더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어지니까 이 내용들이 쉽게 안 잊혀진다는 것일 게다. 여하간에, 이 공산당 선언이란 책으로써, 나는 <공산주의>에 대해 좀 더 접근하고, 진일보한 것 같다. ??집약체??를 읽어보면 결국 전체를 알 수 있지 않겠는가. 머지 않아 마르크스 전집을 구입하려는 나에게 공산당 선언은 복음이었다.
그렇지만, 다 좋은데, 책의 첫 번째, 레닌의 글은 마르크스의 글과 비교가 되면서 전체적인 책의 완성도를 조금 줄이는 결과가 된다. <완벽>이란 말을 쓸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레닌을 욕하는 건 아니다. 혁명가로선 최고의 혁명가이고, 이론가로선 로자 룩셈부르크 다음 가는 재능의 소유자는 바로 레닌이었다고 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단지, 왜 레닌의 글이 마르크스의 글에 들어갔기에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느냐 하면, 사상이나 철학이 아닌 단순한 문장력이나 재미를 이끌어주는 능력 등, 문장가로써의 재능이 마르크스와 비교가 되고, 마르크스가 레닌의 글보다 전체적으로 뛰어나기에 책 전체에 <완벽>이란 말을 붙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상이나 철학은 레닌의 사상이나 철학 자체가 마르크스에 의해 파생된 것이기에 마르크스를 능가할 수는 없는 것이고 말이다. 만약 레닌만의 글모음이었더라면 나는 책에 <완벽>이란 태그를 주었을 것이다. 다만 문장가로써의 마르크스의 위치가 너무나 커보인다. 레닌의 글은 공산주의에 대한 학습엔 도움이 될 진 모르나 확실히 흥미도는 조금 떨어지는 감이 없잖아 있다.
그 뒤에 이어지는 공산당 선언의 초판 서문과 엥겔스만이 쓴 서문은 그냥 <강렬하다>정도의 인상밖에 주지 않는다. 엥겔스의 이미지는 웬지 덜 급진적이다라는 생각이 나기에 그럴수도 있고, 여하튼 서문에서 색다른 인상을 받지 못함이 당연하다 본다. 어떠한 색다른 인상을 기대하기 보다는, 그저 강렬, 강렬함을 맛볼 뿐이다. ??단결??의 호소는 언제 들어도 강렬하고, 강렬하지 않는가. 서문은 바로 그런 느낌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 아마도 문장력보다는 글쓰는 스타일의 차이겠지만, 나는 마르크스를 좋아한다. 그리고 공산당 선언 본문. 서문은 본문을 위해 있었다라고 감히 말한다. 어쩌면 이리도 사람을 경탄에 빠지게 할 수 있을까.
마르크스, 마르크스. 마르크스! 내가 그의 견해엔 전적으로 찬성하는 건 아니나, ―당연하다. 레온 트로츠키나 로자 룩셈부르크, 카우츠키, 레닌등도 마르크시즘의 전체 모두를 찬동한 건 아니다. 에두아르드 베른슈타인은 말할 것도 없고, 하물며 21세기인인 나임에야 당연치 않겠는가.―그의 천재적 문장력과 주장?생각에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존경의 뜻을 표할 따름이다.
??하나의 유령이 지금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에서 ??전 세계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까지. 힘과 기교가 겸비되었고, 내면속에서 나오고 있는 이상을 위한 기상. <빨아들인다.>라는 말은 이럴때 해당되는 것일까? 나는 마르크스에게 빨아들여졌다.
1절의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19세기 당시의, 그리고 20세기, 21세기인 지금까지 이어지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라는 계급의 양극화, 빈부격차. 가진 자의 지배와 착취. 모든 것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말인 즉슨, 지금도 우리의 노동자들은 착취당하고 있지 않은가? 발전 노조의 직원들은 1달 240시간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제대로 된 권익신장은커녕 요번에 결국 부르주아 측, 정부와 사주 측에 철저히 굴복당하지 않았던가. 노조측의 요구조건 중 제대로 수용된 주요 안건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이 노동계의 현실이고, 크게 따지면 우리 서민, 우리 국민의 현실이다. 15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는데, 19세기의 책 단락 몇 개는 여전히 깊은 통찰과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부르주아에 대한 신랄한, 격렬한 비판 이후의 2, 3절의 자신의 <과학적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다른 사회주의 사상과의 차별화는 마르크스?엥겔스, 그리고 마르크스의 치밀함과 논리의 저돌적이면서도 교묘함을 느끼게 한다. 부르주아가 읽는다면 내가 느낀 가슴이 뛰는 저돌성과 교묘함을 분명, ??너무나도 당연하게??전율과 공포로 느끼게 될 게다. 남의 공포를 ― 마땅히 느껴야 할 공포 ― 조용히 상상하며 이상사회로의 이데올로기를 익히며, 착취층에 비수를 꽂을 생각을 한다는 건 정말 즐겁다.
1,2명의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지만, 수만, 수십만의 사람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 마찬가지로 1,2명의 부르주아, 소수를 몰락시킨다면 그건 범인에 불과하거나 기업 브로커에 불과하게 될 것이고, 부르주아 대부분의 재산을 공평히 분배하는 길은 영웅의 길이다. 자신이 영웅이 된다는 걸 상상하는게 나쁘진 않을 것이며, 황홀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이런데서 영웅심리를 느낀다는 건 내가 골수 마르크시스트는 아니라는 반증일 것이다. 마르크시스트에게는 이런 감정은 없어야 한다.
물론 마르크스는 이런 영웅주의에는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그래도 마르크스는 영웅이 되었고, 영웅이다. ― 공산주의와 공산주의자, 공산당에 대한 정의, 논리, 그리고 다른 사회주의들의 유토피아적, 비현실적 주장에 대한 공박은 사회주의 사상의 마르크시즘에의 통합을 기정사실화했다. 생시몽도, 푸리에도, 오언도, 그 누구도 마르크스의 비판에 ―비록 그들이 마르크스의 사상에 많은 영향을 주었더라도 ― 도망칠 수 없었고, 그 모든 비판은 타당함의 광채로 빛난다.
사상의 자유는 있어야 한다. 그건 당연하다. 그러나 사회변혁을 위한, 이상사회 구현을 위한 구심점으로서의 사상은 하나여야 마땅하다. 구심점은 하나여야 하니까. 그리고 사회변혁에의 단결은 오직 하나의 사상으로 가능한 것이 확실하니 말이다. 사상의 자유는 올바른 사회의 구현 이후에 나와도 상관없다. 부연하건대, 올바른 사회의 구현에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이다. 그런 면에서, 마르크시즘은 사회 변혁을 위한 ??단 하나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갖췄다.
구체적 투쟁의 방법까지 제시가 되어 있고 그 어느 것보다도 명쾌한 사상과 제도, 규범의 전개는 이미 다른 사상들의 평범한 높이를 뛰어 넘었다.
말 그대로, 공산당 ??선언??으로써, 이상사회로의 이양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선언??을 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4절의 글. 날 감동시킨 2 구절, ??잃은 것은 쇠사슬 뿐...??과 ??전 세계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무슨 말이 필요할까. 2, 3절의 선언에 흡수된 사람을 마침내 골수 마르크스 추종자로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이 4절의 효능일까? ― 물론 그 당시 사람들에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마르크스 추종자는. 나는 마르크스에 대한 충실한 추종자는 아니다. 여하튼 그와 나는 세대간 차이가 150년이다.
자본주의 하의 노동자의 권익과 부르주아의 권익의 차,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를 안다면, 누구나 코뮤니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코뮤니스트에게 국적은 없다. 국적의 구분이 없는 이상사회의 건설, 마르크스와 코뮤니스트 들, 그리고 나의 꿈이다.
전 세계의 노동자는 단결해야 한다.
우리의 노동자, 서민, 국민은 단결해야 한다. 평등의 구현과 권익의 보호를 위해서,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혁명은 사실 이상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는 정부 전복이나 새로운 정체 수립이 아니라, 올바른 진보와 올바른 보수가 공존하는 사회의 건설과 사회 부조리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며, 궁극적인 사민주의의 실현이다. 그런 연후에야 공산주의로의 이행의 가, 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묻는다. 우리에게 진보층은 많이 있는가? 보수는 많이 있는가?
진보와 보수는 물론 있다. 단지, 정치세력화 되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고, 우파를 견제할 수 있는 좌파는 없다. 정치세력에는 오직 수구와 보수만이 있을 뿐이다.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은 아직 원외 군소정당일 뿐이고, 그나마 ??진정한 보수??는 민주당 노무현, 김근태, 한나라당 김홍신, 이부영 정도일까.
보수가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문제는 보수가 진보인 척 하려 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수구가 급진은 물론 진보를 찍어 눌러 모두의 자유, 민주주의가 아닌 또 다른 사상 독재, 또 다른 사상, 자유탄압을 행하는 것이 진정 문제다. 그들만의 자유, 민주주의가 아니겠는가.
나에게 지금 당장 다가오는 것은 울분이다.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라는 존재의 연령과 힘. 민주주의 하에서, 국민이 아닌 수구 정치인이 주인인 현상의 지속. 수구의 기득권 장악. 이것이 나의 울분의 이유다.
나는 마르크스에 반했다. 사랑에 빠졌다. 언제나 나의 사랑이 그렇듯, 이번에도 짝사랑이지만. 어쩌면 바람둥이 일지도 모르겠다. 트로츠키와 마르크스, 벌써 2명의 인물을 사랑하고 있고, 마지막 1명까지, 총 3명을 동시에 사랑하고 있다. 자본론과 정치경제학 비판을 읽을 땐 존경의 마음이었으나, 공산당 선언은 그것을 사랑으로 변환시켰다.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 우선 그는 짧은 소책자로 여럿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의 사상의 투철성과 뛰어남, 그리고 공산당 선언의 곳곳에서 보인느 힘찬 의지. 이것으로 나는 사랑에 빠졌다. 엥겔스의 존재가 잠식되면서.
나는 좌파다. 선언할 용기를 얻었다. 비로소 말이다. 나는 좌파다. 사회주의자인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도좌파일 것이고 말이다.
뜬금없는 말같지만, 나는 김구보다는 여운형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김구와 이승만처럼 테러에 손을 댄 것도 아닌, 그저 정도와 실리의 적당한 선을 지키며 좌와 우의 합작과 화합을 모색한 여운형이 되고 싶다.
??공산당 선언??의 시대는 적대적 대결구도의 좌?우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화합적 대결구도의 좌?우익의 시대가 도래했노라 확신한다. 미국같은 철저한 반공국가가 아닌 한, 지금 전 세계는 중도 좌파의 전성기인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음모론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말도 아닌, 색깔론이라는 말도 안되는 구시대적 발상이 철저한 실패로 귀결되었음도 빨간색과 왼쪽이라면 질겁을 했던 국민정서가 많이 개선된 증거란 생각이 든다.
시대를 앞서갔던 여운형과 조선인민공화국처럼 안타까운 최후를 맞진 않으리라.
마르크스, 고맙소. 당신의 선언이 나의 길을 명확히 열어 줬소.
당신과 같은 위대한 사상가가 가난 속에서 죽지 않는 사회로 만드리라. 위대한 사상이 사사상이 발현한 바로 그 시대에 빛을 보는 사회로 만드리라. 중도좌파. 나의 꿈이다. 꿈의 모델은 여운형이고 꿈을 불러일으킨 사람은 칼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은 꿈을 위한 촉매제.
그렇다. 나는 좌파다. 중도 좌파의, 그리고 진정한 진보의 꿈을 가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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