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을 읽고 광해군을 읽고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고 잘 알지 못하는 나도 광해군하면 연산군과 함께 폭군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만큼 광해군의 인식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광해군은 현실에 맞게 중립외교을 펼친 군주였다. 그래서 광해군의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가장 첫 부분에는 광해군의 무덤에 대해 사진과 함께 나온다. 그것을 정말 큰 충격이었다. 보통 왕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크고 화려하지만 광해군의 무덤은 무덤까지 제대로 된 길도 없었고 자물쇠가 달린 녹색 철문을 열고 들어와 능선을 따라 내려와야 했다. 그곳에 있는 사진을 보니 정말 참담했다. 봉분과 묘비, 상성, 문인석 한쌍, 전등하나가 전부이고 석등은 총알자국이 난채 깨져있었다. 광해군은 죽어서 까지도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정말 너무 포악한 폭군이라도 된는 것 일까?
이 책을 통…(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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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에 광해군은 분명히 성격적 결함이 있었던 것 같다. 우유부단하고 융통성 없고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등등...... 내 생각에 그것들의 이유는 일찍 세상을 떠난 생모와 권력 앞에서 끊어진 아버지와의 정이 였을 것 같다. 한마디로 애정결핍 이였을 것 같다. 냉정하고 부수적인 정치판에서 첩의 둘째 자식으로 자기편 하나 없이 부모의 애정도 받지 못하고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란 쉬운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사이에 성격은 점점 소심해지고 똑 부러진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성격으로 바뀌어 갔을 것 같다. 나는 광해군의 성격이 이렇게 소심해진 것이 정말 안타깝다. 사람은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이 있고 얻은 것이 있다면 잃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라가 위급한 통에 얼떨결에 왕세자가 된 광해군이지만 전쟁 때문에 여느 왕보다도 전국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평민들의 힘든 실상을 잘 알수 있게 되었고 날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금을 알아 볼 수 있었다. 이것은 광해군이 백성을 위하고 현실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그러므로 광해군의 성격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서 정말 나라를 위하는 마음만으로 충언해 줄 수 있는 신하가 없었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광해군이 왕위에 올랐을 때는 나라가 안 밖에 사정이 좋지 않을 때였다. 우선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민생을 어루만지고 무너져내린 국가의 기반을 재건해야 했다. 또 첩의 둘째 자식으로 왕이 되었다는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왕권의 기반을 다져야 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조정의 정치판이 안정되어야 했다. 하지만 광해군이 즉위했을 때 정치판의 상황은 선조때 보다도 훨씬 심각하고 복잡한 상황이었다. 이것을 보며 어쩜 지금의 정치판과 조금도 다르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했다. 원래 붕당은 서로 견제와 비판을 통해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균형을 맞춰가던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항상 무슨 수를 쓰던 자기편에 유리하도록 해서 한 당이 독점하고 또 다른 당이 반복하고...... 그때나 지금이나 서로의 편을 위해 시끄럽게 떠들기만 하지 정작 제대로 해내는 것이 없다. 물론 그 밑에서 개죽음 당하고 고생하는 것은 무고한 백성들뿐이다. 나는 얼마 전에 TV에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에 대해 만든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다. 완전히 개판이었다. 회의 시간에 1~2시간 늦는 건 기본이고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회의도 말싸움만 하다가 끝나버린다. 정말 답답했다. 저런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이끌 국회의원이라니......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그때와 지금이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백성 즉 우리의 힘이다. 그때는 무조건 굴복하고 복종해야 했지만 지금은 우리도 얼마든 정치에 참여할 수도 있고 법과 제재를 통해 국회의원들의 횡포를 막을 수도 있다. 왜 ‘우리나라를 훌륭하게 만들겠다.’라는 일념으로 국회의원이 됐던 사람들이 그렇게 변해 버렸는지 정말 모르겠다. 그들이 싸우고 제대로 된 결론 하나 만들지 못할 동안 고난과 역경을 당하는 것은 국민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광해군은 정말 백성을 사랑한 군주 였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전쟁중 백성들의 어렵고 힘든 생활을 많이 보았고 경험했기 때문 이였던 것 같다. 하지만 광해군은 여기서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광해군에게는 선조때 본 권력을 냉담함과 정통성이 없다는 본인의 약점이 견디기 어려웠나 보다. 무리하게 끊임없이 권력강화를 위해 애쓴다. 그리고 그것은 궁궐을 짓는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궁궐을 짓는 것은 백성들의 몫이 였다. 내가 광해군에게 가장 실망한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아무리 자신의 약점이 견디기 힘들고 권력을 강화하고 싶었다고 해도 백성의 삶을 여느 왕보다 잘 알고 있었던 광해군이 백성을 그토록 고생시킨 것은 정말 실망이었다.
광해군의 외교정책에서는 지금의 우리가 배울 것이 아주 많다고 생각한다. 광해군 때는 명이 지금은 미국이 우리나라를 쥐었다 폈다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사람들은 광해군을 패배자로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광해군은 우리나라 역사 중 세종대왕 다음으로 백성을 사랑한 왕이라고 생각한다.