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의 예술기행 곽재구의 예술기행

<곽재구의 예술기행>을 읽고
모든 인간들은 `역마`에 대한 꿈을 어느 정도 안고 산다. 먼지와 소음에 뒤덮인 일상을 훌훌 떨치고 아무런 구애받음도 없이 산맥과 사막과 강물을 바람처럼 떠돌고 싶은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여행. 언제 들어도 설레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쥐고 있는 모든 것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 버리는 대범(?)한 성격은 못 되기에, 가끔씩 기행문을 펼쳐 들고 대리 만족을 느끼곤 한다. <곽재구의 포구기행>을 읽었을 때는 쪽빛 바다가 못 견디게 보고 싶었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었을 때는 평소에 두려워하기까지 했던 박물관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또다시 대리만족을 위해 <곽재구의 예술기행>을 펼쳐들었다.
별로 두껍지도 않은 책을 읽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추스려야 했고, 중간 중간에 끼어 있는 세상에 대한 날카롭지만 애정이 배어 …(생략)

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놓치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는 것을 알면서도 달려 왔고, 앞으로도 계속 달려야 할텐데……. 셀 수 없는 생각들이 두서없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책을 덮으며, 떠날 수 없는 아쉬움과 지은이에 대한 부러움과 현실을 보자는 냉정함이 모두 한데 뒤섞인 복잡한 감정 또한 덮어 버렸다. 아쉬워하고 부러워할 필요가 무엇이며 애써 그런 감정을 억누를 필요는 또 무엇인가. 당장 짐을 싸서 떠나더라도 만나기 힘들 사람들을, 풍경들을 때로는 소파에 앉아서, 때로는 책상에 앉아서, 바닥에 누워서 편히 만났으면 그것으로도 족할 것을. 그저 다시 떠나고 싶을 때 갈 수 있도록 눈에 띄는 곳에 책을 꽂아 두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