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을 읽고나서 광장에대한 독후감

이 작품을 읽고 가장 먼저 느꼈던 것은 이 책이 오래 전에 발표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 데도 불구하고 글의 문장 자체가 깔끔하고 읽기 쉽다는 것이었다. 다소 관념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 데도 어려운 문장이나 지나치게 긴 문장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글의 흐름이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나중에 광장이 1960년에 나온 후 주로 한자를 우리말로 고치는 등 5번에 걸쳐 개작(改作)되었다는 것을 알고서야 비로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인간에게는 밀실과 광장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속성이 있으며 남한과 북한을 그 중 하나를 가진 곳이라고 대치시킨다. 여기서 광장(廣場)은,사회적으로 인간이 모여서 살면서 어떤 목적을 위해 자신과 다른 구성원들이 만나는 사회적 공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밀실(密室)은, 다른 사람에게 침해 받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개인적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생략)

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명준이 어쩔 수 없이 월북하게 된 동기 중에 하나가 된 개인의 ‘밀실’의 폭력과 파괴의 문제는, 법률의 적용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해 주는 사회적 제도를 확립하고자 노력한 사람들에 의해 상당 부분 해결이 되었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명준이 남한의 모습에 실망하고 ‘자유’를 비판하며 떠난 모습은 지식인으로서 개혁 의지가 부족한 것이었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명준의 입을 빌려 비판한 북한 사회에 대한 지적은 정말 날카로운 지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북한 사회에 대한 비판은 단순히 그들의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것이거나 그들의 독재 체제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이 남들(소련)이 내세운 공산주의를 ‘받아들였다’는 자체에서 나오는 일반 민중과 혁명가의 생각과의 괴리성에 대한 지적은 참신한 것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마르크스주의나 당사에 의해서 모든 것을 맞추려 하고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사고의 경직화와 교조주의를 비판한 것은 당시 분단이 얼마 진행되지 않은 1960년대 초기임을 감안할 때 놀라울 정도이다. 공산주의가 몰락하게 된 원인 중에 하나가 체제에 대한 비판을 용납하지 않고 과거에 이론을 바탕으로 현재의 일을 처리하려 하는 비융통성과 기본적인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형식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이 작품은 쉬운 문장으로 쓰여졌지만 구성면에서 치밀한 문학적 장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앞에서 살펴 본데로 명준의 남한과 북한에서의 삶은 비슷한 구도를 취한다. 그가 누리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점점 축소되다가 사랑하는 사람으로 한정되고,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마저도 그를 떠나 버린다. 이런 구도는 도식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시간에 흐름에 따라 전개되기 때문에 명준의 행동에서 비현실적이라 생각되는 부분을 찾기 힘들다. 그리고 중립국 행을 택하는 그의 모습에서도 그의 심정을 헤아려 볼 때 그 행동 자체에 대한 비판은 할 수 있어도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은 하기 힘들며, 이런 현실성이 광장이 문학으로서 치밀성과 현실적 보편성을 획득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 아닌가 보여진다.
그리고 이명준이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과 그의 중립국 행은 우리들에게 지식인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작가는 당시 이명준이 지식인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특히 명준이 중립국 행을 택하는 모습은 우리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부정의한 사회일수록 지식인이 겪어야 할 갈등과 좌절은 더욱 크기 마련이다. 현실 도피적으로 보이는 그의 행동에서 우리는 지식인으로서의 겪어야 되는 갈등에 대해 생각해 보고 지식인의 참다운 자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 부분에서 명준이 택한 자살의 의미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1989년도에 마지막으로 개작된 광장을 기준으로 하여 볼 때, ‘사랑의 확인과 자신의 진정한 자유와 삶을 추구하려는 행동’이라는 해석이 타당하리라 본다. 물론 명준의 죽음은 일부 비평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당시의 시대 상황을 관류하던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그의 자살에 결정적인 동기로 작용하지는 못하였다고 생각된다. 이전에 나온 광장과 달리 1989년에 개작된 광장은 그의 죽음의 결정적인 원인을 이명준 자신의 각성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명준을 통해 ‘자살’이 사람의 인생에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평생을 두고 추구한 가치의 실현이 될 수 있으며, 진정한 자아의 실현과 사랑을 위한 행동으로서 인간이 자살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광장은 1960년대에 쓰여진 소설이다. 그렇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남, 북한의 체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지금도 유효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날카롭게 지적함으로써 현실성을 획득하고 있다. 그리고 다소 관념적이라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들의 고뇌와 처지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형식면으로 볼 때는 사건이 역사적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개되지만 치밀한 문학적 장치가 돋보인다. 특히 명준이 자살을 택하게 되는 마지막 부분까지의 흐름이 자연스러우면서도 현실적 공감을 얻게 만드는 소설적 리얼리티는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